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국격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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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패러디를 낳은 서대문구청의 전단.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패러디를 낳은 서대문구청의 전단.

G20 행사가 끝났다. 아마 이 기사가 나갈 즈음에는 광화문 빌딩들이 경쟁적으로 내걸었던 ‘G20 성공 기원’ 대형 걸개도 내려졌을 것이다. 2667억원에서 450조원에 이른다는 경제효과가 나타날지,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던 ‘국격’이 올라갈지는 더 지켜보자. 어쨌든 누리꾼이 증언하는 ‘체험! 국격의 현장’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이건 뭔가… 부잣집 애들하고 파티할 거니까 주변에 어슬렁거리지 마라, 이런 분위기?”(누리꾼 꿀땅콩), “세계를 스토커로 만드는 눈빛 묘사가 탁월하군요.”(누리꾼 굶은버섯스프)

한 전단에 대한 품평이다. 촛불시위가 ‘명박산성’을 남겼다면 이번 G20 행사는 이 전단을 남겼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음식물쓰레기 배출을 자제해 주십시오.” 자제해야 할 이유는 ‘G20 행사의 성공’과 ‘쾌적한 주변 환경’을 위해서다. 전단을 제작한 곳은 서대문구청 생활자원과. 불만이 쏟아졌다. “그러니까 3일 동안에는 먹지도 싸지도 말아달라는 소리냐.”

동국대 옆 장충파출소 리모델링도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최근 외관 단장 공사를 마친 이 파출소는 그럴 듯하다. 하지만 뒤에서 보면 다르다. 그냥 앞쪽 면 겉만 그럴 듯한 판으로 씌워 놓았을 뿐이다. 한 누리꾼은 “중국에서 올림픽 한다고 산에 초록 페인트를 칠한 것과 뭐가 다르냐”며 비웃었다.

어쨌든 진실이 궁금하다. 먼저 장충파출소. 장충파출소를 관할하는 곳은 중부경찰서다. “그거야 돈을 대는 쪽에서 업자를 데려와 하는데 우리가 뭐라 할 것은 아니고….” 경무계 박재홍 팀장의 말이다. 박 팀장에 따르면 알려진 것처럼 G20 때문에 단장한 것은 아니다. 서울시청이 추진 중인 남산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몇 개월 전부터 이뤄진 작업이지, G20에 맞춰 후딱 해치운 것은 아니다. 그리고 외관뿐 아니라 내부시설도 일부 바꿨다. 우남직 서울시 남산 르네상스 추진반 반장은 “파출소 리모델링은 장충단공원 정비사업의 일환”이라며 “다 털고 하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기존 건물을 허물지 않고 외관공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논란이 되었던 파출소 건물 뒷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비웃음의 대상이 될 것 같다. “그것까지 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색깔을 칠해서….” 그러니까 ‘공원녹지에 맞게 나무색을 칠한 것으로 공사는 끝’이라는 설명이다.

서대문구청은? 이원선 생활자원과장은 “서울시 G20 추진단 회의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입을 열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위치도 그렇고 날 궂은 날에는 냄새가 나잖아요? 게다가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내놓으면 길고양이들이 파봉을 해서 쓰레기가 흩어지고. 그래서 조금 자제해달라는 것이었는데….” 문제의 전단에는 ‘자제해달라’고만 했는데, 담당 쓰레기 수거업체가 만들어 배포한 별도의 포스터에서 ‘이틀 동안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지 않는다’고 ‘오버’하는 바람에 문제가 커졌다는 것이다. 어쨌든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라는 유행어를 낳은 전단 문구나 디자인은 누가 내놓은 것일까. 이 과장은 “인쇄소에서 만들어온 2~3종의 시안 중에서 서대문구청 쪽이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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