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대한민국 보수세력조직화 불붙었다

북한의 핵실험 발표로 보수단체의 조직화가 절정에 이른 분위기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보수단체는 크게 재향군인회나 성우회같이 군출신 인사가 주축이 된 단체와 기독교단체, 전직 관료의 개인연구소, 최근 붐이 일다시피 한 뉴라이트 계열의 단체가 가장 활발하다. 특히 이들 보수단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세력화 양상을 보이면서 이해다툼을 벌이고 있어 주목되고 있는데….

전직 군 원로 등 보수단체 회원이 광화문에서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김재구 기자>

10월 11일 서울 프레스센터. 머리는 희게 변했지만 낮익은 얼굴이 속속 모였다. 이 단체는 그린벨트를 무단 형질변경해 1주일 만에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김상철 변호사가 상임의장이다.

국가비상대책협의회라는 이름의 이 단체에 참석한 인물 면면을 보면 연세대 교수에서 정치에 입문했다가 천막당사를 지키던 김동길 태평양시대 위원장, 전·현직 대통령을 ‘반역 3인방’으로 지목한 서정갑 대령연합회 회장, 여·야 정치인을 가리지 않고 독설을 퍼붓는 지만원 국민의 함성 대표, 특유의 입심으로 자주 물의를 빚은 박홍 서강대 이사장, 대법원장 국회비준에서 탈락한 정기승 전 대법관, 보수이론으로 국무총리까지 지낸 노재봉 전 총리 등이다.

이들 보수인사는 “핵실험으로 북한이 핵무장을 완성하면 대한민국은 북핵의 포로가 되어 반인륜적인 전체주의 폭력집단에 굴종하게 된다”며 “모든 수단을 다해 김정일 폭력정권을 종식시켜야 하고 그 과정의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6·15 공동선언 폐기, 노무현 정권 퇴진, 독자적 핵 재배치,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 중단, 국가보안법 엄정 집행 등을 요구했다. 이날 비상시국선언에 서명한 100명을 보면 우리나라 보수·우익집단을 대표하는 인물이 망라돼 있다.

보수·우익단체 총 230여 개 추정

전통적으로 보수·우익단체는 황해도민회 같은 각종 실향민 모임이나 한국자유총연맹처럼 애당초 정관에 반공·보수단체를 명시한 단체였다. 하지만 1997년 DJ정부 이후 대북 햇볕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보수·우익단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특히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발언 파문으로 불붙기 시작한 보수·우익단체의 집단화 및 조직화 현상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놓고 본격 확산되는가 싶더니 이번 북한의 핵실험 발표로 절정에 이른 분위기다.

현재 우리나라 우익·보수단체는 정확하게 몇 개가 있는지 집계하기 쉽지 않다. 대부분 등록되지 않은 단체가 대부분이고, 이름만 있고 활동이 중지된 단체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우익을 자처하는 조갑제씨의 조갑제닷컴에는 ‘우익단체 주소‘라는 이름으로 230여 개 단체의 이름이 올라 있다. 하지만 이중 활동하는 단체는 그리 많지 않고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 이름을 내는 단체가 많다. 10월 9일 열린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 1000만 명 서명 운동본부’에는 227개 보수·우익단체가 가입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현재 나름대로 활동하고 있는 보수·우익단체는 크게 재향군인회나 성우회같이 군출신인사가 주축이 된 단체와 기독교단체가 모인 연합회, 전직 관료의 개인연구소, 최근 붐이 일다시피한 뉴라이트 계열의 단체가 가장 활발하다.

그중 군출신 단체는 퇴직군인모임인 재향군인회, 육·해·공 장성의 모임인 성우회, 대령 연합회, 학사장교(ROTC) 연합회 등 전역 장교 출신으로 구성된 단체가 가장 활발하다. 이들은 최근 한미연합사 해체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둘러싸고 가장 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 가운데 예비역 대령연합회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서정갑씨의 국민행동본부는 단연 돌출된 행동으로 관심을 끈다. 국민행동친북좌익척결본부라는 단체이름에서 보듯 절대적인 극우단체를 표방하고 있다. 이 단체는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특정 언론매체에 30여 차례 이상 의견광고를 낼 정도로 적극적이다.

