[중국리포트]중의학 존폐논쟁 ‘재발’

중국에서 중의학(우리 표현으로는 한의학) 존폐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논쟁의 발단은 중국의 국민 여배우였던 천샤오쉬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천샤오쉬는 지난 5월 13일, 42세의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숨졌다. 1987년 방영한 TV 드라마 ‘홍루몽’의 여주인공인 임대옥 역을 맡아 일약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천샤오쉬는 사업가로 변신했으나 암 말기 불가에 귀의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천샤오쉬는 유방이 이상하다고 여겨 중의학 병원을 찾았고 투약만 하다가 수술시기를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국민 여배우 천샤오쉬의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은 중의학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사진은 생전의 천샤오쉬. <경향신문>

중국 과학계에서 과학철학 전공으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허쭤슈 과학원 원사(80)가 중의학에 대해 포문을 터뜨렸다. 허쭤슈 원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천샤오쉬가 일찍 서양 의술을 갖춘 병원을 찾아 조기에 수술만 했더라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며 “쓰레기 같은 중의학이 멀쩡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은사인 저명한 경제학자 우광위안 교수의 경우 유두 부근에 멍울이 잡혀 일찍 병원에 찾아가 악성종양인 것을 확인하고 제거수술을 받아 94세의 고령에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밝혔다.

칭화대 물리학과 출신인 허쭤슈 원사는 미국 코넬 대학에서 기계공학과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부친이 우연히 감기 몸살에 걸렸다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권유로 서양 의술 대신 중의학 의사의 치료만 받다가 2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지적했다.

중국 중의학계는 최고 권위 과학자의 공격을 받고 발칵 뒤집혔다. 국가중의약관리국장을 맡고 있는 왕궈창 위생부 부부장(우리의 보건복지부 차관)은 “과학원 원사와 같이 알 만한 사람이 비과학적이며, 비도덕적이고, 신중하지 않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중국 중의과학원 차오훙 원장은 “암은 인류가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의 하나”라면서 “천샤오쉬가 중의 치료를 받은 것만으로 중의학이 그녀를 죽였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의학은 양생 등에서 독특한 효과가 있다”며 “몸의 저향력을 높이는 데 중의학은 서양 의학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 100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중의학 존폐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청나라가 망하고 출범한 북양정부는 1912년 중의학을 대학의 정식학과에 편입시키지 않았다.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에서였다. 북양정부는 25년에는 서양 의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의학을 정식학과에 편입시켰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에도 중의학의 존재에 대해 자잘한 논쟁이 이어졌다. 지난해는 중난 대학의 장궁야오 교수가 인터넷에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중의학을 없애라고 주장하면서 1만 명 서명운동을 벌여 중의학 존폐 논쟁에 새롭게 불을 지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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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생부는 중의학을 부정하는 것은 반대라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중의학의 원조라며 한껏 콧대를 세우고 있는 중국 중의학계는 한국과 일본은 잘 나가고 있는데, 우리만 내분을 겪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홍인표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 iph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