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CPU ‘괴물’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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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코어2듀오 출시 마케팅 공세… AMD 애슬론X2 가격인하로 맞불

인텔은 최근 코어2듀오를 런칭했다.

인텔은 최근 코어2듀오를 런칭했다.

안그래도 똑똑한 PC가 올 여름 지능이 더욱 높아지고 체력도 좋아졌다. ‘윈도’로 대변되는 운영체제와 함께 PC의 성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CPU(중앙처리장치)가 더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차세대 CPU 시장을 놓고 벌어지는 CPU 업계의 숙적인 인텔과 AMD 간의 뜨거운 경쟁 덕이다. 양사는 치열한 경쟁으로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놀라운 컴퓨팅 파워를 단돈 몇 만 원에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가격 떨어져 소비자 선택 폭 넓어져

CPU업계는 오랜 기간 인텔이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했다. 인텔은 독점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인텔의 하청업체이며 꾸준히 생명력을 이어온 AMD가 2003년 업계 최초의 64비트 프로세서를 출시하며 인텔의 철옹성에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64비트에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AMD는 지속적으로 고성능 제품을 내놓으며 특히 게이머를 중심으로 성능 좋은 CPU란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시장점유율도 덩달아 뛰어 최근에는 북미지역에서 출시되는 제품 중에 AMD CPU 사용 PC 비중이 50%에 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과거 싸구려라는 인식이 많았던 AMD 제품이 인텔에 비해 높은 가격에 팔리는 가격 역전현상까지 벌어졌다. 특히 인텔은 최근 ‘7월 대공습’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PC, 로엔드서버, 하이엔드 서버용 제품을 줄줄이 출시하며 AMD는 물론 IBM과 선마이크로시스템즈까지 공격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마치 그동안 쌓였던 아쉬움을 한꺼번에 표출하듯.

PC와 서버 분야를 넘나들며 벌어진 양 사의 경쟁은 속도에 이어, 코어 개수, 소비전력으로까지 확대된 상태. 적은 전력으로 더욱 효율적인 파워를 만들어 내는 것이 최근 이들 업체의 목표다. 그야말로 경쟁 속에 획기적인 최신 기술이 작은 칩 속에 속속 모인 셈이다. 이 덕분에 소비자들은 성능은 높아지면서도 전기를 훨씬 적게 소모하는 컴퓨터를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기존 32비트에 비해 데이터의 통로를 넓혀 처리 속도를 높인 64비트 프로세서 주도권 다툼으로 시작된 양사간의 경쟁은 듀얼 코어 시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듀얼 코어란 하나의 PC 중앙처리장치(CPU) 안에 CPU의 뇌에 해당하는 코어(Core)를 두 개 탑재한 것. 물론 듀얼코어라 해서 싱글코어 제품에 비해 성능이 2배로 뛰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적은 비용으로도 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데다 다중 업무에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운영체제인 윈도즈의 차세대 버전인 ‘윈도 비스타’의 출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저 사이에서 64비트 지원 듀얼 코어 프로세서에 대한 구매 관심도가 부쩍 증가했다. 윈도 비스타가 기본적으로 64비트를 지원하게 되며,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한 PC 시스템의 권장 사양으로 고성능의 프로세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AMD는 최근 그래픽 칩셋 제조업체 ATI를 인수하며 인텔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사진은 계약체결 후 악수를 나누는 양사 CEO.

AMD는 최근 그래픽 칩셋 제조업체 ATI를 인수하며 인텔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사진은 계약체결 후 악수를 나누는 양사 CEO.

인텔과 AMD 양사는 이미 2005년 상반기부터 각각 ‘인텔 펜티엄D 듀얼 코어 프로세서’와 ‘AMD 애슬론64 X2 듀얼 코어 프로세서’라는 듀얼 코어 프로세서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기업용 서버분야 듀얼코어에서 AMD에 뒤진 인텔은 특히 PC부문에서 듀얼코어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올 여름 PC업계를 어느 해보다도 뜨겁게 달군 주인공이 있으니 바로 인텔이 새로 출시한 코어2듀오 프로세서다. 출시 때까지 소비자들이 PC구매를 미루게 괴물과 같은 CPU다.

