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태초에 축구가 있었다”

축구로 해가 뜨고 지는 영국… 그들에게 축구의 의미는 남다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데이비드 베컴, 훌리건…. 영국 축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단어들이다. 영국은 축구로 해가 뜨고 축구로 해가 진다고 해도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니다. 런던 테러로 잠시 주춤하고는 있지만 최근 영국 언론을 뜨겁게 달군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전부 축구와 관련된 것들이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뉴스는 올해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리버풀의 주장 제라드(Steven Gerrad)의 이적과 관련된 소식이다. 제라드가 이적 의사를 밝히자 리버풀 팬 일부는 그의 이름이 쓰인 티셔츠를 불태우며 분노를 표현했다.

박지성 선수가 이번 시즌부터 합류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기사도 빠지지 않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미국의 재산가 말콤 글레이저(Malcolm Glazer)가 구단의 주식을 대거 매입하면서 새로운 소유주가 됐다는 사실 때문에 한바탕 혼란을 겪었다. 재정난을 겪고 있던 팀이 이를 계기로 강하게 변모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지만 전통을 중시하는 축구팬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구장인 올드 트라포드(Old Trafford)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축구스타들의 음주운전 적발, 폭력사고, 스캔들 등도 단골메뉴다. 말썽꾸러기 웨인 루니, 가정사가 복잡한 베컴은 운동선수인지 연예인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베컴이 올림픽을 드리블했다

영국은 축구를 사랑하는 만큼 혜택도 톡톡히 보고 있다. “2012년올림픽을 런던이 유치하는 데 있어 1등 공신은 바다 건너 시라크 대통령”이라는 우스개도 있지만 베컴이 가장 큰 공헌을 했다는 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영국 언론은 투표가 전개된 싱가포르에 베컴이 등장한 것이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도 싱가포르 현지로 날아가 힘을 실었지만 그런 사실을 언급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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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별로 새로운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리고 시즌 티켓은 발매와 동시에 매진된다. 축구팀의 유니폼을 입은 40대 남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는 것, 주말이면 동네 어느 공원이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축구공을 중심으로 열심히 뛰어다니는 광경에서 ‘해가 지지 않는’ 영국의 저력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런던/정수진 통신원 jungsu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