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개콘보다 더 웃긴 엽기 노벨상

장거리 비행 때문에 시차를 심하게 느낄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아르헨티나 킬메스대 과학자들이 제안하는 방법은 ‘비아그라’다. 생체리듬이 무너진 햄스터에게 비아그라를 먹였더니 상태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올해 ‘엽기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그(Ig) 노벨상 항공상을 받았다. 이그 노벨상은 노벨상의 달 10월에 미국 하버드대의 과학 잡지 ‘있을 것 같지 않은 연구 연보(AIR)’가 발표한다. ‘품위 없는(Ignoble)’이란 단어의 첫 두 글자와 노벨상을 합성한 말로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만들었다. 상의 권위야 노벨상에 비할 바 아니지만 일반인에게는 더 웃기고, 뭘 했는지 훨씬 알기 쉬운 상이다. 또 진짜 연구에 주는 상이다. 비아그라 연구만 해도 미국과학원회보(PNAS)에 실제로 실린 연구다. 항공상 외에 평화상은 상대 병사들이 같은 남성에게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게이 폭탄을 연구한 미국 공군 라이트연구소, 화학상은 소똥에서 바닐라맛 향을 추출한 일본 야마모토 마유 박사에게 돌아갔다. 의학상은 칼 던지기 묘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식도염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난다는 연구가 차지했다. 이들 연구는 국내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꽤 알려졌다.

딸꾹질엔 직장 마사지가 특효

이그(IG) 노벨상 시상식에서 수상자가 칼던지기 묘기를 하고 있다.

웃기고 배꼽 빼는 건 올해만이 아니다. 딸꾹질이 심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아주 심각한 딸꾹질이다. 오래 계속되면 건강도 해치고 심지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미국 테네시의대의 프랜시스 페스마이어 교수는 몇 년 전 응급실에서 한 딸꾹질 환자를 만났다. 그 환자는 72시간째 딸꾹질을 계속 하고 있었고, 1분에 약 30회나 딸꾹질을 했다. 페스마이어 교수는 입에 재갈을 물리거나 혀를 길게 빼게 하거나, 눈을 누르는 등 온갖 조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참 고민하던 그는 직장 마사지를 시도했다. 항문에 손가락을 넣고 직장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것이다. 마침내 환자의 딸꾹질이 멈췄다. 페스마이어 교수는 이 연구로 지난해 이그 노벨상을 받았다.

페스마이어 교수가 마구잡이로 직장 마사지를 한 것은 아니다. 병적일 정도로 심한 딸꾹질은 미주신경에 전기 신호가 사라지면서 생긴다. 그는 신경을 자극하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직장 마사지를 떠올렸다. 직장 마사지가 딸꾹질과 비슷한 심한 심장 박동을 완화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페스마이어 교수는 지난해 이그 노벨상을 받으며 또 한 번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직장 마사지보다 훨씬 더 좋은 딸꾹질 치료법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바로 오르가슴을 동반하는 성관계다. 성관계도 미주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류학에서 상을 받은 연구는 딱따구리 뇌에 대한 것이다. 미국 LA 캘리포니아주립대의 필립 메이 교수와 데이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이반 스교수는 왜 딱따구리가 하루에 1만2000번이나 나무에 부리를 찍는데도 머리가 멀쩡할까 궁금했다. 그들은 딱따구리 뇌를 조사한 결과 스폰지 같은 탄력 있는 뼈가 마치 거품 스티로폼처럼 뇌를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부리가 나무에 부딪히기 직전에 눈꺼풀이 눈동자를 감싸 보호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마치 안전벨트와 같았다. 음향학에서 상을 받은 연구는 손톱 긁는 소리에 대한 것이었다.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는 어디서나 불쾌감을 일으킨다. 왜 그럴까. 미국 밴더빌트대의 랜돌프 블레이크 교수는 그 소리가 침팬지가 적이 공격할 때 무리에 지르는 경고음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인류의 오랜 조상 때부터 적의 공격을 공격하기 위해 비슷한 소리를 내왔고, 그 소리가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펭귄의 똥은 얼마나 날아갈까

응가하는 펭귄 모습.

2년 전 이그 노벨상을 받은 연구들도 무척 재미있다. 유체역학 분야에서 상을 받은 연구는 펭귄의 똥에 대한 것이었다. 독일, 핀란드, 헝가리 공동연구팀은 펭귄이 인간보다 최대 8배나 강한 힘으로 똥을 ‘발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개국 공동연구팀은 펭귄이 둥지에서 바깥으로 똥을 발사하는 현상을 연구했다. 펭귄은 엉덩이를 둥지 바깥으로 내밀어 똥을 발사한다. 똥이 날아가는 거리는 평균 4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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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펭귄의 키, 항문 구조, 똥을 쏘는 속도 등을 연구한 결과 똥을 쏠 때 항문의 압력이 0.1~0.6기압에 이른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메이어-로초는 “좁은 관에서 뿜어 나오는 유체의 성질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리학상은 1세기에 걸쳐 연구를 계속해온 의지의 과학자, 퀸즈랜드대 존 메인스톤과 고(故) 토마스 파넬 박사가 받았다. 이들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찌꺼기인 타르가 겉으로는 고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액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1927년부터 실험을 시작했다. 이들은 깔대기에 부은 타르가 밑으로 떨어지는지 관찰했다. 8년이 지나 처음으로 타르 한 방울이 떨어졌고, 두번째 방울이 떨어지기까지 다시 9년이 걸렸다. 8번째 방울이 2000년에 떨어졌으며 메이스톤 박사는 현재 9번째 방울을 기다리고 있다. 화학상은 미네소타대 에드워스 커슬러와 브라이언 게틸핑거가 받았다. 두 사람은 캠퍼스에 있는 수영장 2개를 빌려 한쪽에는 물, 다른 쪽에는 끈적끈적해지는 구아검 가루를 물에 섞어 넣었다. 자원자 16명에게 양쪽을 헤엄치게 한 결과 두 수영장은 차이가 없었다. 끈적거리는 액체가 몸을 잡아 끌지만 손을 내뻗으며 앞으로 갈 때 더 잘 받쳐주기 때문이다. 커슬러는 “재미있었지만 별로 쓸모없는 연구였다”라며 웃었다. 닭이 아름다운 사람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물오리가 죽은 동성과 교미하는 장면을 처음 발견한 사람에게 준 이그 노벨상은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과 호기심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그 노벨상이 있기에 누군가는 진짜 노벨상도 받는 것이 아닐까?

김상연〈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