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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유시민, 탈출구는 민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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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외서 우호 세력은 그나마 민노당 당권파 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고립무원’ 처지에 빠졌다. 4·2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김해을에서 패한 후 누구 하나 손을 내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유 대표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많아졌다.

7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던 ‘유시민 이정희 대담집 <미래의 진보> 출판기념회’에서 유시민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국민참여당 제공

7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던 ‘유시민 이정희 대담집 <미래의 진보> 출판기념회’에서 유시민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국민참여당 제공

정치적 힘을 키우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의 통합도 순조롭지 않다. 우호적이던 이정희 대표도 민노당 내 반발과 외부의 비판에 선뜻 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여정부 인사들도 참여정부 정책에 대해 사과했던 유 대표의 돌발행동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참여당을 향해 통합 구애를 하고 있지만, 손을 잡기에는 두 진영 사이의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 4·27 재·보궐선거 이후 유 대표의 정치적 폭은 좁아졌다. 유 대표는 민노당과의 합당을 탈출구로 보고 있지만, 누구 하나 선뜻 “성공할 것”이라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유 대표가 민노당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참여당 관계자들은 “대중적 정당이 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국민참여당 유성찬 최고위원은 “민노당과의 통합을 선택한 것은 정치철학 때문”이라며 “군소정당으로는 집권을 할 수 없다. 제3정당이 되어야만 집권 가능성이 있다. 참여당이 직권 정당이 되기 위해 통합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라는 의미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선 민주당과의 통합이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유시민 대표는 이를 “감정의 골짜기가 깊다”는 말로 설명했다. 민주당에 대한 감정을 치유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유 대표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기반이었던 참여당 당원들도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높다. 참여정부 인사인 ㅇ씨는 “참여정부 말기 총선 때문에 민주당에 들어간 장관, 수석, 실장들이 대우를 어떻게 받았나. 찬밥도 그런 찬밥이 없었다”면서 “참여정부 사람들이 그렇게 말려도 참여당을 만든 이유는 민주당에 대한 뿌리 깊은 거부감 때문이었다. 민주당과의 통합은 진보대통합보다 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대표가 진보대통합을 선택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난제가 나타났다. 참여정부 사람들이다.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유 대표의 발언이 이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다. “왜 유 대표가 참여정부를 대표하는 사람처럼 참여정부를 평가하고 사과를 하느냐”는 비판이다.

진보진영에서 유 대표에게 요구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진실한’ 사과와 성찰이다. 관념적인 잣대를 내놓은 것이다. 유 대표는 ‘사과정치’ 행보를 보여줬다. 7월 5일 전국농민총연맹을 방문해 “(FTA 체결 등) 정책적인 선택을 한 것들은 정책의 오류를 말하기 이전에,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민주노총 기관지인 <노동과 세계> 인터뷰를 통해 “(노동 유연화를) 이겨낼 수 없다고 보고 타협했다”면서 “참여당 입장은 참여정부 부채 승계론으로, 잘못했던 점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진영에서 요구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사과였다.

‘사과정치’에 참여정부 인사들도 실망
사과정치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우군이었던 참여정부 사람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 대표의 행보에 언짢아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참여당 당원들에게 유 대표의 행보는 분란의 불씨가 됐다. 참여정부 인사 ㅇ씨는 “참여정부 사람들은 가뜩이나 고립무원 처지에 있는 유 대표를 비판하는 것을 피할 뿐”이라며 “유 대표가 참여정부를 대표하는 것 같은 듯한 행보는 보기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7월 13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을 지지방문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서성일 기자

7월 13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을 지지방문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참여정부의 실정에 대해 진정한 성찰을 요구했던 진보진영도 유 대표의 행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보신당은 “참여당은 불가”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7월 13일 진보신당은 수임기관 첫 번째 상임위 회의에서 “국민참여당을 새로운 진보정당의 참여 대상으로 포함시키자는 주장은 진보대통합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진보대통합 자체를 좌초시키는 중대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농, 진보교연 등의 진보세력도 참여당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나마 유 대표에게 호의적인 세력은 이정희 민노당 대표를 포함한 민노당 당권파다. 민노당 관계자 ㄱ씨는 “참여당과 민노당의 통합에 대해 이견이 많지만, 당권파는 두 당의 통합을 이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반대편 사람들도 이야기를 해보면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권영길 원내대표는 통합에 부정적
하지만 민노당 내에 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기류는 크다. 권영길 민노당 원내대표가 대표적이다. 6월 28일 총선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은) 민노당의 당론이자, 국민의 추상같은 명령이다”라고 밝혔다. 참여당에 대해서는 통합이 아닌 ‘연대’의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정희 대표도 권 원내대표의 무게감을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유 대표가 민노당 내 반대세력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숙제로 남았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참여당과의 통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유 대표와 이 대표의 사이에는 좋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를 확인하는 기회가 7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던 ‘유시민 이정희 대담집 <미래의 진보> 출판기념회’였다. 300석 규모의 행사장은 사람들로 들어찼다. 유 대표의 발언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유 대표는 “진보진영 사이의 골이 깊고도 넓다”면서 “이것을 뛰어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유 대표의 해결책은 “(진보신당·진보세력과) 공론의 장에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이정희 대표는 “과거(참여정부 시절)에 있었던 일이 어느 한 쪽의 책임이 아니다. 미래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하고, 현재를 보충해야 한다”면서 “참여정부 시절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모두 똑같은 기준으로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유 대표의 노력 여부와 상관 없이 민노당과 참여당의 통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높다. 민노당의 입장에서는 북한문제에 대한 약점을 참여당과의 합당으로 희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에 비해 참여당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그리 많지 않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민노당과 참여당의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참여당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두 대표의 신뢰 여부와 상관 없이 참여당과 민노당의 합당은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 그리 좋은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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