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코미디에서 악몽으로

총선 결과 한나라당이 과반을 차지한다. 9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천명한다. 이튿날, 대운하 반대 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범국민 시위를 예고한다. 같은 날 한반도 반대 서울대 교수모임도 반대 성명을 내고, 3일 경찰청에 반대 시위 집회 신고서를 제출한다. 9월 4일, 어청수 경찰청장은 접수장을 반려한다. “서울 시내 교통 마비가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간다. 5일, 반대 단체들은 시위를 강행하고, 경찰은 사복체포조를 동원해 전원 연행한다. 이튿날, 이 대통령은 대운하 건설에 참여한 기업 회장들과 기자들 앞에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가며 포즈를 잡는다. 신문은 “이명박 기업 후렌들리 어쩌고…”라고 보도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냥 끄덕끄덕.

이 글은 한 네티즌이 일지식으로 인터넷에 올린 시나리오다. “불법시위 체포전담반 9월부터 가동”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온 다음이다. 대운하 ‘악몽’에 이어 계속되는 시나리오는 건강보험제도 폐지다. 관련 보건의료단체들도 시위접수장을 제출하지만 역시 ‘교통마비’를 이유로 반려된다. 언론들은 “건강보험이 폐지되면 병원 질이 높아진다”고 보도한다. 이어 FTA(자유무역협정) 타결로 쌀 개방, 금산법 개정, 대학 완전자율화·사립학교법 재개정이 이뤄진다. 그때마다 출현한 MB께선 카길 회장, 외국계 병원장, 재벌 회장들과 함께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포즈를 잡고, 언론은 이들의 말을 받아 적는다. 9월 22일 모든 단체가 일제히 집회 신고를 하고, 역시 모두 반려된다.

대학생과 노동자·시민단체 회원 등 수십만 명이 일제히 전국 집회를 강행하고, 경찰청장은 이를 ‘불법폭력집회’로 규정한다. 사복 체포조를 동원해 집회 참여자 전원을 연행하고 유혈사태가 벌어진다. 이 대통령은 “준법 질서를 지켜야 나라가 바로 선다”며 불법시위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다. 수백 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부상한다. 언론들은 “국민의 아들 전·의경을 죽음으로 몰고 간 불법폭력시위”라고 헤드라인을 뽑는다. 이 시나리오는 5년 뒤, 경부대운하 지역에 홍수가 나고 라면은 개당 5000원, 국가 부도라는 결과를 제시한다. 사태 끝에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로 망명한다. 반응은 뜨겁다. 많은 네티즌은 “5년 후 이 글이 인터넷 성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시나리오대로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다. 시작은 코미디였지만 결론은 악몽이다. 글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_-☆라는 필명을 쓴 네티즌이 처음 올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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