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립선 비대증 통해야 산다

요도 눌려 배뇨곤란 시달려… 90%는 약물로 치료 가능

임씨의 질환은 전립선 비대증이다. 전립선은 방광 아래에 밤알을 뒤집어놓은 형태의 남성만이 가지고 있는 장기다. 보통 남자 사정액의 대부분은 정낭액(70%)과 전립선액(20%)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립선액에는 정자의 움직임을 돕는 물질이 있다.

남성의 노화와 불가분의 관계

전립선은 갓 태어난 아기에게도 있으나 그 크기는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작다. 사춘기가 되면서 남성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전립선이 조금씩 커지면서 30세 전후가 되면 밤톨 정도의 크기가 된다. 전립선은 40세 이후 다시 성장이 진행된다. 방광 출구를 둘러싸고 있는 전립선이 비대하면 우선 그 부위를 압박하여 요도가 좁아지므로 방광에서 나오는 오줌 줄기가 가늘어진다.

“여성의 나이가 주름으로 온다면, 남성의 나이는 화장실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젊은 시절 힘차던 소변 줄기가 나이 든 것을 서러워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듯 방울지며 힘없이 떨어지는 탓이다. 남성이 50대가 되면 전립선 내부에 비대성 병변이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에 흔히 남자 50대를 전립선 연령이라고 부른다. 전립선 비대증은 50대의 50%, 60대의 60%, 70대의 70%가 앓을 만큼 남성의 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연세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정병하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은 요도를 둘러싼 전립선이 커지면서 소변을 보기 힘들어지는 질환”이라며 “초기에는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배뇨 시작 시간이 지연되며 소변을 보는 중 의지와 상관없이 뚝 끊기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는 화장실도 자주 가야 한다. 방광에 차 있는 소변이 다 배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탓에 조금만 추가로 소변이 차도 오줌기를 느끼는 탓이다.

정병하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을 쉽게 이해하려면 목욕탕의 배수구를 생각하면 된다”며 “하수구에 머리카락 등 이물질이 끼면 배수가 잘 안 되는 것처럼 비대해진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해 좁게 만드는 탓에 소변 배출이 시원치 않고 잔뇨감이 남는다”고 말했다. 증세가 심각해질수록 밤에 일어나는 횟수도 증가한다.
그렇다보니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사람은 대중교통을 안 타려고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외출도 삼가게 된다. 외출을 한다 해도 화장실 위치를 먼저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된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 중엔 급성요로폐쇄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한 병원 응급실에 배뇨불통을 호소하는 60대 환자가 실려왔다. 환자는 “오줌보가 찢어질 것 같다”며 괴로워했고 그의 배는 불룩했다. 날씨가 더워 맥주를 1500㏄를 마셨는데 오줌보가 터질 만큼 괴롭지만 정작 소변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급성요로폐쇄 증상이었다. 병원에서 인위적으로 소변을 뽑아내자 엄청난 양의 소변이 나왔다. 전립선 비대증이 매우 깊은 상태였으나 이 환자는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아 병을 키웠던 것이다.

약물치료 간편하고 부작용 적어

전립선 비대증은 지속적인 폐색에 의해 만성 요로폐쇄가 유발되고 심하면 방광이 지나치게 팽창돼 방광기능 회복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드물게 지속적인 요로폐쇄로 방광결석이나 방광게실 형성, 신장기능 상실, 요로감염 및 신우신염 등의 결과도 초래된다.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전립선 비대증 발생의 가장 큰 유발인자는 연령증가와 남성 호르몬이다.
전문의들은 “전립선 비대증은 심하지 않으면 약물치료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병하 교수는 “전립선 질환은 검진법과 치료법의 발전이 빨라 요즘은 환자의 90%가 약물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고 증상이 심각한 10% 정도만 수술을 한다”며 “약물치료의 경우 하루 한번 복용하면 되므로 간편하고 부작용도 적다”고 설명했다. 약물은 요도의 압력과 긴장을 낮춰주는 약물,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주는 약물이 주로 사용된다. 전립선 절제 수술은 마취가 필요하고 요실금 등 합병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다행히 최근 내시경을 이용해 개복하지 않고 요도 내시경을 통해 수술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이밖에도 온열치료, 레이저치료 등의 ‘최소침습치료법’들이 많이 개발됐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이정구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에 달래술이 좋다느니, 구운 파 가루를 배꼽에 얹으면 소변이 잘 나온다느니 하며 의학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지하거나, 스태미너가 약해졌다며 정력에만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식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면 병만 키우는 꼴이 된다”며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전문의와 상의하라”고 조언했다.