최근 목소리 높이는 전직 관료들

9월 11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전시 작전통제권 반환 반대집회에 참석한 전직 국방장관과 예비역 장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근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순복음교회 등 보수 기독교계도 보수 목소리를 높이는 단체로 꼽히고 있다. 특히 기독교계통의 중·고를 소유하고 있는 이들은 사학법 문제로 반정부적 태도를 견지한 이래 안보문제까지 반정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종교계는 북한 선교 혹은 북한 민주화 등을 내세우며 기획·집단탈북, 혹은 탈북자연합 등을 통해 조직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탈북자 황장엽씨는 아예 북한민주화동맹이라는 단체를 맡고 있다.

개인연구소 등을 차려놓고 나름대로 조직활동을 하던 전직 관료도 최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민주화 포럼을 운영하는 이동복 전 안기부장 특보, YS시절 청와대 사회복지수석비서관을 지낸 박세일씨의 한반도선진화재단, 역시 YS정부에서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김우석씨가 운영하는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이 그것이다. 최광 전 복지부 장관의 자유지식선언,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명현 선진화국민회의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강훈·노재봉·이영덕 등 5·6공시절 국무총리를 역임한 인사도 보수·우익대열에 앞장서고 있다. 당시 국방장관인 오자복씨 등 군 출신 인사도 대부분 보수대열에 서 있다.

우익논객을 자처하는 한국논단의 이도형씨, 월간조선의 조갑제씨, 인터넷 매체인 독립신문의 신혜식씨, 경제풍월의 배병휴씨도 대표적인 보수·우익 언론매체를 발행하는 인물이다. 이밖에 인터넷상에 각종 안티 노무현, DJ, 열린우리당 등의 모임과 단체가 있다. 하지만 이들 단체의 회원이나 공개된 활동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자유주의연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의 비교적 젊고, 과거 진보적 인사가 변신한 단체가 요즘 본격적으로 조직·집단화하는 양상이다. 이 단체는 공공연하게 정치권과 연계하고 있어 유사시 한나라당과 손잡고 정치세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뉴라이트 진영은 크게 김진홍 목사와 유석춘 연세대 교수 등이 주도한 ‘뉴라이트전국연합’과 서경석 목사 등이 주도하는 ‘선진화국민회의’ 서강대 연구교수인 신지호씨가 이끄는 자유주의연대 중심의 ‘뉴라이트네트워크’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국민의 함성’ 창당 준비

4월 23일 출범한 선진화국민회의는 지난해 9월 서경석 목사, 이석연 변호사 등이 창립한 보수성향의 ‘선진화정책운동’을 확대 재편한 것이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정기승 전 대법관, 발기인 대표는 박세일·이명현 서울대 교수, 서경석 목사, 이석연 변호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 가장 활발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는 단체가 뉴라이트전국연합이다. 이 단체는 산하에 신노동연합(대표 권용목) 학부모 연합, 기독교 연합 등 직능별로 조직을 늘리고 있으며 지역별 지부를 만드는 등 급속도로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최근 정치적 색채를 공공연하게 강조하고 있다. 지난 9월 25일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유석춘 공동대표가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 정치 참여를 분명히 했다. 또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을 지낸 차기환 변호사 역시 ‘클린 한나라 감찰단’의 단장으로 내정돼 있는 상태여서 이들 단체의 정치권 진입은 갈수록 늘고 있다.

아예 창당의 길을 걷는 보수단체도 있다. 극우인사의 대표적 인물로 알려진 ‘국민의 함성’(대표 지만원)은 10월 12일 창당발기인대회를 갖고 ‘시스템 21’이라는 당의 창당을 공식화 했다. 이 단체는 한나라당 출신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대권 후보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을 좌익으로 규정해 한나라당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창당을 선언했다.

특히 이들 보수단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세력화 양상을 보이면서 서로 이해다툼을 벌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지만원 국민의 함성 대표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김진홍 상임의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자유주의연대 신지호씨는 “정치권과 결합한 뉴라이트 인사는 정치지망생들로 뉴라이트 전체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결국 정치권에 기웃거리려고 사회운동을 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정치권과 연계를 비난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