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금주의 눈]잡념이 창의의 어머니다

우리의 의식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생각들은 여러 해결 방안을 궁리하고 표면적으로는 명확하지 않은 여러 방안 간의 관련성을 분석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창의성의 기본적 기제다.

뭔가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만이 가진 것으로 다른 동물과 구분짓게 하는 중요한 잣대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장차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 상황이 되면 어떤 기분일지, 어떤 생각이 들지 상상하는 데 보낸다. 실제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심리학자 마이클 케인(Michael Kane)은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루 여덟 차례에 걸쳐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를 일주일 동안 체크하여 생각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전체 시간 중 30% 동안 당시 자신이 하는 일과 관련 없는 문제를 생각하면서 딴생각을 했다. 심하게는 80~90%의 시간 동안 딴생각을 하던 학생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의 조너선 스쿨러(Jonathan Schooler) 교수 역시 사람들이 책 읽기 중 얼마나 많이 딴 생각을 하는지 연구했다. 학생들에게 ‘전쟁과 평화’와 같은 소설을 읽게 하고 딴생각이 들면 버튼을 누르도록 했더니 책 읽는 시간 중 20~30% 정도는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많은 경우 자신이 잡념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일상에서 지금 현재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끊임없이 지금 현재가 아닌 다른 곳, 다른 대상에 대해 생각한다. 때로는 이런 생각들이 현재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끼어드는 딴생각을 떨쳐버리려 한다. 그런데 이런 ‘딴생각’이 정말 우리에게 방해만 되는 걸까?

스코틀랜드의 심리학자 조너선 스몰우드(Jonathan Smallwood)는 이러한 잡념이야말로 창의성의 기본 토대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의식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생각들은 여러 해결 방안을 궁리하고 표면적으로는 명확하지 않은 여러 방안 간의 관련성을 분석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창의성의 기본적 기제다. 자유로운 생각이 도전과 결합할 때 막강한 창의적 힘을 가져온다. 실제로 차세대 기술 혁신의 메카로 불리는 MIT 미디어랩의 모토는 “쓸모없어도 일단 상상하라”이다. 이곳에서는 틀에 박히지 않은 생활과 사고가 생활화되어 있다. 연구하다가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연구하기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에 접어서 주차하는 자동차, 허공에 손을 대면 연주되는 오케스트라 기계, 사물을 훑기만 하면 그 사물의 색상을 읽고 저장하여 캔버스에 옮기는 붓 등 기기묘묘한 산물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물론 제품화되는 것은 그 중 일부지만 무엇이든 생각해내는 시도는 이곳에서 언제든 환영받는다.

우리가 경계하는 ‘딴생각’이 창의성과 연결된다는 것은, 심리학자 딘 키스 사이먼턴(Dean Keith Simonton)에 따르면 시도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창의적 성취와 그 시도 간의 관련성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매우 뛰어난 작곡가가 보통 작곡가보다 항상 뛰어난 작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었고, 단지 다른 사람에 비해 전체 작품 수가 월등히 많았다. 피카소 또한 평생 1만40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이렇듯 많은 작품을 남기면 대부분은 평범할지라도 몇 작품은 대단히 뛰어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곽금주의 눈

앞으로는 상상력과 창의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일상에서 잡생각을 너무 제한하지 말자. 또 단순히 잡생각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직접 시도해보자. 시도가 많은 만큼 생산도 많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창의적인 생산, 거작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