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동방신기’는 한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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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한류 혐오’ 붐과 관련 연예소속사 ‘탈한류’ 홍보전략 펼쳐

요즘 일본에서 가수 ‘동방신기’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동방신기’가 8월에 일본에서 판매한 ‘SUMMER~Summer Dream/Song for you/Love in the Ice’라는 노래는 일본의 음악차트인 오리콘에서 8월 1일차, 8월 3일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아시아의 그룹가수로서는 처음이다. 그리고 이 노래는 8월 월간차트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동방신기’는 계속해서 ‘SHINE/Ride on’이라는 CD를 판매할 예정이다. ‘동방신기’는 왜 인기를 얻고 있을까?

오리콘이 ‘SHINE/Ride on’구입과 관련해 인터넷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래 판매 3주 전인 조사 시점에서 이미 “들었다”고 대답한 사람의 구성비 중 40대 여성들이 18.0%로 나타나 제일 많았다. 그리고 구입하려는 사람도 역시 40대 여성이 제일 많았다. 결과에서 보이듯 40대 여성들이 ‘동방신기’를 가장 지지하고 있다. 40대 여성들은 일본에서의 ‘한류’의 대명사인 ‘겨울연가’나 ‘욘사마’(배우 배용준씨의 애칭)를 열렬히 사랑했던 세대다.

“한류와 분명히 구분 짓겠다”

‘동방신기’의 소속사는 ‘avex’라는 회사다. 연예인 소속사로서는 규모도 크고 유명한 회사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동방신기’를 일본에서 성장시키기 위한 ‘avex’방침은 한류와는 분명히 구분짓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avex’는 그 이유를 “일본에서 오래 활동하기 위해”라고 설명한다. ‘avex’는 지난 8월 14일 도쿄에서 열린 한류스타 행사에 참여한 ‘동방신기’의 영상 및 사진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언론사에 밝혔다. ‘한류와 분명한 구분’ 방침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은 화상이나 사진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avex’가 한류와 분명히 구분을 지으려는 이유는 뭘까.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도 ‘avex’ 측에는 ‘한류는 붐’이라는 시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필자가 보는 또 하나의 이유로, 요즘 일본에서 급속히 떠오르는 또 다른 ‘붐’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혐(嫌)한류’라는 만화책이 있다. 이 책은 2005년 7월에 첫 출판되었다. 후속편인 ‘혐한류2’가 2006년 2월에 출판되고 2007년 8월에는 ‘혐한류3’이 판매되었다. 이 책 제목은 두 가지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첫째는 ‘한류를 싫어한다(혐·한류)’는 뜻이다. 그리고 둘째는 ‘한국을 싫어하는 흐름(혐한·류)’이다. 이 책이 다루는 주요내용은 한·일관계에서 쟁점이 된 이슈(역사 인식문제, 독도문제, 한국의 반일감정, 재일동포들에 대한 차별 등)를 일본 극우적인 입장에서 설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일제시대 때 일제가 인프라를 정비하여 좋은 것을 했다든지, 재일동포가 일본사회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들을 담은 만화다. 그리고 ‘한류’ 특히 ‘욘사마 붐’에도 의문을 던진다.

‘혐한류’ 만화책 베스트셀러로

만화 ‘혐한류’ 의 표지.

만화 ‘혐한류’ 의 표지.

일본 서점에 가면 한국이나 중국 그리고 북한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쓰는 책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을 싫어하는 책이 나온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만화책은 현재까지 78만 권이 넘게 팔렸고, 2006년 베스트셀러 책 중의 하나다.

1990년대까지 일본의 입장에선 한국이나 북한을 생각할 때 역사나 정치를 떼어 생각할 수 없었다. 그만큼 한·일이나 북·일은 가깝고 그 가까움 때문에 정치적인 대립이나 갈등이 많았다. 그리고 아직도 북·일관계는 정치적인 대립이나 갈등을 뛰어넘을 수 없다. 일본사람들은 북한사람들의 문화에 접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작한 ‘한류’는 일본사람들에게는 한국을 생각할 때 정치나 역사를 떠나서 생각할 수 있게끔 해주는 첫 큰 흐름이었다.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연예인들이 정치나 역사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만화 ‘혐한류’가 유행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이나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멸시 감정, 싫어하는 감정이 아직도 일본사회에는 남아 있다. 역사와 깊은 관계를 갖는 이러한 일본사회의 분위기가 ‘한류’의 성장에 장애로 작용하는 것이 지금 상황이다.

‘한류’가 일본사회 속에서 가지는 힘은 아직도 크다. K-pop, 한국드라마, 한국영화가 일본사회에 뿌리박았다. 하지만 그 뿌리는 아직도 성장하는 과정이며 큰 바람이 불면 쓰러질 수도 있다. ‘한류’의 뿌리가 든든해지기 위해서도 한·일 역사 갈등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을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야 할 때다.

송승재〈재일코리안청년연합(KEY)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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