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생활 속 작은 문제부터 상담하세요”

부산지방변호사회 황익 회장… 개인회생·파산신청 등 법률서비스 가동

부산지방변호사회 황익 회장은 변호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임기가 다하더라도 시민을 위해 노력하는 부산지방변호사회의 모습을 보여줄 것을 약속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이어지면서 서민경제에도 찬바람이 계속 불고 있다. 가계소득에 대비한 금융비용의 증가에 따라서 가계부채가 6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해가 갈수록 개인파산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부터는 월별 파산 신청자가 1만 명을 웃돌아 이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신청자가 사상 처음으로 1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빚을 갚지 못해 사실상 파산상태지만 아직 파산신청을 하지 않은 잠재적 개인 파산자만 최대 12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는 터라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장 또한 클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11·15 부동산대책을 통해 저축은행 등의 주택담보대출 고삐를 죄면서 사업자금과 가계자금 등을 얻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빡빡해질 것으로 보여 가계경제의 악화는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산 45만원, 회생 60만원 비용

변론술학교를 만든 퀸틸리아누스가 ‘변호사란 많은 사람이 갖고 있지 않은 재능을 발휘해 남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이라고 정의한 것처럼, 경제적 한파가 몰아쳐 많은 사람이 각종 법률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 바로 변호사일 것이다. 부산지방변호사회(회장 황익)는 감당하기 힘든 빚 때문에 법원에 개인회생이나 파산신청을 하려고 해도 비싼 변호사 비용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지원해주는 ‘개인회생·파산 지원 변호사단’을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의뢰인이 변호사를 통해 개인파산신청을 할 경우 보통 100만~200만 원 정도의 비교적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신청을 원하는 사람들이 고충을 겪어왔는데, 이제 부산지방변호사회가 구성한 변호사단에 지원을 요청할 경우 파산 45만 원, 회생 60만 원 정도의 최소비용으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신청자가 크게 늘어날 경우 참여 변호사 수를 더 늘려 효과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부산지방변호사회에서는 파산 및 회생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무료법률상담을 통한 각종 공익활동도 펼치고 있다. 부산지방변호사회에 설치된 새터민 법률지원변호사단 부산지부는 북한 이탈주민의 국내 안정정착을 돕기 위해 새터민들을 대상으로 무료법률상담 및 법률구조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 외국인 배우자에 대한 법률지원단을 구성하여 국적 취득을 하지 못해 인권침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많은 외국인 배우자(주로 여성)들을 위해 다양한 법률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부산지방법무사협회와 공동으로 부산지방법원 민원상담실에서 소속 변호사들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상담을 해오고 있으며, 은행의 협조를 받아 중소기업체를 대상으로 몇 개 업체를 묶어 소속 변호사를 고문변호사로 지정하여 법률상담 등 자문을 해주고 있다. 또한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현실에 발맞춰 환경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종래 ‘낙동강 물 소송’, ‘석대 매립장 침출수 소송’ 등 공익소송을 제기해 자연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주위를 환기시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바 있다. 이 위원회는 현재 지하철 운행 소음으로 인한 승객들의 불편과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지하철 소음소송’ 제기를 위해 준비 중에 있다.

황익 회장은 “사실 지금까지 많은 변호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사회봉사활동을 해왔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사회에 드러나지 않았던 것뿐”이라며 변호사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인식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을 비쳤다. “기존에 본회 소속 변호사들이 자발적으로 복지관 등 사회단체에 나가서 무료법률상담 등을 실시해 왔는데, 이제 본회에서 이것을 통합하여 체계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자신의 임기가 다할 때까지 사회봉사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현재 법무법인 정인 대표변호사이자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부산지방변호사협회장으로서 부산의 법조계를 이끌고 있다.

국제법률전문가 양성 위해 심혈

앞으로 법조계에 몸을 담고 있는 동안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묻자, “우리나라는 법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많은 선진국에서는 생활 속 작은 문제부터 고문변호사의 자문을 구한다. 우리나라는 사건이 터졌을 때 비로소 법률상담을 하는데, 이런 문화는 바람직하지 못하며 법적 어려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제화시대에 맞게 법조계도 외국과의 교류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부산지방변호사회는 외국의 여러 법률가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법률문화를 비교·연구함으로써 법률문화 향상에 기여하고자 일본과의 교류를 시작했다.

지금도 매년 1회 이상 상호방문을 통해 공통의 테마에 관한 연구 토론과 정보교환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부산지방변호사회가 베트남 호치민이나 중국 상하이와 같은 국제적인 도시와 교류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것이 그의 몫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취지로 부산지방변호사회에서는 국제법률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중국통상법률 전문가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 3만여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고 상당수가 분쟁에 휩싸여 있지만 전문가가 없어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과정을 통해 배출된 변호사들이 중국 내의 법률분쟁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지역 변호사의 업무영역을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끝으로 “법조계에 만연한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들의 편견을 불식시켜 사건 수임에 있어서 편중을 막고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불균형을 완화해 나가는 것도 큰 과제로 남아 있다”며 의뢰인들이 잘못된 선입견을 갖지 않길 바랐다. 로스쿨제도의 도입을 두고 진통을 겪었으며 앞으로도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황익 회장은 자신의 뜻을 밝혔다. “법률 비전공자가 법조계에 입문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경제, 경영, 외국어 등 타전공을 한 학생은 변호사가 되어도 그 분야의 사건을 더 잘 처리할 수 있다. 변호사 자격증을 딴 후에도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발전을 통해 서로 경쟁이 되어야 한다”며 앞으로 부산 법조계가 업그레이드되어 더 나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산·울산·경남본부/이재남 기자 jaem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