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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vs 골드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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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줄근한 노총각 vs 센스있는 싱글男

올드보이 김○○씨

쉬는 날에는 집에서 뒹굴며 자장면이나 컵라면으로 아침 겸 점심 끼니를 때우는 김모씨.

쉬는 날에는 집에서 뒹굴며 자장면이나 컵라면으로 아침 겸 점심 끼니를 때우는 김모씨.

김○○씨
- 직업 : 기자
- 월수입 : 대외비
- 재산 : 월세 보증금 5000만 원
- 취미 : 음주와 흡연
- 애인 : 없음
- 쇼핑 : 꼭 필요한 게 있을 때만 함
- 외모 관리 : 전혀 안함
- 차종 : 99년형 엘란트라
- 주말 보내기 : 방콕

고등학교 시절 수재 소리를 들었던 언론인 김모씨(38)는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꿈에 그리던 신문기자로 합격할 때만 해도 패기만만했다. 양손에 세상을 거머쥔 것 같았고 미래는 핑크빛인 줄로만 알았다.

20대 시절의 그는 취재수첩 하나 들고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다. 덕분에 몇 차례에 걸쳐 특종도 했다. 반면 낙종이라도 하는 날에는 홀로 자췻집 근처에서 쓸쓸히 소주잔을 기울이며 내일을 기약하곤 했다.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중 일부는 막역한 사이로 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업 특성상 그에게는 개인적 여가시간이 별로 없다. 일요일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다수 직장이 주5일 근무제를 뿌리 내린 지금도 주말 이틀 내내 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취미는 음주와 흡연, 주말엔 ‘방콕’

어쩌다 보니 결혼도 늦어졌다. 자발적 싱글이기보다는, 어영부영하다 보니 오랫동안 싱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의 유이한 취미는 음주와 흡연. 특히 폭탄주를 좋아하고 온국민이 ‘금연’을 부르짖는 21세기를 살면서도 그는 하루에 담배 2갑을 거뜬히 해치운다. 폭탄주도 수습기자 시절부터 맛을 들여 한 자리에서 8잔 정도는 끄떡없이 마신다. 덕분에 그의 복부는 임산부의 그것처럼 동그랗게 올라와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 그의 외모는 ‘망가짐’ 그 자체다. 늘 덥수룩한 머리에 굵은 테 안경, 구김이 많이 간 낯익은 옷으로 인해 실제 그의 나이보다 몇 살은 더 들어 보인다. 또 찌든 니코틴 냄새는 그의 체취가 된 지 오래다.

게다가 생활 자체가 워낙 규칙적이지 않다 보니 위장에도 벌써 이상신호가 오고 있다. 내심 ‘운동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회사 근처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을 해보기도 했으나 늘 ‘작심삼일’로 끝났다. 그는 “이제는 버리는 돈이 아까워 등록도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저축을 많이 해놓은 것도 아니다.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서울 신촌 부근 10평짜리 원룸을 월세로 얻을 때 지불한 보증금 5000만 원이 전부. 더구나 지금은 저축은 꿈도 못 꾸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회사의 재정상태가 어려워지면서 너나할 것 없이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달 월세와 관리비, 신용카드비, 휴대폰 사용료, 교통비 그리고 시골에 계신 부모에게 드리는 용돈 등으로 그가 받는 월급은 순식간에 공중분해되곤 했다. 원래 외모에 신경 쓰는 남자를 속으로 경멸해오기도 했지만 이제는 주머니 사정이 궁색해서라도 쇼핑을 맘놓고 할 수 없게 됐다. 3년 전 2000만 원 정도를 주식에 투자했다가 쓴맛을 본 후에는 재테크에도 관심을 끊었다.

어쩌다 쉬는 날이 되어도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애인도 없고, 주중 많은 일을 소화해내느라, 그리고 잦은 술자리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미느라 그의 몸이 휴식을 원하기 때문이다. 물론 딱히 나가서 할 일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해가 중천에 뜬 점심 무렵 부스스 일어나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배달해 먹고, 오후가 되면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다시 잠을 잔다. 저녁식사는 근처 백반집에서 밥을 주문해 해결한다. 그래도 그는 자신이 왜 소개팅에 나가면 인기가 없는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머리 좋고 일도 잘하는 사람이지만 그는 어쩔 수 없는 ‘올드보이’일 뿐이다.



골드보이 박준홍씨

애마, 사브를 타고 다니며 각종 레저스포츠를 즐기고 외모와 자기계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박준홍씨.

애마, 사브를 타고 다니며 각종 레저스포츠를 즐기고 외모와 자기계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박준홍씨.

