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불평]‘쇼를 하라’가 도대체 무슨 말이야?

우리나라 TV광고는 재밌는가? 대체로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그럼 우리나라 TV광고는 명쾌한가? 단호하게 머리를 가로젓게 된다. 명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수많은 브레인이 모여 광고를 기획하고 제작하면서도 명확하게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아이러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먼저 TV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을 집어낼 수 있다.

위_‘Show’ 영상요금 TV광고. 아래_SK텔레콤의 T PLAN 광고.

가령, 3.5G 시대를 맞아 거하게 한 판을 벌이고 있는 이동통신 서비스 광고전을 눈여겨보자. 한국의 이동통신사를 대변하는 KTF와 SK텔레콤 각 사는 6개월이란 단기간에 20편이 넘는 광고를 제작하고 엄청난 매체물량을 투여하여 거의 융단폭격하듯 TV 화면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그 수많은 광고가 어떤 서비스 내용을 전달하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쇼를 하라”든가 “24Hours T”라는 슬로건만 귀에 맴돌 뿐이다.

심지어 양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 중엔 이런 것도 있다. 국가고객만족도 10년 연속 1위,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 시장점유율 71%, 영상통화 10초에 30원, MMS(멀티미디어 메시지 서비스) 100원, 현금 30% 마일리지, 자동 로밍 100개국 돌파…. 과연 이런 내용까지 값비싼 영상매체인 TV광고에 실어 방영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객관적으로 볼 때 그저 거대 이동통신사 두 곳의 맞불을 놓기 위한 물량 싸움으로만 비친다. 광고주의 사나운 욕심만 눈에 띌 뿐이다.

매체의 특성에 따라 효율적으로 메시지를 분배하여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를 높인다는 것은 미디어 전략의 기본이다. 위에 든 예들은 오히려 인쇄광고로 적합한 소재다. 그러나 한국에서 인쇄광고란 TV광고를 지면에 옮겨놓는 것일 뿐 인쇄매체의 특성에 따른 아이디어의 생성이라는 문제는 언제나 뒷전에 밀린다. 결국 광고주가 정말로 원하는 내용들은 모두 TV매체에 집중되고 있다. 과학적인 미디어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각 광고사 미디어 전략팀의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다. TV광고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이 같은 행태가 되풀이된다면, 특히 몇 년 새 유행을 타기 시작한, 편수를 다량 제작하여 동시다발로 뿌리는 전략이 계속된다면, 중소기업처럼 자본이 딸리는 곳에서는 아예 광고를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힘이라지만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인 광고에서는 양 못지않게 질로 승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김이박〈광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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