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있는 익사체는 건들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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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찐다. 이런 날씨엔 역시 괴담이 제격이다. “이 이야기는 100% 실화입니다. 제가 강원도에서 군 생활을 할 때였습니다. 한참 일만 하는 일병 때 여름이었습니다….” 1~2년 전부터 퍼진 글이다. 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글쓴이인 일병과 ‘박병장’이라는 선임이 같이 홍수가 난 마을 복구 작업에 동원됐다. 물에 잠긴 지역에서 보트를 타고 작업을 하는데, ‘검은 잡초’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글쓴이는 시체처럼 보여 박병장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웬걸, 박병장은 시체가 아니라며 외면했다. 소방관들에게 확인을 부탁하고 돌아온 다음 날, 시신수습 작업을 하던 소방관이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중에 박병장은 주인공을 불러 조용히 말한다. “어렸을 때 경험해봐서 아는데, 강에 빠져 죽은 사람이 있을 땐 그 사람이 어떻게 죽어 있나를 눈여겨봐야 한다. 만약 시체가 서 있다면 절대 건드리면 안 돼. 왜냐하면 그건 물귀신이거든.”

물귀신이 된 영혼은 자기가 빠진 자리에 누군가를 채워넣어야만 승천이 가능하기 때문에 ‘반복해서 사고가 나는 지점’이 있다는 게 박병장의 설명이다. 한 누리꾼은 이 이야기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수중시체를 수습하는 사람들에게는 3대 불문율이 있는데, 해가 지면 반드시 물에 들어가면 안되며, 비가 와도 안되고, 세번째가 ‘서 있는 시체는 절대 건드리지 말 것’이라네요.”

어쨌든 저 업계에 저런 소문이 있는 것은 사실일까. 대한잠수구조사협회에 물어봤다. 이 협회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서 있는 시체를 목격한 적도 없고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물 귀신 이야기도 물에 들어가면 소용돌이치는 곳이 있고, 이런데 들어가면 한 시간이 지나도 시신이 떠오르지 않는 곳이 있는데, 그런 경우를 말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수난구조 업무를 하는 중앙 119구조대 긴급기동팀 수난반 최영일 반장의 첫 반응. “허허… 인터넷 상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지만 물속에 빠져 죽은 사람이 서 있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대신 자신이 경험한 바로는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익사체의 경우 남녀차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보통 남자 시신은 엎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 여자는 누워 있는 상태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치고 궁금하다. ‘서 있는 시체를 건드리면 안 된다’까진 아니라도 보통 어떤 업종이건 간에 ‘터부’는 한두 개쯤 있게 마련일텐데. 최반장은 “중앙 119구조대는 강원도뿐 아니라 제주도까지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인데 ‘시신 인양작업을 할 때 어떤 건 하면 안된다’는 건 딱히 없다”고 덧붙였다. 그 역시 나름대로의 ‘물귀신론’이 있다. “그런 것은 있다. 아무리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이쯤 되면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가 의외로 바닥에 발이 안 닿으니 당황한다든가… 계곡 같은 데도 꼭 그런 지점이 있다. 그래서 그런데서 반복해서 사고가 나면 동네 나이드신 분들 사이에서 ‘저기엔 귀신이 붙었다. 물속에서 잡아 당긴다’이런 소문이 나는 것이고….”
어쨌든 ‘물속에 서 있는 시체=물귀신’은 적어도 업계에 퍼져 있는 이야기가 아닌 모양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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