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아이폰 촛불’에 대처하는 경찰의 자세

아이폰용 촛불 애플리케이션. 사용처를 보면 ‘명상’등을 들고 있다. 유창선의 시선 블로그 blog.ohmynews.com/yuchangseon

언젠가 나올 줄 알았다.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3월 31일 서울시청 앞 대한문 앞. 천안함 실종자의 무사 귀환과 진상규명을 염원하는 ‘촛불’을 켜자 경찰들은 달려들어 입김을 내불었다. 촛불시위 참가자들이 들고 있는 촛불을 끄기 위해서다. 그런데 일단의 사용자들이 ‘아이폰 촛불’을 들자 경찰은 순간 당황했다. <Weekly 경향>은 지난해 6월 ‘이명박 vs. 온라인커뮤니티’라는 커버스토리 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때 한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은 “광장에서 초를 드는 것이 금지되면 또 어떠냐. 각자의 휴대전화에 전자촛불을 켜고 일제히 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에 와서 누가 그 생각을 최초로 해 냈느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구글 검색 엔진에서 아이폰과 촛불이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으로서 ‘촛불’에서 2008년과 2009년을 달군 촛불시위를 떠올린 많은 사람의 생각을 접할 수 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지난 2월 13일 ‘Calm Candle(조용한 촛불)’이라는 아이폰 앱을 소개했다.

유씨 역시 이 앱의 활용처로 ‘촛불시위’를 우선 거론했다. 유씨는 “ 그래도 급할 때는 ‘꿩 대신 닭’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3월 31일 시위에서 아이폰 촛불의 등장은 경찰을 난감하게 했다. 경찰은 무전기로 “아이폰 촛불은 어쩔까요”라고 보고했다. 사실 아이폰 촛불도 입으로 불면 꺼지게 되어 있다. 진압에 나선 경찰은 몰랐던 모양이다. 이날 주최 측은 천안함 관련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촛불시위를 계속하겠다고 했는데 경찰도 뭔가 입장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 경찰청 경비과 관계자는 “경찰이 해산작전에 나설 때 판단 기준은 신고된 집회냐 아니냐는 것”이라면서 “초를 들었냐 여부로 불법집회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집시법상 야간집회 금지 조항은 위헌 판결을 받지 않았나. 이 관계자는 “위헌 판결을 받았더라도 6월 30일까지는 현행 법규대로 조치한다”고 덧붙였다. 논란의 ‘아이폰 촛불’은 앞으로 어떻게 할 셈인가. 시위 해산을 담당한 남대문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아이폰은 (불법시위 용품)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시위용품 압수는 주변에 미칠 수 있는 위해성과 위법성을 종합판단해 한다”면서 “하지만 원론적으로 상당한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물품이라도 압수한다면 사후영장으로 가압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물꼬를 텄으니 앞으로는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심심찮게 ‘휴대전화 촛불’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앱도 풍부하다. 아이폰의 앱을 판매하는 애플사의 ‘앱스토어’에 들어가 ‘촛불(candle)’이나 ‘빛(light)’으로 검색하면 수많은 앱이 나온다. 거의 무료거나 1달러 정도의 값에 판매된다. 그런데 왜 이리 촛불 관련 앱이 많은 걸까. ‘조용한 촛불’의 개발사가 내놓은 용도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다. ‘명상, 휴식, 로맨틱한 분위기, 콘서트, 전등 대용, 스크린세이버….’ 한국에서 원래 용도와는 전혀 다르게 활용된 셈인데 어쩌면 “혹시 촛불 좌빨과 연결돼 있을지 모르니 앱 제작자를 조사해 봐라”는 명령이 떨어질 지도 모른다. 아, 물론 주어는 없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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