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10원’ 주문한 사람들은 받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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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한 지방 매체의 보도였다. 유통기한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모 식품회사의 컵라면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런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식품회사 영업사원이 해당 제품을 수거하면서 라면 한 박스 따위로 무마(?)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게 언론에까지 알려지는 경우는? 당연히 그 무마책이 안먹혔기 때문이다. 사진을 봤을 때 화랑곡나방의 유충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한 쇼핑몰에 오른 10원 컵라면 이미지. 소문을 접한 누리꾼이 앞 다투어 대량구매에 나서 주문이 폭주했다.

지난해 8월 한 쇼핑몰에 오른 10원 컵라면 이미지. 소문을 접한 누리꾼이 앞 다투어 대량구매에 나서 주문이 폭주했다.

그런데 누리꾼의 공감을 얻은 답은 조금 엉뚱했다. “그래서 10원에 팔았던 것이군.” 설명이 필요한 의견이다. 누리꾼은 그걸 ‘전설의 ○○○ (컵라면 제품 이름) 10원 사건’이라고 불렀다. 어떤 사건일까? 캡처된 이미지를 보면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컵라면을 파는데, 바로 그 제품의 가격이 10원으로 표시가 되어 있다. 쇼핑몰 측의 실수로 ‘0’을 한두 개 빼먹은 거다. 순식간에 소문은 인터넷을 돌았다. 쇼핑몰에 쇄도한 누리꾼들은 앞 다투어 그 라면을 주문했다.

말이 10원이지, 파격적인 가격이다. 캡처된 이미지를 보면 누리꾼은 대량구매에 나섰다. “100개 주문했습니다.”(누리꾼 아싸), “3000개 주문 완료요.”(누리꾼 용개) 많이 주문한 것 같지만 100개를 주문한 경우 100×10, 그러니까 1000원을 결제했다는 소리다. 이런 사람도 있었다.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려고 1억 개를 주문했는데, 안 보내주는 거 아니야 이거?” 누리꾼은 ‘10원 사건 뒷이야기’를 궁금해 했다. 당시 쇼핑몰 측은 사과 공지를 내 “평일도 아닌 휴일에 판매 문제가 생겨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진짜로 저거 다 보내줬으면 망했을 것 같은데.

해당 쇼핑몰에 들어가 봤다. 아직 건재했다. 문제의 라면은 지금도 판다. 가격은 900원. 쇼핑몰 대표와 통화했다. “아, 바쁩니다. 그런 거 이야기하기 싫습니다.” 짜증난 목소리였다. 한 직원에게 사연을 물어봤다. 사건은 2009년 8월, 그러니까 1년 전 벌어졌다. 이 직원은 자신이 들어오기 전에 벌어진 사건이라 자세히 모른다고 전제한 뒤 말을 이었다. “아직도 그때 일로 전화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왜 물건을 안보내느냐고 시비하는 사람이 며칠 전에도 있었어요.” 사장이 골치 아파 할 만한 뒷이야기다.

그나저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예컨대 직원이 상품 가격을 잘못 올려 벌어지는 분쟁’은 꽤 될 것 같다. 소비자원에 물어봤다. 예상은 맞았다. 종종 있는 분쟁이다. 한국소비자원 정순일 부장은 “일부 쇼핑몰의 경우 평판 관리 등의 차원에서 잘못된 가격에 물건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법상으로는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즉 관련법인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의 15조 2항을 보면 공급이 곤란한 사연을 지체 없이 밝히고 3영업일 내에 대금 환불 등의 조치를 취했다면 쇼핑몰 측도 그 거래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경우 쇼핑몰이 공지를 통해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을 밝혔고(사과 공지문), 또 대금을 3일 이내에 환급했다면 ‘10원 컵라면’은 받아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결국 어디 쇼핑몰에서 가격 잘못 낸 것을 이용해 주문해놓고 물건을 내 놓아라… 하는 건 안 통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뭔가 조금 아쉽지만, 웃음을 준 것만 해도 족할 듯 싶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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