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만원짜리 녹슨 수납장…보기만 해도 파상풍 걸릴 것 같네요.” 한 여성 전용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이다. 7월 21일 연예인 서정희씨가 대표로 있는 쇼핑몰인 ‘쉬 이즈 앳 홈’ 사이트가 폭탄을 맞았다. 발단은 미국에 있는 한 주부 커뮤니티에서 이 쇼핑몰의 생활용품이 너무 비싸다는 고발 글이 나오면서부터다.
폭리 논란을 불러일으킨 서정희씨 쇼핑몰 판매 물품. 이 수납장의 판매 가격은 55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논란은 바다 건너 한국으로 왔다. 누리꾼은 이 쇼핑몰에 올라와 있는 물품 사진을 갈무리해 왔다. 대나무 소쿠리는 33만원, 쿠션은 44만원이다. 한 외제 비누받침은 20만9000원이었다. 누리꾼의 중론은 황당한 가격이라는 것. 누리꾼이 올린 ‘증거’ 사진을 보면 볏단으로 만든 방석이 ‘Black Cushion(블랙 쿠션)’이라는 이름을 달고 5만5000원으로 나와 있다. 누리꾼은 검색을 통해 이 쇼핑몰이 올린 비누받침의 현지 가격을 찾아 게시하기도 했다. 이 비누받침은 애즈버리 액세사리사 제품으로, 누리꾼이 올린 ‘인증샷’에 따르면 24달러(약 2만8800원)다. 맨 앞, 누리꾼이 언급한 녹슨 수납장은 얼핏 봐서 아닌 게 아니라 어디 시골 폐교에서 주워온 폐품처럼 보인다. 한 누리꾼의 말이다. “저런 거 버릴려면 동사무소 가서 폐기물 딱지를 사야 하는데 저걸 몇십만원에 팔다니…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네요.”
7월 21일 일부 인터넷 매체가 서씨 쇼핑몰 폭리 논란을 보도하면서 폭주는 시작됐다. 쇼핑몰은 구경차 들어온 누리꾼으로 다운됐다. 누리꾼의 ‘분노’에 고무받은 한 인터넷 매체가 ‘처벌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비난 여론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논란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자. 일단 한 인터넷 매체가 보도한 ‘처벌’은 별로 가능성이 없다. 당국자의 답변은 ‘가격책정’과 관련해 처벌할 수는 없고 다만 구입한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했을 때 적당하게 들어 주지 않았다면 전자거래법상 처벌이 가능하다는 소리일 뿐이다.
연예인 운영 숍이 문제라는 진단도 나왔다. 서씨와 얼마전에 욕설이 새겨진 티셔츠 판매 구설수에 오른 그룹 카라를 엮어 이야기하는 것이다. 연예인을 대표 또는 모델로 내세운 쇼핑몰들이 주로 거래하는 상품은 의류다. 서씨의 경우는 다른 연예인들과 관련한 쇼핑몰과는 다르게 보인다. 한 앤티크업계 관계자는 “서씨 쇼핑몰 논란은 알고 있지만 사이트가 다운된 상태여서 직접 어떤 물건들인지는 보지 못했다”면서 “‘영국계 물건 A라는 빈티지 물건이 있을 때 시중에서는 30만원 하는데 어떤 곳에서는 70만원 한다’고 한 경우는 비난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빈티지 또는 앤티크의 구입 조건이나 한국으로 들여오게 된 경위 모두 제각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같은 논리로 “내가 미국에 있을 때 벼룩시장에서 5달러에 파는 걸 봤는데…” 식의 이야기 역시 업계에선 통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사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다만 “원산지나 제작연도를 속이는 경우는 분명한 사기”라고 그는 덧붙였다.
서씨의 경우는 어떨까. 문제는 왜 그 가격에 판매하는지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내러티브 부족이 결국 문제였다. 봉이 김선달은 ‘말발’이라도 있지 않았는가.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개인적으로 마녀사냥의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했다면 이렇게 얻어맞진 않았을 텐데 결과적으로 이번 논란은 서씨에게도 상당히 큰 이미지 손상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오늘을 생각한다]](http://img.khan.co.kr/spko/ranking/weekly/140098/20240430104625_14009801.jpg)
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