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급식 전시는 사기?, 육군본부의 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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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 한 전시행사장 사진이 인터넷 게시판에서 화제를 모았다. 별다른 설명은 없다. 쫄면, 제육덮밥, 낙지볶음, 비빔밥, 냉면, 삼계탕 등의 음식이 그릇에 담겨 전시돼 있다. 식당에서 흔히 파는 메뉴다. 주목받은 건 그 전시회의 타이틀이다. 군 급식 전시장. 그러니까 군대에서 제공하는 메뉴들이라는 것이다. 군대 다녀온 사람은 안다. 수요일 밥 대신 나오는 햄버거가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햄버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반응을 보니 문제는 여전한 모양이다. 93년 군번에서부터 제대한 지 4개월이 되지 않았다는 사람까지 반응은 대체로 다음에 수렴한다. “누가 보면 진짜로 저렇게 나오는 줄 알겠네요. 장난치나” “취사병 출신으로 말하는 것인데, 취사병은 짬밥 만드는 병사지, 연금술사가 아닙니다.”

군 급식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누리꾼은 “어느 나라 부대 급식 사진이냐”며 믿지 않는 눈치다.

군 급식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누리꾼은 “어느 나라 부대 급식 사진이냐”며 믿지 않는 눈치다.

궁금하다. 정말 저런 전시회가 열렸을까. 그리고 “혼식(混食)+ㄸ국(된장국을 지칭하는 군대 은어)”으로 수렴되어 기억하는 군대 메뉴가 정말 저렇게 다양화되었을까. 확인해본 결과 음식들은 지난 5월 2일부터 8일까지 대전에서 열린 ‘국제식품산업전’에서 육군본부의 ‘군 식품기획전’에서 전시한 것이었다. 육군본부에 따르면 그 내용은 “국군 창군기부터 현재까지 군 급식 변천사(액자 11개), 군에서 급식하고 있는 음식물 조형물 84개(식판 3개, 접시 81개), 중앙 조달품(전투식량 등 32개 품목)” 등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사병 1인당 1일 급식비는 6155원이다. 한 끼로 환산하면 2051원 정도다. 그 정도 식비로 사진에 제시된 음식, 이를테면 냉면, 삼계탕, 설렁탕 등을 제공한다는 게 가능할까. “가능합니다. 일단 인건비나 전기료, 수도료 등 비용이 급식비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또 부식이나 쌀도 대량 급식이기 때문에 싸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육군본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런데 알지 않는가. 아무리 좋은 식재료가 공급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나오는 것은 매번 원래의 ‘밥+ㄸ국 기본모드’로 돌아가는 거. 실제 중대급 이상 부대에서 제한된 취사병 인력만으로는 저런 ‘퀄리티’의 음식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시사진을 본 예비역 누리꾼들의 중론이다. 인력이나 조리능력 문제는 군당국도 인정한다. 그래도 요즘에는 예산도 책정되어서 ‘만능조리기’가 많이 보급되어 있고, 50명 이상 취사장에서는 민간 조리원을 1명씩 채용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사실 군에서 급식하고 있는 식단을 최대한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음식 조형물을 만든 것인데, 일반음식점에서도 동일하게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조형물을 만들어 식당에 비치하고 있지 않느냐.”

피장파장이라는 설명인데, 그래도 전시된 조형물에 최대한 가까운 음식을 장병들이 먹을 수 있기를.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를 나라를 위해 바친 셈인데, 먹은 것에서 억울한 기억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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