전립선암도 급증 추세

중년 남성의 전립선 질환으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는 전립선암이다. 말 그대로 전립선의 주변부로부터 시작되는 악성종양이다. 학계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국내에서 전립선암이 날로 급증하고 있다. 미국, 일본의 경우 전체 암 중 1위이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12위였던 것이 6위로 올라서는 데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문의들은 서구식으로의 식생활 변화와 노령 인구 증가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전립선암이 전체 암 중 선두에 오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립선암은 50세를 전후해 유병률이 급증한다. 또 지방 섭취가 많을수록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진행속도가 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수년에 걸쳐 성장하며 호르몬에 민감해 혈액 속의 남성 호르몬에 의해 성장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전립선에 생긴 종양이 성장하여 커지면 전립선의 피막을 뚫고 나가 방광, 정낭 등 주위조직을 침범해 그후에는 골반 림프절이나 뼈 등 전신으로 퍼지게 된다.

문제는 초기에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암세포가 너무 커져 있거나 다른 조직으로 전이된 경우가 많다. 특히 뼈로 전이돼 관절염이나 어깨결림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단계에선 환자의 고통이 심할 뿐 아니라 치료율도 매우 낮다.

전립선암은 암세포가 커져 요도를 막게 되면 전립선 비대증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서로 전혀 다른 병이다. 흔히 전립선 비대증이 심해져 전립선암으로 변할까봐 고민하는 사람이 많지만 전립선암은 독자적으로 발생하므로 전립선 비대증과는 관계가 없다.
전립선암의 검진은 손가락을 항문에 넣어 전립선을 직접 만져보는 직장수지 검사와 혈청 전립선특이항원(PSA)검사를 기본으로 한다. PSA검사는 암세포 때문에 늘어나는 단백질 성분의 양을 혈액을 통해 검사한다. 이 때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조직검사 등을 통해 확진하게 된다. 요즘 대부분의 종합검진에 PSA 검진이 포함돼 있어 조기 발견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 검진법은 굳이 대형병원이 아니라 가까운 비뇨기과를 찾아도 1만 원 안팎의 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

전립선암 확진을 위해서는 초음파 유도하에 조직 생검을 시행한다. 정병하 교수는 “전립선암의 경우 50세 이상에서는 1년에 한 번 정도의 검사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전립선염은 청년질환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암과 달리 전립선염은 청년질환이다.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되는데 급성 세균성 전립선염은 일반적으로 요도의 세균이 전립선으로 침투해 생기는 병으로 갑작스런 고열과 오한, 배뇨시 통증 등이 나타난다. 대부분 중증의 전립선 비대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많이 나타나고 위급한 경우엔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직업적으로나 일반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전립선염은 만성 전립선염이다. 비세균성 전립선염으로 볼 수 있는데 택시나 버스기사처럼 오랜 시간 소변을 참으며 앉아 있어야 하는 사람에게 특히 많이 생긴다.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과로하고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도 발병한다. 이는 오랜 오랜시간 앉아 있으면 전립선이 압박을 받아 피가 잘 통하지 않게 되고 또 요도 내 압력이 높아져 소변이 전립선으로 역류하면서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전립선염 역시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일단 세균 및 염증의 유무에 관계없이 4~12주간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후에는 필요에 따라 항생제를 재투여하거나 소염 진통제, 근육이완제 등을 써볼 수 있다. 정병하 교수는 “환자들 중에는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다”며 “전립선염은 다양한 세균이 발생 원인이 될 수 있어 각각의 세균에 따라 적절한 치료항생제가 다르므로 원인세균을 찾아낼 때까지 고정된 주치의를 두고 꾸준히 치료하는 게 빨리 낫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립선 건강수칙

▲ 소변을 지나치게 참지 말자.
▲ 더운물에 좌욕을 자주 하자.
▲ 과도한 음주, 피로를 피하자.
▲ 건전하고 적절한 성생활을 하자.
▲ 배뇨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는 약물 복용은 조심해서 하자.
▲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자. 1주일에 5번 하루에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매일 30분 이상 빠른 속도로 걷는 것도 좋다.
▲ 운전할 때나 걸을 때 혹은 심심할 때도 항문을 조이는 습관을 기른다. 골반근육 강화에 이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 과일, 채소, 곡물류를 충분히 섭취하자. 과일과 야채엔 남성 호르몬 억제 물질이 많다.
▲ 지방과 칼로리를 제한하자.
▲ 스트레스를 관리하자.
▲ 운전기사나 사무직 종사자들은 1~2시간마다 반드시 일어나 걸어라.
▲ 배뇨장애가 발생하거나 혈뇨가 생기면 의사와 상담하자.
▲ 50세부터 되도록 해마다 전립선 검사를 받자.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