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지방선거 투표안내문 ‘배달작전’

이번 6·2 지방선거는 사상 최초의 동시선거다. 광역·기초단체장과 의회의원, 교육감에 교육위원까지 8명의 후보를 한꺼번에 뽑는다. 이렇게 선출되는 인원이 전국적으로 3991명.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두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는 후보가 1만여 명이다. 일찍이 없던 ‘선거풍년’이다.

한 집배원이 2002년 대통령선거 우편물을 아파트 수취함에 넣고 있다.

선거가 풍성하면 우체국은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선거는 우체국의 아주 특별한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소정의 선거우편물 발송이 법에 정해져 있고, 그렇게 배송한 물량만큼 우편요금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는다. 2008년 4월 총선 때 222억4000만원,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 때 252억7000만원의 우편세입을 각각 올렸다. 2008년 7월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도 31억7000만원, 그해 6월 재·보선 때도 13억9000만원을 각각 챙겼다. 특히 돈이 되는 선거는 출마자가 많은 지방선거다. 2006년 5월 지방선거 때 402억7000만원의 세입을 거뒀다.(우정사업본부 2008 우편통계편람)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 최고의 우편세입이 보장돼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추계한 액수는 600억원. 선거홍보물의 중량과 같은 변수가 몇가지 있긴 해도 이 정도는 너끈히 올릴 전망이다.

세부 내역을 보자. 우선 부재자 관련 우편물 300만통에 대한 수입 73억원이 예상된다. 부재자는 100만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신고를 받아 투표용지를 보내고 기표용지를 회수하려면 세 번의 우편 왕래가 필요하다. 이 우편물은 모두 투표와 직결돼 있어 수취인의 손에 직접 전달하는 등기로 처리된다. 물량에 비해 수입이 많은 이유다.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선관위에서 전국 모든 가정에 보내는 투표안내문이다. 선거공보와 동봉되기 때문에 안내문 한 통의 무게가 웬만한 곳은 1.0㎏, 후보자가 많은 곳은 1.4㎏까지 된다. 통상우편 1㎏의 요금이 2620원, 50g 초과 때마다 가산되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안내문 요금으로만 486억원의 수입이 예상된다. 여기에 정당홍보물 배송수입 41억원이 보태진다.

우정사업본부의 한 해 우편매출은 지난해의 경우 2조3814억원. 그러니까 일 년치 수입의 2.5%를 단 며칠 사이에 벌어들이는 셈이다. “선거야 고마워”라며 콧노래가 저절로 나올 법하다.

그러나 실제 우체국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선거특수를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선거우편물의 특성상 단 한 통의 결배도 없이, 단 하루의 지연도 없이 신속 정확하게 배송을 완료하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4일부터 선거 당일인 6월 2일까지 20일간으로 정해진 선거우편물 특별소통기간은 그래서 하루 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투표안내문 배송이 큰 골칫거리다. 이 우편물은 5월 27~28일 이틀간 접수에서 배달까지 전 과정을 완료해야 한다. 그런데 선관위에서 보내온 안내문 샘플을 보니 부피나 무게가 복사용지 한 권에 육박할 정도다. 이 정도 크기면 우편함에 투입하는 것조차 어렵다. 도시의 새 아파트는 괜찮지만 오래된 아파트나 연립주택에 달린 우편함은 폭이 좁고 깊이가 얕아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 대강 파악해 보니 그렇게 우편함 투입에 문제가 있는 곳이 전체의 30%쯤 된다.

이를 어쩌나. 선관위 안내문은 투표와 직결된 게 아니어서 등기가 아닌 통상우편물로 분류된다. 집배원이 우편수취함에 꽂아만 두면 가정으로 가져가는 것은 수취인의 몫이다. 우편함에 안 들어가는 통상우편물은 바닥에 내려놓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엔 선거우편물이다. 훼손 또는 망실되면 유권자 선택에 차질을 안기고 우체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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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우정사업본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수취함에 선거우편물이 안 들어갈 경우 각 가정을 방문해 배달하기로 한 것이다. 그것도 집 앞 현관 바닥에 던져두면 비를 맞는 등 또 다른 훼손 우려가 있다. 그래서 비닐봉투에 넣어 현관 손잡이에 걸어 두는 방식으로 가가호호 배달하도록 업무 지시를 내렸다. 우정사업본부 박종석 물류기획관은 “집배원에게는 매우 번거롭겠지만 유권자가 차질없이 투표할 수 있도록 우편물을 배송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종탁 경향신문 사회에디터 jt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