코어2듀오는 AMD와의 경쟁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인텔의 야심작. ‘펜티엄’이라는 슈퍼스타 브랜드도 버리고 과거와 단절을 선언할 만큼 획기적인 성능으로 무장했다. 코어2듀오는 CPU자체의 처리 속도는 기존 펜티엄보다 낮아졌지만 내부 구조를 개선하며 전체적인 성능이 40% 정도 높아졌다. 모바일 CPU를 기본으로 개발돼서 전력도 적게 소비한다. 탑재한 트랜지스터만 2억9100만 개에 달한다. 이러한 장점은 고성능이 요구되는 게임용 PC를 위한 최적의 이상적인 컴퓨팅 환경을 제공한다.

코어2듀오 출시 덕에 인텔은 기존 펜티엄D와 셀러론 모델의 가격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렸다. 덕분에 불과 몇 달 전까지 최고 제품이던 펜티엄D모델은 하루아침에 보급형 제품이 돼버렸다. 인텔의 공세에 맞서 AMD도 다소 늦기는 했지만 최고가 제품이던 AMD 애슬론 64 X2 가격을 50%나 낮추며 방어에 나섰다. 그 결과 펜티엄D와 애슬론 64 X2라는 고급 CPU와 셀러론, 샘프론이라는 저가 CPU의 기준도 변화했다. 바로 인텔 코어2듀오→AMD 애슬론 X2→인텔 펜티엄D순으로 CPU 성능의 순위 정의가 새롭게 형성된 것.

“비싼 CPU보다 용도에 맞는 제품을”

인텔 코어2듀오 AMD 애슬론64 X2 듀얼 코어.

인텔 코어2듀오 AMD 애슬론64 X2 듀얼 코어.

인텔 코어2듀오 PC는 기타 CPU의 가격이 워낙 떨어진 탓에 당장 경쟁력을 얻고 있지는 못하다. 가장 저렴한 코어2듀오 CPU와 새로운 칩셋을 택한 보드를 합한 가격은 40만 원에 이른다. 최고 사양 제품(코어2듀오 익스트림)의 가격은 무려 100만 원에 이른다. 인텔 직원도 이 제품의 판매가 가능할지 의심할 정도의 가격이다. 이에 비해 AMD 애슬론64X2와 같은 제품은 CPU와 보드를 합해 25만 원선에 구입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최고의 성능을 원한다면 주저 없이 코어2듀오 PC를 권한다. 가격을 떠나 워낙 성능 차이가 크기 때문. 그러나 일반적인 용도라면 한층 저렴해진 AMD 애슬론 X2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반면 가격하락에도 인텔 펜티엄 D모델들은 AMD 애슬론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고 코어2듀오와의 호환성이 없는 관계로 업그레이드가 용이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그나마 내년 이후에는 단종도 예상된다. 정세희 다나와 팀장은 “굳이 비싼 최신 CPU를 사용하는 것보다 용도와 예산에 따라 자신에게 적절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www.danawa.com)에 따르면 비싼 가격으로 판매량이 없던 AMD 애슬론 X2는 최근 인텔 코어2듀오의 출시와 그로 인한 대대적인 가격인하 덕에 판매량이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좋은 CPU라도 가격이 어느 정도 맞아야 소비자의 구매로 이어지는 것을 잘 보여준 셈이다. 그래서 코어2듀오의 등장에 바짝 긴장했던 AMD도 이제는 긴장을 풀고 인텔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

노트북 PC또한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32비트에 머물던 노트북 CPU도 AMD의 튜리온 64X2로 인해 듀얼코어 64비트 시대가 열렸고 인텔이 8월 중 모바일용 코어2듀오를 출시해 PC업체들이 관련 제품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양사의 치열한 경쟁 덕택에 소비자들은 큰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뛰어난 성능의 프로세서를 싼 값에 구매할 수 있게 된 것. 더욱이 AMD가 CPU와 ‘찰떡궁합’인 그래픽 칩셋 제조업체 ATI를 54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향후 그래픽 기능을 강화한 차세대 통합 프로세서로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선언함에 따라 업계의 변화는 한결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차세대 프로세서 시장을 놓고 AMD와 인텔이 벌일 자존심 대결이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를 갖고 지켜볼 일이다.

백종민〈아이뉴스24 기자〉 cinq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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