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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흉가는 ‘제천 늘봄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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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뒤 방치 동네·인터넷에 흉흉한 소문 나돌고 귀신 이야기만 요란

[특집]한국 대표 흉가는 ‘제천 늘봄갈비’

그곳은 갑자기 나타났다. 중앙고속도로 봉양육교 진입 초반. 제천 나들목에서 2km 전방쯤이다. ‘늘’자만 온전하고 나머지 네온사인 간판 글씨는 거의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첫눈에 ‘그곳’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늘봄갈비. 한국도로공사 본사 관계자도 그곳의 소문은 익히 들은 모양이다.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나서 주인이 죽었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사실 아닌가요.” 도로공사 쪽은 고속도로 육교에서 내려다보이는 지점이 어디라고 특정하길 꺼려했다. 괜히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구경하기 위해 주·정차라도 한다면 사고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방송 60여 차례 대표 흉가 유명세
제천 톨게이트를 지나 5km 가량을 반원형으로 커브를 돌아갔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았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이곳 앞마당은 의외로 넓다. 도착한 현장엔 차량 한 대가 정차해 있었다. 밖에 나와 건물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 기자가 차를 세우자 황급히 현장을 떠났다.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한 방송사 작가가 천장에서 여자귀신을 봤다는 글을 남겨서인지 천장 곳곳은 확인하려는 사람에 의해 뚫려 있었다.

한 방송사 작가가 천장에서 여자귀신을 봤다는 글을 남겨서인지 천장 곳곳은 확인하려는 사람에 의해 뚫려 있었다.

이날 저녁까지 기자가 머물던 동안 수많은 차량이 ‘늘봄갈비’에 들렀다. 평균 잡아 30분에 한 대 꼴이었다. 지나가는 차들은 속력을 늦췄다. 어떤 ‘사연’을 알고 있는 듯한 운전자는 동승객에게 건물을 가리키며 뭔가 설명했다.

고속도로에서 이곳으로 오는 길목엔 굴다리가 있다. 만들어진 지 꽤 된 듯 보이는 굴다리는 상·하행선 도로 하나씩 동그렇게 뚫린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너머 식당 겸 잡화점 이름이 ‘안경다리 슈퍼마켓’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동네주민들은 이 굴다리를 ‘안경다리’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특히 매년 여름만 되면 젊은 사람이 많이 찾아와요. 한밤중에 찾아와서 라면 같은 걸 사면서 ‘늘봄갈비’가 어디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슈퍼마켓 여주인이 무심히 말한다. 여주인은 동네사람도 그곳이 그렇게 유명한 곳인지는 둔감하다고 전했다. 그런데 요즘엔 케이블TV 재방송을 통해 ‘그곳’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귀신들린 집이니 하는 이야기는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여주인은 지나가는 말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몇 년 전인가, 동네 젊은 청년들이 우리 가게에 모여 술을 마시면서 하는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들었어요. 그곳 안에 남자 시체가 한동안 유기돼어 있었다고 하는데….”

중앙고속도로에서 내려다본 늘봄갈비. 한국도로공사 측은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고자 위치 특정을 꺼려했다.

중앙고속도로에서 내려다본 늘봄갈비. 한국도로공사 측은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고자 위치 특정을 꺼려했다.

‘늘봄갈비’는 매년 여름만 되면 TV납량 프로그램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유명 흉가다. 다음 흉가체험 동호회 이동욱 회장(32·스타앤에스엔터테인먼트 기획총괄이사)에 따르면 ‘늘봄갈비’가 방송에 등장한 것은 2002년 무렵부터 지금까지 60여 차례. 그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한국의 대표적 흉가로 이곳을 찍어갔다. 국제적 명성도 얻은 셈이다.

한 여행사는 이곳에서 “심령사진을 비롯해 귀신 증거물을 찾은 사람에게 현금 3000만원과 다이아몬트 커플링을 주겠다”는 ‘고스트헌트’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지난 2004년 봄,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한 지역방송의 여성 작가가 ‘늘봄갈비’에서 자신과 방송팀이 겪은 체험기라며 올린 글이 화제를 모았다. 이 여성 작가의 증언에 따르면 촬영을 시작하자 자꾸 캠코더의 포커스가 안 맞고 배터리가 방전되는 등의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급기야는 부서진 천장의 틈에서 “‘먼지덩어리 같이 뽀얗고 윤곽은 불분명하지만 사람 얼굴 형체가 분명한’ 여자가 얼굴을 내밀고 씨익 웃었다.” 동행한 영매는 작가에게 “팔이 묵직하지 않냐”고 물었다. 작가는 왼팔이 아팠지만 일부러 오른팔을 주물렀다. 영매는 “아니…그 팔 말고 왼팔. 거기 조그만 꼬마 애 둘이 매달려 장난치잖아”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이 집에 얽힌 사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월 말 한 대형 인터넷커뮤니티에 ‘제천 늘봄가든(늘봄갈비의 오기인 듯. 이하 늘봄갈비)의 알려진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십수 년 전, 늘봄갈비는 그래도 꽤 이름난 맛집이었다. 종업원 한 명과 주방장을 맡은 사장, 그리고 그의 아내가 식물인간인 딸과 함께 살았다. 딸이 죽고 얼마 뒤 종업원과 주인도 교통사고로 즉사한다. 이어 남편은 그곳 주방에서 가스를 틀어 자살했다.

