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교전이 일어난 이유는? “키가 작은 사람은 루저라는 이 모씨의 발언에 김정일이 발끈해서”라는 누리꾼 패러디. | PGR21
‘루저’가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를 장악했다. 발단은 11월9일 KBS 2TV <미녀들의 수다>(미수다)에 참가한 여대생 이 모씨의 발언. 문제의 발언은 이렇다.
“일단 키 작은 남자는 싫어요. 키 큰 분이 많고 외모가 중요해진 시대에서 키는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생각합니다.” ‘루저’의 기준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그녀는 “내 키가 170㎝이니까 최소 180㎝는 돼야…”라고 답했다. 방영 종료 이전부터 누리꾼의 비난여론은 폭발했다. 누리꾼은 그녀에게 ‘루저녀(女)’라는 별칭을 부여했다.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이 여대생의 신상정보는 다 털렸다. 고등학교 졸업앨범 사진이 스캔돼 올라왔으며,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자원봉사프로젝트 ‘동행’의 해당 대학 단장이라는 정보가 나왔다. 한 영어학원에서 치른 토익시험 점수도 공개됐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이씨가 올린 사진의 ‘영어문법’이 엉터리라는 비웃음과 함께였다. 그녀가 ‘일반인’으로 출연한 과거 TV자료 캡처 화면도 속속 끄집어내졌다.
‘180㎝ 이하 루저’는 사건에 대한 새로운 해석 기준을 마련했다. 11월10일 ‘3차 서해교전’이 발생한 이유는? 누리꾼이 제시한 답은 <미수다>를 보고 있는 김정일의 사진이다. 이씨의 발언에 발끈한 김정일이 ‘3차 서해교전’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물론 사진은 합성패러디이다. 누리꾼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의 승패도 이미 결정돼 있었다. 연합국 지도자(맥아더, 아이젠하워, 처칠, 드골)의 평균신장은 180.5㎝인데 반해 추축국 지도자(히틀러, 무솔리니, 히로히토)의 평균은 162.6㎝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루저’는 ‘패배자’라는 공식 뜻 이외에도 ‘못난 사람’ ‘찌질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전 세계 인터넷 공용어다. 한국에서도 인터넷 역사 초기부터 사용돼 왔지만 최근엔 ‘잉여’라는 대체개념에 밀려 왔다.(850호 언더그라운드.넷 참조) ‘루저’는 이번 사태 후 순식간에 대세를 장악했다.
루저녀 담론은 과거 ‘~녀’ 꼬리표를 넘어 인터넷 역사를 갱신하는 중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성론도 나온다. ‘기호태’라는 누리꾼은 “과거 ‘못생긴 여자가 서비스도 좋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나 ‘장애인의 맛없는 빵’이라는 모 기업체 사장의 발언과 비교할 때 왜 힘없는 여성의 발언 하나에 그토록 분노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여자 하나 죽이는 것이 권력자를 비판하는 것보다 쉽고 간편하기 때문은 아니길 바란다”고 일침을 놓았다.
어찌되었든 이씨가 “루저라는 표현은 <미수다> 작가가 준 대본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반박하는 공지를 냈다가 거둔 <미수다> 측은 11월12일 “대본은 토론 진행상 참고자료로 쓰일 뿐 강요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솔직하게 토론에 참여한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미수다>의 한 PD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아무리 선의의 의도로 이야기하더라도 ‘악플’이 꼬리를 물기 때문에 가능한 한 <미수다>를 언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오늘을 생각한다]](http://img.khan.co.kr/spko/ranking/weekly/140098/20240430104625_14009801.jpg)
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