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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 의해 침구술 집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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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들어와 의술로 체계화… 1962년 국민의료법 개정 때 침구사 규정 삭제

침구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침구 관련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 여성 환자가 침을 맞고 있다.

침구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침구 관련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 여성 환자가 침을 맞고 있다.

기원전 3000년께 시작됐다는 침구술(鍼灸術)이 한반도에 개화한 것은 고구려 시대로 알려져 있지만 공식적인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연대를 추정하기는 어렵다. 또 일부 역사서 등은 삼국시대 이전으로 추정하기도 하지만 의술로서 체계화된 것은 조선시대인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세종은 1438년 침뜸전문생을 매년 3명씩 선발해 전의감과 혜민국, 제생원 등 삼의사에 한 명씩 배속시킨 것으로 역사서는 기록하고 있다.

19세기 ‘내부병원’에도 침의 배치

하지만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춘 침구전문의 제도가 완성된 것은 성종에 이르러서다. 성종은 1472년 의학권장 10조를 정하면서 침구 전문의를 설치했다. 또 성종 16년(1485년)에 완성된 조선 최고의 법전 경국대전에는 의과취재에 침구 분야와 약제 분야를 분리한다고 명시돼 있다. 침과 약제에 대한 구분을 분명히 해 전문적인 의술로 체계화시킨 것이다. 특히 조선시대 명의인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과 허임이 지은 ‘침구경험방’에 의해 침구술에 대한 이론이 집대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벌을 이용한 벌침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경향신문>

벌을 이용한 벌침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경향신문>

19세기말 들어서도 이 같은 침뜸과 약제의 전문화는 계속되었다. 1889년 설립된 ‘내부병원’의 직원 중에 ‘침의’(鍼醫)를 배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1890년 내부병원의 관제를 변경할 때도 광제원에 대방의 3명, 침의 1명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일제식민지하에서도 침구술은 비교적 활발했다. 특히 일본에서 건너온 ‘침뜸의사’가 늘면서 이를 제도화하기에 이른다. 1914년 10월 조선총독부는 안마술과 함께 침술사의 자격에 대한 규정을 법적으로 제도화했다. 또 탕액을 중심으로 한방의료를 담당하던 사람들은 당시 ‘의생’이라고 불렸다. 1913년 의생규칙이 발표된 후 1년 만에 이들에게 의생면허증을 발급했다. 1944년에는 안마술, 침술, 구술영업자에서 침사(鍼士), 구사(灸士), 안마사(按摩士)로 명칭을 고쳤다가 해방 후 1951년에 마련된 국민의료법에는 침사와 구사를 의료유사업자로 규정했다. 한편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등은 의료업자로 규정했다. 1960년 4·19 이후에는 ‘의료유사업자령’과 ‘침구사자격시험규정’을 제정했지만 결국 자격시험은 실시되지 않았다. 1962년 국민의료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의료유사사업자에 관한 규정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침구의사제도 부활 전통 계승해야”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침구사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현재 80여 명뿐이다. 이마저도 대부분은 80대, 90대 나이의 고령이어서 지금은 50여 명 정도만 활동을 하고 있다. 이밖에 3만여 명의 무면허 침구사들이 자격증 제도의 부활을 꿈꾸며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대한침구사협회 김상배 사무총장(74)은 “침구술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가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침구 전문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면서 “침구술을 전문으로 하는 ‘침구의사제도’를 부활해 전통문화를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침구는 적은 비용으로 환자를 치유할 수 있다는 장점과 부작용이 거의 없어 생활의학이 될 수 있다”면서 “침구의사의 명맥이 끊기기 전에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방다이어트가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경향신문>

한방다이어트가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경향신문>

한국전통의학연구소 임성무 연구실장(67)은 “침구술에 대한 놀라운 효과는 오래 전부터 전해져 왔다”면서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침구술을 배워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생활의학의 사례를 일본의 침구사제도를 통해 설명했다.

임 실장은 “일본의 경우 손목이 삐거나 어깨가 결리는 등의 치료에는 침구술이 동원된다”면서 “노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 일본은 침구술의 천국”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한의사 제도가 없다. 대신 침구술이 발달되어 있어 침술은 대부분 침구사가 활용하고 있다. 일본이 침구술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는 침구사 국가시험 주관기관인 ‘동양요법시험연수재단’의 설립취지문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설립취지문에서는 ‘고령화 대책을 동양요법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일본에서 동양요법은 침과 뜸 그리고 안마, 마사지, 지압 등을 말한다. 현재 일본에는 3년 이상 과정의 침구 전문가 양성 기관이 130여 개에(2003년 현재)에 달하고 침구전문대학은 2001년 38개 학교에서 2003년에는 60여 개로 크게 늘었다. 특히 일본은 ‘침구의 활용분야가 21세기에는 한층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침구치료의 확대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침구치료 분야도 신경운동기계과를 비롯해 산부인과, 정신보건, 노인보건, 산업보건에 이르기 까지 크게 확대하고 있다.