손님 끊긴 뒤 퍼진 소문들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법사·무당들이 이구동성으로 여자귀신이 있다고 지목한 2층의 화장실. 고물장수들이 욕조 등을 뜯어가 폐허가 되어 있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법사·무당들이 이구동성으로 여자귀신이 있다고 지목한 2층의 화장실. 고물장수들이 욕조 등을 뜯어가 폐허가 되어 있다.

그 후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손님이 고기를 시키지도 않았는데 누군지 알 수 없는 종업원이 고기를 가져다 줬다’, ‘설거지를 미루고 퇴근해 아침에 출근해보면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손님이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 누군가 뒤통수를 때린다’는 등의 이야기도 있다. 소문에 소문이 꼬리를 물어 결국 집은 폐허가 됐고, 그곳에서는 알 수 없는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시점에 이곳을 소재로 올려진 다른 글. 체험담 형식으로 되어 있는 이 글은 어느 새벽, ‘담력내기’ 비슷하게 늘봄갈비를 방문한 학생들이 그곳 2층에서 사람형체의 검은 그림자와 조우했다. 그곳에서 차를 타고 도망쳤지만 계속 같은 자리에서 맴돌아 정신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갔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 모든 게 귀신의 장난이다. 인터넷에서는 이곳을 방문해 찍은 사진도 많다. 사진에는 정체불명의 하얀 원이 많이 등장한다. 사진들 속에서 원령(怨靈)의 모습을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있다.

카메라를 들고 늘봄갈비 안을 들어가 봤다. 핀트가 맞지 않는다든가 배터리가 나가는 등의 현상은 생기지 않았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아서인가.

건물 안은 종교의 각축장이다. 입구에는 누군가 써 붙 여놓은 부적이 찢겨 흔적만 남아있다. 막 들어간 건물 벽엔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다시 건너편 기둥에는 ‘관세음보살’이라고 적혀 있다. 2층 방 안쪽엔 “사람을 의식치 말고 주예수를 의식하며 느끼며 바라보라”라는 말이 눈에 띈다. 맞은 편에 보이는 교회의 그림도 그려져 있다.

그곳은 또한 담력시험장이었다. 입구의 주방 옆 타일엔 청소년이 쓴 듯한 ‘귀신 보러 왓쎄요!!’라는 글귀가 그림과 함께 그려져 있다. ‘안동대 ○○과 ○○○왔다감’과 같은 글귀가 낙서의 표준이다. ‘잠꾸러기♡구박장이’라는 낙서도 눈에 띈다. 연인으로 보인다. 이들이 남긴 기념일은 대부분 2003년경에서 올해까지다. 시기적으로 지난해 여름에 적힌 글이 많았다.

늘봄갈비 건물 안은 방문객들의 낙서로 가득했다.

늘봄갈비 건물 안은 방문객들의 낙서로 가득했다.

“귀신없어! 집(에) 가”라는 낙서도 눈에 띄지만 심상찮은 낙서도 있다. “어디든 잘 가이소, 부디.” 지난 6월 23일 왔다 간 것으로 보이는 한 커플은 “아가야 담에 또 올게, 할아버지 휴지 못드려서 죄송해요 ㅠ.ㅠ”라는 글을 남겼다. 그들은 정말 이곳에서 뭔가를 본 것일까. 슈퍼마켓 여주인이 ‘할아버지’에 대한 설명을 했다. 지난 2007년 한 노숙인이 이곳에 살았다. “대학생들이 그 할아버지에게 용돈 같은 걸 준 모양이에요. 종종 라면이나 소주를 사러 오기도 했거든요.”

