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길드립’의 진화

시작은 한 누리꾼의 ‘포샵질’이었다. 처음 이 누리꾼이 붙인 이름은 ‘길머 심슨’이었다. ‘소스’는 지난 2월 13일 방영된 <무한도전> 192회 ‘신년계획<다이어트>편’의 한 장면이다. <무한도전> 멤버 길(그룹 리쌍 멤버 길상준)의 툭 튀어나온 배를 옆에서 잡은 장면의 순간 캡처다. 배 위에다 색칠해 TV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 가족>의 캐릭터 호머 심슨을 만들어 놓은 작품이다. ‘작업’을 한 누리꾼의 변은 이랬다. “나올 줄 알았는데….” 이에 대한 다른 누리꾼의 답. “포토샵만 있었어도….” 이미지 보정 프로그램인 포토숍만 자신의 컴퓨터에 깔려 있었더라면 만들었을 것이라는 답이다. 이들이 주고받은 대화의 의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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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하이트맥주는 연예인 이승기, 김선아, 길씨를 캐스팅해 맥스(MAX) 맥주의 광고를 제작한다. 회사 측도 이 광고가 인터넷에서 전설이 될 줄은 몰랐던 것 같다. 애초 하이트진로사가 내놓은 보도자료 첨부 이미지에는 이승기씨와 김선아씨가 맥스 맥주를 마시는 사진만 있을 뿐 길씨의 단독사진은 배포하지 않았다. 한 누리꾼이 이 선전에서 길씨가 맥주를 마시며 “캬~”하는 장면에 각종 유명 캐릭터의 특징을 실은 그림을 덧칠하면서 ‘길드립’이라는 신화가 만들어졌다. 길드립이라는 말은 길이라는 캐릭터로 어떤 애드립(변주)을 해도 그럴 듯하다는 데서 나온 것.

원래의 광고에서 길씨는 노란색 양복을 입은 악당 역을 맡고 있다. 여기에 빨간색 파마 가발을 씌우고 코와 입술을 붉게 칠하면? 맥도널드의 캐릭터 로널드다. 손의 맥주잔을 지우고 도시락 컵라면 이미지를 붙인 길드립의 제목은 윤봉‘길’이다. <심슨가족>을 패러디한 호머 길슨은 비교적 초창기에 등장한 길드립. 길드립의 변주는 끝이 없다. 노란색 양복을 지우고 분홍색 드레스를 입히는 것과 동시에 노란색 사자머리를 올리면 길드웍이다. 뮤지컬 헤드웍의 포스터에 등장하는 유명한 그림을 떠올리면 된다.

길드립의 소스를 제공한 맥주회사 측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이트진로의 맥스 브랜드 매니저 김진씨는 “직접적인 매출로 연결됐는지는 분석하지 않았지만 맥스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나 인지도 상승에는 도움을 줬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하나의 PR 사례로 누리꾼 패러디 결과를 사내홍보용으로 모아 놓았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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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머 심슨으로부터 시작한 ‘길드립 시즌2’는 현재 폭발적으로 진화 중이다. 길드립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은 하나씩 길씨의 배 위에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길드립의 “캬~”하는 길씨의 얼굴을 배에 합성한 사진까지 나왔다. 이건 좀 그로테스크하다. 누리꾼은 다양한 ‘창조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길씨의 배 사진에 ‘길케치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