북한 주체의학 확립에 큰 관심

한국, 일본과 함께 동양침구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도 정부차원에서 침구술에 적잖은 관심을 쏟고 있다. 1972년 2월 ‘죽의 장막’을 허물게 했던 미국의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도 중국 침술이 한몫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침술’은 중국 의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동양의학의 필수품인 각종 침.

동양의학의 필수품인 각종 침.

‘침구술’에 대한 관심은 북한도 크다. 풍족하지 않은 의료시설을 침구술로 다스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해방직후 전통의학(동의학)을 이론적 체계를 정립해 주체의학 확립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북한은 ‘국립동의학과학원’이라는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전통의학 연구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국립동의학과학원’에는 5개의 연구소(동의학기초이론연구소, 전통약학연구소, 침구연구소, 전통동의내과연구소, 전통의학외과연구소)와 8개의 연구실(민속의학연구실, 고전자료연구실, 진단연구실, 의료기기연구실, 생약연구실, 한약연구실, 전통의학치료연구실, 비약물치료연구실)이 있다.

북한의 보건의료수준은 질적인 측면에서 우리와 비교해 대체로 뒤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의학의 경우 이러한 일반적인 평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북한은 일제의 한의학 말살정책 속에 겨우 살아남은 전래 민간요법과 동의학을 해방 직후부터 이론적으로 체계화해 실제 각종 질병의 치료에 이용해 오고 있다.

북한은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동의학을 상당 수준까지 발전시켰으며 이를 치료 및 예방사업에 널리 활용하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정책 및 민간요법의 육성은 현대 의료기술 수준과 신의약품 부족에 따른 의료서비스 곤란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서양의 침구사제도

서양에는 고대로부터 실크로드를 통한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해 침구술 등 동양의학의 기술과 비법이 비교적 많이 전해졌다. 특히 산업혁명 등을 거친 16세기 이후부터는 동양의 침구학이 본격적으로 전파됐다.

프랑스는 침구의학이 가장 많이 수용된 나라이다. 침술 치료의 경우 프랑스 국민의 50%가 침치료를 받아본 경험을 갖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침구술에 대한 관심이 과열돼 우려가 일 정도이다.

독일도 침구술에 큰 관심을 갖는 나라 중 하나다.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와 달리 의사와 함께 간호사도 침시술을 할 수 있고 보험도 가능하다. 의사의 감독 아래 조산원이나 간호사가 침술을 행하는 곳도 있다. 독일 전체로 볼 때 침술을 하는 의사는 매우 적은 편이지만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큰 병원의 약 30% 정도에서 침술이 행해지고 있다.

영국도 지압, 천연약초물리치료 등과 함께 침구술에 큰 호감을 갖고 있다. 영국은 면허를 갖고 있는 의사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어 침치료 역시 의사의 책임하에만 행할 수 있다. 그러나 사설기관으로 영국침협회가 설립되어 있고 침구학원도 있어 침술 보급과 연구가 점차 활발해져 가고 있다.

런던에 있는 전통침구학원 같은 곳에서는 침구의학의 기초이론부터 시작해 3년간에 걸쳐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시험을 거쳐 침사자격을 부여받고 단독으로 개업할 수도 있다.

러시아에는 동양의학이 일찍부터 유럽을 통해 전파되었다. 전파된 동양의 의료술은 각 지역과 부족들의 토속 의술로 발전됐고 현재도 민간요법으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1951년에는 구 소련의 의사단 17명이 중국에 파견되어 6년간 연수를 받기도 했다. 특히 우주비행사들의 보건훈련 과정에도 침술이 포함되어 비행사들이 우주공간에서 생리기능을 조절하는 데 큰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료제공=대한침구사협회〉


침구술의 정의와 침의 종류

‘침구술’은 침과 뜸(灸)으로 인체의 경혈(經穴)에 자극을 줘 생체기능의 변조를 바로잡고 건강증진이나 질병치료를 하는 동양의술의 하나이다. 동양의학에서 물리요법의 한 분야를 차지하고 있는 침구술에 대해 그동안 의료계는 과학적 실증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황제내경’에 따르면 원래 침 종류는 참침을 비롯해 원침·시침·봉침·피침·원리침·호침·장침·대침 등 9종류로 크게 나누어져 있다. 이들 중 현재 주로 쓰이고 있는 것은 호침이다. 또 피부를 압박하거나 찰과(擦過)할 목적으로 쓰는 원침이나 시침이 소아침으로 쓰이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혈에 침을 제대로 놓을 경우 통증을 거의 못 느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큰 통증을 느낀다. 또 침은 놓은 부위에 따라 족침(足鍼,) 수지침(手指鍼), 두침(頭鍼), 이침(耳鍼) 등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전통 방식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침술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약침’(藥鍼)이다. 약물을 넣은 침으로 생김새나 치료방법이 주사와 비슷하다. 이밖에 아로마 오일을 침에 입힌 ‘향침’(香鍼)과 전류를 흘려 자극을 주는 ‘전침’(電鍼)도 있다.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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