다른 설명도 있다. 늘봄갈비에서 1994년부터 4년간 장사한 김창실씨(70) 부부는 동네에 한 실성한 처녀가 있었는데 폐가가 된 뒤 이 처녀가 거기를 자주 드나들었다고 기억한다. “흰옷을 입고 물건을 보이는 데로 들고 그곳에다 가져 놨는데 그냥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어떤 생각을 하겠어요? 불 꺼진 집 안에 하얀 옷 입은 여자가 왔다 갔다하는데….” 김씨 부인도 늘봄갈비와 관련해 인터넷에 유포돼 있는 것과 비슷한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하루는 내가 옥수수 밭에 일하러 갔는데 일하러 나온 아줌마들이 그러는 거예요. 늘봄갈비에 손님들이 밥 먹으러 갔는데 상을 차려놓으면 문이 열리면서 귀신이 상보를 쫙 끌어내는 바람에 반찬이 다 날라가더라고…. 내가 거기서 3년 넘게 장사를 했는데 그런 일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건물 안은 ‘종교의 각축장’

건물 밖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 물이 가득 차 있다.

건물 밖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 물이 가득 차 있다.

김씨는 “새벽 늘봄갈비 안에서 도깨비불이 보였다”는 소문과 관련해 이렇게 풀이한다. “귀신 봤다는 사람들이 본 건 고등학생들이 촛불 켜놓고 춤추고 논 것을 본 것입니다. 시내의 불량학생들이 그곳이 폐가가 된 뒤 자주 갔는데 아, 전기가 끊겼으니까 당연 촛불을 켜고 논 것 아니겠습니까.” 마을 주민들의 생각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늘봄갈비 바로 길 건너에서 텃밭을 일구던 한 아주머니는 “내가 몇 년째 이곳을 오가고 있지만 귀신이니 도깨비니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라며 “모두 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늘봄갈비 건물에서 500여m 맞은 편에는 감리교 소속 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이 교회는 한때 늘봄갈비 뒤편에 위치해 있었다. 김종오 담임목사는 파출소에 신고를 할까도 생각했다고 말한다. “관광버스까지 대절해 와서 밤1~2시에 웩웩 비명을 질러대는데 잠을 잘 수 있어야지.” 인터넷에는 그가 늘봄갈비 건물을 인수했다는 글도 올라있다. 사실일까? 그는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라고 답했다.

최근에 늘봄갈비 방문자들이 남긴 흔적. 양초를 켜고 술을 마신 듯했다.

최근에 늘봄갈비 방문자들이 남긴 흔적. 양초를 켜고 술을 마신 듯했다.

늘봄갈비는 언제부터 ‘전국구 대표 흉가’가 됐을까. 동네주민들과 김목사, 늘봄갈비에서 장사를 한 김창실씨 등의 말을 종합하면 2000년 전후다. 김목사는 처음엔 건물이 멀쩡했다고 말했다. “한동안 문만 닫은 상태였다. 그런데 고물장사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돈될 만한 것을 뜯어갔다. 주로 쇠붙이었다. 우리는그런 줄도 모르고 이제는 누가 장사를 하고 내부구조를 바꾸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건물이 험해지고 창틀까지 뜯기면서 흉가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07년 MBC의 교양프로그램 ‘잡지왕’에서는 이곳을 취재하면서 양수기를 동원해 지하실에 가득 찬 물을 뺐다. 지하실에 남자 시체가 있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물이 다 빠진 지하실 바닥에는 빈 플라스틱 통과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뿐이었다. 헛소문이었다. 기자가 방문한 7월 중순, 지하실은 다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건물 외벽에 나 있는 지하실 출입구 입구에까지 검은 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왠지 섬뜩했다. 김창실씨는 “이전부터 항상 지하실에 물이 차서 퍼내지 않으면 금방 차곤 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늘봄갈비가 들어서기 전 그 자리에는 오막살이 초가집이 있었고, 김모씨 모자가 살았다고 기억했다. 김씨 모친은 3년 전 세상을 떠났다.

그 땅을 사들여 늘봄갈비 건물을 지은 사람은 이웃마을 최한규씨(53·건설업)다. 최씨가 몇 개월 장사하다 김씨에게 넘겼고, 김씨는 전세로 들어가 그곳에서 장사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장사가 잘 됐다”고 회고했다. “특히 제천시에서 손님들이 많이 왔고, 세명대 교수들이 단골로 다녔는데….” 장사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시기적으로 중앙고속도로 개통과 비슷하다.

늘봄갈비 앞길은 제천에서 원주를 갈 때 가로질러가는 지방도로다. 그래도 김씨는 이곳에서 돈을 벌고 나왔다. 그러나 김씨 다음으로 이곳에 들어간 박씨네는 완전히 망했다.

김목사의 말. “어느 날 그 박사장이 오더니 자기가 건물을 샀다는 겁니다. 외지사람인데…. 그런데 조금 이상했어요. 스피커를 틀어놓고 여자애들이 와서 춤추는 거 있잖아요? 이 시골에 지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그런 것을 하더니 한 보름이나 되었나… 그러다가 어느 날 보니 사람이 바뀌었어요.” 김목사가 기억하기엔 할머니와 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얼굴에 근심이 끼어 있었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그 뒤 조금 복잡해졌다. 몇 사람이 주인이라고 다녀갔다. 서로가 주인이라고 했다. 늘봄갈비의 등기부등본을 떼보면 현재 주인은 서울 창신동에 거주하는 박○○씨로 되어 있다. 주인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박○○씨는 ‘박사장’과 다른 사람이다. 그 후 10년. 아무도 살지 않게 되자 이곳은 자연스럽게 폐가가 됐다.

