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민간 우주관광시대 멀지 않았다

미국의 민간 우주 여행사 ‘스페이스 어드벤처스’ 가 준비하고 있는 싱가포르 우주공항의 상상도.

“천국을 다녀온 기분이었어요.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냈죠.” 최초의 민간 우주관광객으로 1주일간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방문했던 이탈리아계 미국인 데니스 티토의 소감이다. 최근 우주여행 상품을 내놓는 민간 우주여행사가 속속 등장하고 우주공항과 우주호텔을 짓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말에는 영국 버진그룹의 우주여행사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이 스웨덴에서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을 발표했다. 민간 우주공항후보지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우주공항은 어떤 곳일까. 기술적으로 말하면 우주선을 고도 100㎞의 우주공간으로 발사할 수 있는 시설이다. 고도 100㎞는 지구 대기가 거의 사라지고 사실상 우주공간이 시작되는 높이로 이 정도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비행을 ‘준궤도 우주비행’이라고 한다. 그동안 우주발사시설은 국가가 독점해 왔다. 미국 플로리다 주의 케네디우주센터나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발사기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10여 개 회사에서 작은 우주선과 최소한의 기본시설을 이용해 상업용 우주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주관광 산업은 사실상 2004년에 시작됐다. 당시 고도 100㎞의 우주공간으로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재사용 민간우주선을 건설하는 대회인 ‘X 프라이즈’에서 ‘스페이스십 원(SpaceShipOne)’이 승리한 사건이 계기였다. 미국의 항공기 엔지니어 버트 루탄이 개발한 스페이스십 원이 시험 비행에 성공했던 것이다. 이 우주선 기술은 재빨리 버진 갤럭틱의 창시자 리처드 브랜슨에게 넘어갔다.

현재 민간 우주공항 미국에 6곳

현재 버진 갤럭틱은 이보다 더 큰 우주선 ‘스페이스십 투(SpaceShipTwo)’를 개발해 내년 하반기에 시험 비행을 하려고 계획 중이다. 시험 우주비행장으로 예정된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모하비 사막이나 뉴멕시코 주의 우주공항 아메리카(Spaceport America)다.

2004년 ‘X프라이즈’ 대회에서 우승한 스페이스십원이 비행하는 모습.

조종사 2명이 모는 스페이스십 투에는 승객이 6명까지 탈 수 있으며 준궤도 우주여행 티켓은 한 장에 20만 달러(약 1억9000만 원)에 팔 예정이다. 이 가격은 티토가 지불했던 비용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영국 BBC는 지난해 초 이미 3만4000명 이상이 이 우주여행 상품에 신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민간 우주공항은 어디에 있을까. 현재 미국에는 허가를 받은 우주공항이 6곳 있다. 이제까지 ‘X 프라이즈’ 비행 현장인 모하비 사막에서만 사람을 태우고 우주에 갔다. 캘리포니아·플로리다·버지니아·알래스카·오클라호마가 기존 격납고와 활주로, 준궤도 비행용 시설을 갖추고 우주공항 허가를 받은 상태다. 미국 이외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싱가포르가 우주공항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두 곳은 지난해 초 미국의 민간 우주여행사 ‘스페이스 어드벤처스(Space Adventures)’가 우주공항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한 장소다. 물론 최근 버진 갤럭틱이 발표한 스웨덴도 새로운 우주공항 후보지다.

우주공항은 아무데나 위치할 수 없다. 소음, 오염, 그리고 로켓 폭발의 위험 때문에 인가가 밀집된 지역은 우주공항이 들어서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우주공항은 옛 공군기지나 사막처럼 외딴 곳에 건설된다. 예를 들어 버진 갤럭틱이 우주여행 출발지로 점찍은 ‘우주공항 아메리카’는 광활한 사막에 자리 잡을 예정이다. 우주공항 아메리카는 새로운 우주관광산업을 위한 인큐베이터 구실을 할 상업용 우주공항으로 기대되고 있다. 버진 갤럭틱뿐 아니라 다른 민간우주여행업체도 이곳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멕시코 주의 우주공항 아메리카는 여러 면에서 우주공항으로 유리하다. 먼저 미국 남서부에 위치한 뉴멕시코 주는 적도에 가깝다. 지구의 자전속도는 위도가 낮을수록 증가하다가 적도에서 가장 크다. 따라서 우주선을 적도 부근에서 발사한다면 자전 때문에 생기는 회전속도를 덤으로 얻어 연료를 아낄 수 있다. 현재 20여 곳의 우주발사기지 대부분이 적도 가까이에 있는 이유다.

또 1년 중 350일 정도의 날씨가 맑고 널찍한 공간이 확보돼 있다는 사실도 우주공항 아메리카의 장점이다. 민간 여행용 우주선은 일반 여객기처럼 수평으로 이착륙해 수십㎞ 길이의 활주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주공항은 직원과 관광객을 수용하고 손님의 이목을 끌 만큼 편리한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스페이스 어드벤처스가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카이마에 계획 중인 우주공항은 이런 조건을 만족시킨다. 이 회사의 CEO(최고경영자) 에릭 엔더슨은 “관광의 허브인 두바이가 이곳에서 단지 45분 떨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우주 호텔에서 숙박할 날 올지도

최초의 우주관광객 데니스 티토. <경향신문>

또 버진 갤럭틱이 북부유럽의 스웨덴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우주공항의 후보지인 스웨덴의 키루나는 온통 얼음으로 건설된 관광명소인 ‘아이스 호텔’ 가까이 있다. 키루나는 오랫동안 로켓과 연구용 기구를 발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새 시설이 거의 필요 없다. 적도 부근에서 우주선을 발사할 때보다 연료가 더 들겠지만,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스웨덴의 놀랄 만한 매력이다. 우주선을 타고 아름다운 빛의 장막인 오로라를 뚫고 지나간다면 얼마나 멋질까.

민간 우주관광산업은 단지 세계 갑부들을 우주로 실어 나르며 떼돈만 버는 장사가 아니다. 다른 기회도 제공한다. 즉 준궤도 우주선은 우주공간을 스치며 1시간 안에 세계의 절반을 비행할 수 있는 대형 여객기를 개발하는 첫걸음이다. 실제로 이 점은 여객기를 소유한 버진그룹의 관심사다.

과학이야기

공기보다 가벼운 고체 ‘에어로겔’

더 나아가 우주공항에서 국제우주정거장이나 달로 향하는 화물이 출발할 가능성도 있다. 미래에는 우주관광객들이 우주에 떠 있는 호텔에서 아름다운 밤을 보내기 위해 우주공항을 방문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말 스페인의 건축회사 사비에르 클라라문트는 지름 4m에 길이 7m의 원통형 캡슐이 22개 모여 포도송이처럼 보이는 우주호텔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각 캡슐의 한쪽 끝에는 우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형 창이 있다. 민간 우주공항에서 첫 비행은 언제 이뤄질까. 버진 갤럭틱의 준궤도 우주비행은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스페이스 어드벤처스는 아직 구체적 일정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조만간 상업용 준궤도 우주비행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우주관광 시대가 머지않았다.

<이충환 과학동아 부편집장 cosm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