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문화]대중스타 ‘시대와의 갈등’

1970년대를 풍미한 전설적 록 그룹 도어스의 리더 짐 모리슨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도어스> 포스터.

남성 아이들 그룹 ‘2PM’의 리더 박재범이 연습생 시절에 미국 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린 글이 문제가 돼 결국 팀을 탈퇴하고 자신의 집이 있는 미국 시애틀로 돌아갔다. 그의 글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순간적으로 폭발된 만큼이나 그 이후 그를 다시 2PM으로 복귀시키라는 팬들의 압력 또한 집단화됐다. 소속사였던 JYP엔터테인먼트의 건물은 그의 복귀를 바라는 팬들의 뜨거운 함성으로 뒤덮였고, 언론도 그의 탈퇴 이후 급격하게 동정론이 우세한 방향으로 선회했다.

JYP 대표인 박진영은 그러나 “재범에게 쏟아진 비난의 말이 과했다고 생각한 것만큼 지금 당장 박재범의 탈퇴 철회를 요구하는 말도 조금 과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무대를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재범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나중에 그가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때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이 내 역할인 것 같다”라면서 앞으로 2PM은 박재범을 뺀 6인 그룹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문으로 올린 박재범의 글에 대한 오역 문제도 제기됐다. 또 미국에서 자란 청소년이 집과 살던 곳을 떠나 모국이라고는 하지만 낯선 외국이나 다름없는 한국에 와서 문화적 갈등을 겪었을 것이라는 정황도 제기됐다. 그의 글에 대한 비난이 마녀사냥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설득력 있게 제기됐다. 박재범의 탈퇴 문제를 둘러싸고 다시 몇년 전 유승준에 대한 악몽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시대와 불화하는 연예인은 언제나 있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은 대중 다수의 의견과 다른 행동을 할 때 불행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한 개인으로서의 의견을 포기할 수도 없다.

1970년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록 그룹 도어스의 리더인 짐 모리슨만큼 시대와 갈등을 겪은 연예인도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도어스의 음악은 가사나 짐 모리슨의 개인적인 카리스마 또는 무대 매너를 보지 않고 음악만 듣고 있으면 오히려 평범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무대 공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에너지, 짐 모리슨의 파격적인 무대 매너, 그의 일탈적인 발언이나 행동이 도어스에 신화적 이미지를 덧씌워서 음악을 그 이상으로 만들어 주기도 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도어스>는 불과 28살의 나이에 파리의 한 호텔에서 약물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도어스의 리더 짐 모리슨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짐 모리슨 역을 맡은 발 킬머는 생전의 모습으로 부활한 것처럼 너무나 비슷하게 짐 모리슨을 재현하면서 폭발할 듯한 그의 에너지까지 스크린 위에 점화시키고 있다. 무대 공연 도중에 바지를 내리고 외설적인 행동을 하면서 기성체제를 비웃고, 월남전에 대한 반전 메시지로 정치지도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며, 녹음실에서 여자 친구와 오럴섹스를 할 때의 황홀한 기분으로 신곡을 녹음하는 그의 일탈적인 행위는 발 킬머의 연기와 함께 뛰어나게 표현된다. 특히 짐 모리슨의 일생을 지배한 죽음의 이미지를 그의 음악세계와 결합시킨 올리버 스톤 감독의 연출은 탁월하다.

시사와 문화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고 해서 세계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표현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 박재범의 한국 비하 발언이 그토록 심각했던 것인가, 연예인들은 자신의 생각까지 검열 받으면서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들을 한꺼번에 던져준 것이 2PM의 박재범 탈퇴 사태가 던져준 교훈이다.

하재봉<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