전 주인 “흉가 소문 터무니 없어”

입구에 누군가 붙여 놓은 부적이 찢겨 있다.

입구에 누군가 붙여 놓은 부적이 찢겨 있다.

늘봄갈비와 관련된 이야기로 꼭 거론되는 것이 교통사고다. 늘봄갈비의 원령들 때문에 교통사고가 자주난다는 것이다. 한 케이블프로그램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 극화해 방송했다. 늘봄갈비 앞 논에 덤프트럭을 처박고 죽은 운전기사의 망령이 사고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한 동네 주민은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지난해 한 아기엄마가 늘봄갈비 위쪽 방앗간 건너는 길목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귀띔했다. 가장 많은 이야기는 늘봄갈비 앞마당 연못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다. ‘건물 안에 시신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이 사고로부터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확인 결과 사고는 첫 주인 최씨가 장사를 할 당시에 벌어졌다.

동네 주민들은 최씨의 소재를 몰랐다. 약간의 단서를 가지고 제천읍 동사무소를 방문했다. 막노동을 하고 있는 최씨와 결국 연락이 닿았다. 언론과 최초 인터뷰다. 그는 그때 그 사건을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영업을 끝내고 밤 10시30분에서 11시쯤 무렵이었나… 내가 2층에 있었는데 갑자기 천둥치는 소리가 나는 거였습니다.” 최씨는 외등을 켜고 내다봤다. 연못에 베스타 봉고차 차 한 대가 걸쳐 있었다. 마당에는 웬 택시 한 대가 서 있었고, 여자 한 명이 나와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동네가 워낙 좁은 바닥이어서 택시 기사가 아는 사람이라. 아줌마가 택시를 타고 쫓아왔대요.” 부부 사이의 일이었다. 복잡한 사연이다. 봉고차를 탄 남자가 죽었으리라는 예감은 맞았다. 부서진 연못은 나중에 보상받았다. “그래도 사람이 죽고 그래서 찜찜해서 메웠죠. 보상금 받은 걸로는 그 사람 위령하는 제사 지내고.” 최씨에게 이 집과 관련한 소문을 물었다. 그는 펄쩍 뛰었다. “그래도 내가 지은 집인데, 하루는 스님이 들러 이야기해요. 이 집 터가 너무 좋다고. 주인이 돈 벌고 나갈 거라고.”

그가 돈을 벌고 나간 건 사실이었다. 물론 그도 나중에 벌어진 ‘사태’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 밖에서도 매상이 보이지 않습니까? 그래도 내가 할 때는 주차장에 차가 북적댔는데…. 썰렁하니 기분이 좋진 않습디다.”

최씨에게 풍수를 거론한 스님의 말은 각종 TV 프로그램에 나온 무당, 퇴마사들의 주장과 정반대다. TV프로그램에서 이곳을 방문한 퇴마사들은 건물의 터와 뒷산의 무덤, 고속도로 등의 문제를 주장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서울 마포에서 퇴마사 김영기 법사를 만났다. ‘빙의는 없다’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 그는 그동안 각종 퇴마프로그램 TV 출연으로 이름을 날린 이다. 그는 늘봄갈비도 여러 번 방문했다. 기자를 만나 하는 첫 마디. “아무 일도 없었죠? 그렇게 다 뚫리면 귀신도 떠나는 법입니다.” 그는 늘봄갈비엔 더 이상 원귀가 없다고 말했다. 이전에 그곳에 머물던 귀신도 다 흘러들어온 귀신이지, 원래부터 머물던 귀신은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늘봄갈비보다 강화도 황금 H목장, K 정신병원 등 다른 유명 흉가가 ‘더 살벌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흉가체험동호회 이 회장은 흉가를 방문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고 했다. 절대로 어떤 것도 들고 나와서는 안 된다. 들고 나오면 반드시 ‘흉사’가 있다는 것이다. “동호회 회원들끼리 방문할 때는 잘 지키는 데 일부 개별적으로 방문하는 경우 잘못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시 늘봄갈비. 해가 졌다. 늘봄갈비 도로 맞은편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차들이 항의의 표시로 클랙션을 누르고 간다. 아마 깜짝 놀랐다는 뜻이리라.

이날 한밤중까지 기자가 머무르는 동안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빗방울이 한두 방울 내리기 시작한다.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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