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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주력 독도함 ‘이빨 빠진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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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역 2년 넘도록 핵심 무기 함상용 헬기 탑재 못해

독도함. <경향신문>

독도함. <경향신문>

한국 해군의 대형 수송함이자 상륙함정인 ‘독도함’의 전력화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는 별개로 독도함이 본연의 임무 이외에 관광·시찰용 및 대외행사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독도함은 지난 2002년 한진중공업이 해군으로부터 수주를 받아 건조했으며, 2007년에 취역했다. 독도함은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형 수송함으로 축구장 두 개를 합쳐놓은 것과 비슷한 길이다. 준항공모함급인 독도함은 1만4000t급으로 길이와 폭이 각각 199m와 31m이며, 최대 속력은 23노트이다. 승선인원과 상륙군은 각각 300여 명, 700여 명을 탑승시킬 수 있다. 독도함은 대함 유도탄 방어 유도탄(RAM), 근접방어 무기체제(CIWS)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독도함의 주요 임무는 유사시에 상륙작전을 위한 대규모의 병력과 장비 수송이다. 해상기동부대나 상륙부대의 지휘함 기능도 부여받고 있다. 예를 들어 전쟁이 발생한 경우 독도함은 적의 후방 먼 바다에 정박해 병력을 상륙시키는 데 사용되며, 상륙 부대의 지휘소로도 사용하도록 돼 있다. 독도함은 이 같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헬기 ▲전차 ▲장갑차 ▲트럭 ▲고속 상륙정 등을 탑재할 수 있다. 이 밖에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파병, 재난구호지원 및 대테러 작전 활동 등 대외정책 임무도 독도함이 수행하게 돼 있다.

그러나 해군은 독도함이 취역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핵심 탑재대상무기체계인 함상용 상륙기동헬기(KUH)와 함상용 상륙공격헬기(KAH)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독도함에 탑재할 예정인 함사용 기동헬기 및 공격헬기는 14대 정도로, 해군은 2018년부터 탑재를 시작해 2023년에 완료할 것이라고 돼 있다. 독도함이 운영된지 16년 만인 2023년에야 비로소 실질적인 전력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2023년에야 비로소 실질적 전력화
그나마 2018~2023년 함상용 헬기 탑재 목표도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올해 개발을 끝낸 한국형 기동헬기(KUH·육상용)를 함상용 기동 및 공격헬기로 개조하는 데 성공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2018~2023년 함상용 헬기 탑재에 따른 전력화 가능성이 모호한 상황이다. 이 기간에 함상용 헬기에 대한 기술개발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으며, 개발비용의 규모와 분담 주체도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육상용 한국형 기동헬기 기술 개발에 대한 내년도 예산 30억원도 전액 삭감된 상태여서 이런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관련 부처와 업체인 방위사업청(방사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함상용 헬기 생산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한국형 기동헬기(KUH) 주관 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지금은 육군용인 한국형 기동헬기(KUH)를 양산하기 위해 집중하는 단계”라면서 “독도함에 탑재하는 함상용 헬기를 개발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방사청 관계자도 “한국형 헬기 기본형(육상용)을 일단 만들고 기본형이 완료된 뒤 해상용으로 갈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기동형 및 공격형 헬기를 100% 국산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함상용 헬기는 한정된 공간(격납고)에 실어야 하기 때문에 날개를 접이식으로 제작해야 하는 등 기술 개발이 더 복잡하다. 함상용 헬기는 ▲바닷물에 견디도록 하기 위한 방염 처리 ▲ 해상작전시 추락했을 때 구조할 수 있는 비상구조장비 ▲야간, 악천후시 자동으로 방향을 지시하는 장치(TACAN) 등을 갖춰야 하는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해군이 자랑하는 독도함이 아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해군은 물론 우리 군 전체에도 손실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9월24일 국회에서 열린 합참의장 인사청문회에서 이상의 합참의장 후보자가 위원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우철훈 기자>

9월24일 국회에서 열린 합참의장 인사청문회에서 이상의 합참의장 후보자가 위원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우철훈 기자>

일각에서는 육군 위주의 예산 배정이 해상 헬기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사 전문지 <디앤디 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해군 전력의 핵심지표 가운데 하나인 독도함의 작전공백 상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우리 군이 전력의 포커스를 지상군에 맞추다 보니 해군은 찬밥 신세가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독도함이 참가하는 해군의 기동·상륙 훈련은 당분간 형식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해군은 기동 훈련 때 함상용 헬기 대신 수송용 헬기인 UH60을 사용하고 있다. ‘꿩 대신 닭’인 셈이다. 더욱이 육상용인 UH60의 기체에 방염 처리가 되어 있지 않다 보니 바다 위가 아닌 저수지 위에서 기동훈련을 실시하는 웃지못할 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방염 처리가 돼 있지 않은 UH60이 해상에서 훈련하면 훈련 뒤 헬기 기체를 세척해 염분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고육책으로 짠 바닷물이 아닌 저수지나 담수호 위를 비행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것.

정부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인정했다. 이상의 합참의장은 최근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독도함에 함상용 헬기가 배치되지 않아 단독 작전이 불가능하다”는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의 지적에 대해 “한국형 기동헬기의 전력화 시기를 고려해 2016년으로 배치 시기를 연기했다”고 말했다.

관광·시찰용 대외행사에 동원 비판
일각에서는 독도함의 전력화를 앞당기기 위해 러시아제 헬기를 구입하자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받아야 할 러시아 차관 대신 해상용 러시아 헬기를 들여와 즉시 전력화하자는 제안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해군은 애초 러시아 카모프 헬기를 개조해서라도 조기에 전력화를 완료하려 했지만 국방부와 합참이 개발 성공 가능성과 개발비용이 미지수인 한국형 기동헬기를 개조해 탑재한다는 정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헬기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군사 전문가는 “러시아제 카모프 헬기를 들여오면 운영·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 “러시아로부터 해상용 헬기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헬기 자체를 구입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독도함이 관광·시찰용으로 이용되고 대외행사에 동원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월 독도함은 우리나라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발사 관람을 위해 동원되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나로호 발사를 홍보할 목적으로 국민들을 독도함에 승선시켜 나로호 발사 장면을 보도록 한 것. 해군 측은 “최초 발사 예정일인 8월11일에는 독도함의 훈련 일정이 없어서 교육과학기술부의 요청으로 행사에 동원됐다”면서 “그러나 실제로 나로호를 발사한 8월25일에는 이미 훈련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나로호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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