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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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산업계 시행시기 놓고 이견

온실가스 할당량 남거나 초과하면 시장에서 기업끼리 거래

<주간경향>·국회 입법조사처 공동기획

정부는 지난 2010년 11월 17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 관한 법률(안)‘(이하 ’배출권거래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동안 정부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2013년부터 도입돼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면서 이 법안의 제정을 추진해왔다. 이러한 정부의 추진계획에 대해 산업계는 기업부담 가중, 국제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들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최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

최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월 13일 규제개혁위원회가 ’배출권거래법(안)‘에 대한 규제심사 과정에서 재심의 결정을 내리자. 이에 정부는 2015년으로 제도 시행시기를 연기하는 수정안을 마련했으며, 입법예고 절차를 다시 거친 후 국회에 제출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향후 이 법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EU 중심으로 거래제도 운영
배출권거래제도는 쉽게 말해 특정 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 팔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가령 내가 1년에 100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허가를 정부로부터 받았는데(이를 할당이라고 한다), 만약 내가 90톤만 배출할 수 있다면 나머지 10톤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할당받은 양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필요하다면 그만큼을 시장에서 사게 되는 것이다.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배출권의 가격은 올라가게 되는데, 배출권 가격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데 필요한 투자금액을 초과한다면 기업들은 배출권을 사는 것보다 설비교체, 공정개선 등을 통해 배출량을 줄이려고 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배출권 가격이 설비투자비용보다 싸다면 기업들은 배출권을 사서 생산활동을 지속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배출권 거래제는 이렇게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에 기반한 제도다. 배출권거래제도는 1980년대 미국에서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감축을 위해 도입됐으며,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인정되어 현재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온실가스에 배출권 거래제도(EU-ETS)가 운영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도는 위에서 설명한 사항들을 주로 포함하고 있다. 정부는 일정 기준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업체를 선정하고, 선정된 업체는 정부에 배출권 할당을 신청하며, 정부는 심사를 거쳐 업체에 배출권을 할당하게 된다. 할당의 경우 초기에는 대부분의 할당을 무상으로 실시하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경매방식의 비중을 증가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기업은 이렇게 할당받은 배출권을 배출권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으며, 다음해로 이월하거나 다음해에 쓸 배출권을 미리 차입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만약 해당기업이 할당량 이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도 이에 상응하는 배출권을 구매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배출권거래법안에는 이밖에도 정확한 배출통계 시스템 구축, 배출권 등록부 작성, 배출권에 대한 검증을 위한 검증체계 마련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슈와 논점]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비롯한 산업계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대해 계속적으로 반대 또는 대폭적인 도입시기 연기를 주장해오고 있다. 산업계는 배출권 구매에 연간 4조2000억~13조90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러한 비용증가는 중국 등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지 않는 국가와의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온실가스 목표관리제와의 중복, 적절한 온실가스 배출 산정·보고·검증 시스템 미구축 등을 들어 제도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EU와 뉴질랜드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사례가 없는데 왜 우리가 먼저 이와 같은 제도를 시행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견해도 밝히고 있다.

추정가격 톤당 2만5000~3만원
정부는 이에 대해 산업계가 추산하는 경제적 부담 규모는 각 기업의 감축잠재량을 고려하지 않고 배출감축량 전부를 유상으로 구매한다는 잘못된 전제에 따른 계산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목표관리제의 경우 사업장 자체적인 감축만을 실시할 수 있으나, 배출권거래제는 시장메커니즘을 통해 저렴한 감축수단을 구매할 수 있어 목표관리제 대비 32~56%의 비용만 소요됨을 들어 산업계의 반발은 근거가 약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배출권거래제 관련 법안의 국회제출을 공식화했기 때문에 앞서 살펴본 쟁점들을 둘러싼 대립은 법안심의 과정에서 보다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앞서 살펴본 주요 쟁점 이외에도 몇 가지 사항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배출권 거래제는 충분한 유동성, 낮은 거래비용, 다수의 시장참여자의 존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이산화탄소를 2만5000톤 이상 배출하는 업체가 배출권거래제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최대 약 700여개 사업장이 해당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 중 상위 50대 배출사업장이 전체 제조업 배출량의 48%를 차지하게 된다. 소수 사업장이 전체 배출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지속적 시장 형성에 필요한 유동성의 안정적 공급 가능성에 대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배출권 거래제 도입시 배출권 거래가격에 대한 보다 정확한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배출권거래제 도입과 관련한 각종 논의에서 사용되고 있는 배출권 추정가격은 톤당 2만5000~3만원 수준이지만 실제 기업의 감축잠재력이 불명확한 상황이기 때문에 누구도 정확히 예상하기는 어려운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만약 기업들의 감축잠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배출권거래제가 실시될 경우 가격은 급등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럴 경우 기업체는 배출권 구매부담분을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아, 이는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에 제도 도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및 사회적 비용 등에 대한 보다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여러 제도 중 하나로서 EU-ETS를 통해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배출권거래제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님을 염두에 두고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최준영 입법조사관<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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