박준홍씨
- 직업 : 피부과 의사
- 월수입 : 병원 월 수입 1000만 원대, 상가 월세 200만 원
- 재산 : 5억 원 상당의 상가, 주식 5000만 원, 저축 2000만 원
- 취미 : 아이스하키, 스키, 인라인스케이트, 요가와 명상
- 쇼핑 : 한 달에 한 번(의류비로 한 달 평균 50만~60만 원 지출)
- 외모 관리 : 가끔 IPL 등 전문적인 피부관리를 받고 주1회 팩이나 마사지 받음
- 차종 : 사브(SAAB 9-3)
- 주말 보내기 : 오전엔 교회 예배, 오후엔 여자친구와 데이트하거나 친구들 만나기

분당에 사는 피부과 전문의 박준홍씨(38)는 매일 아침 8시면 눈을 뜬다. 세안과 면도 후 애프터쉐이브로 마무리한 다음 그는 옷장을 연다. 옷장 안에는 색색의 와이셔츠가 한 칸 가득 걸려 있다. 어림잡아도 20벌은 넘어 보인다. 모두 겨울용만 꺼내놓은 것이란다. 또 다른 칸에는 역시 겨울용인 신사복 7벌이 가지런히 걸려 있다. 옷장 벽 행거에 걸린 다양한 다자인과 색상의 넥타이는 무려 50여 개다. 박씨는 그날의 패션 컨셉트를 머릿속에 그리며 셔츠와 넥타이 그리고 슈트를 골라 입는다. 마지막으로 전체 의상과 잘 조화되는 벨트와 안경을 골라 착용한다. 안경만 해도 자주색테, 은색테, 금테, 검정테, 무테, 뿔테 등 모두 6종류나 된다.

어머니가 정성껏 차린 아침식사를 마친 후 애마인 스웨덴제 자동차 사브(SAAB 9-3)에 올라탄다. 지난해 차를 바꾸면서 영국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마음에 드는 부품까지 구입해 손수 장착한 승용차다.

병원 진료 시작은 오전 10시. 요일에 따라 오후 7~9시에 퇴근하고 토요일은 5시에 업무가 끝난다. 그는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박씨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라고 말했다.

업무를 제쳐놓더라도 그의 일주일은 항상 많은 일로 채워져 있다. 매주 월요일 밤 10시에는 분당에서 아이스하키를 즐기고, 금요일 퇴근 후에는 압구정동에서 요가와 명상에 잠긴다. 신체와 정신적 건강을 모두 살찌우기 위함이다. 스키 솜씨도 수준급인 데다 인라이스케이트 마니아이기도 하다. 짬짬이 방송출연도 한다.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되도록 햇볕을 쬐는 운동은 피한다. 자외선이 피부를 노화시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1회 아침 일찍 출근, 환자가 오기 전에 팩을 해 피부가 생기와 탄력을 잃지 않도록 신경 쓴다. 살이 찌는 것도 경계한다. 그의 이 같은 노력은 그의 타고난 패션감각과 맞물리면서 또래 남자들에 비해 상당한 동안(童顔)을 유지하게끔 한다.

운동·취미 즐기고 주말엔 데이트

일요일 오전에는 교회에 나가지만 오후에는 주로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들을 만난다. 자주 가는 곳은 청담동 와인바나 교대역 부근의 한 레스토랑이다. 휴가 때는 해외여행을 떠난다. 지금은 공식적인 여자친구는 없는 상태. 하지만 활력이 넘치는 매력 덕분에 그동안 뭇 여성의 러브콜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는 “하루빨리 결혼해 아내에게 듬뿍 사랑을 주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페이닥터인 그가 한 달 봉급으로 받는 금액은 1200만~1300만 원(세후). 몇 년 전에는 병원을 열 목적으로 상가도 사들였다. 분당에 위치한 이 상가에서 나오는 수입만 해도 월 200만 원(보증금 5000만 원). 수입 중 그는 월 500만~600만 원을 저축한다고 한다. 조만간 취미 겸 재테크 수단으로 그림도 살 생각이다.

고액연봉자라고 해서 꼭 사치를 부리는 것은 아니다. 쇼핑을 좋아하고 실제 일반 남성보다 많은 의상과 소품을 가지고 있지만 나름대로 알뜰한 쇼핑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달 한 차례씩 옷을 사러 나가지만 주로 아웃렛 매장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명품 신사복 한 벌 정도는 기본으로 갖추고 있지만 그 외의 옷까지 굳이 값비싼 것을 구매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대신 눈썰미가 있는 그는 디자인, 색상, 심지어 바느질 상태까지 꼼꼼히 따져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옷만 입는다. 그가 매달 의류 구입비로 쓰는 돈은 50만~60만 원 정도다. 경제적 여유와 건강함 그리고 자신을 가꿀 줄 알고 삶을 즐길 줄 아는 박준홍씨야말로 진정한 ‘골드보이’다.

난 올드보이인가, 골드보이인가?

다음 사항에서 8개 이상 해당되면 골드보이
□ 대졸 이상의 학력
□ 연봉이 4000만 원 이상이다
□ 아파트 또는 개인자산 8000만 원 이상이다
□ 자가용이 있다
□ 재테크를 하고 있다
□ 수입의 일정액은 매달 의류나 패션 소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한다
□ 정확한 나의 신체 사이즈를 알고 있다
□ 일주일에 2번 이상은 반드시 운동을 한다
□ 취미활동에 적극적이다
□ 같은 옷을 이틀 연달아 입지 않는다
□ 신발이 10켤레 이상이다(구두 및 운동화 등)
□ 패션감각과 매너 있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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