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2판4판]청기와 시계

아아아! 버스 안에 계신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평소에 볼 수 없던 명품인 청기와 시계를 저렴하게 공급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고급 백화점에만 공급하던 이 시계를 염가에, 그것도 추첨해서 당첨된 행운의 손님에게만 드리겠습니다.

이 시계에 대해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청기와 시계는 새벽 4시만 되면 따르릉 울리기 시작합니다. 알람을 끄는 기능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됩니다. 100% 기상을 확신합니다.

그 기능만 있냐? 그렇지 않습니다. 24시간 바늘이 부지런히 돌아갑니다. 단지 흠은 한 번도 시간을 정확하게 맞춘 적이 없다는 점뿐입니다.

어떤 분이 시계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들고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명품시계는 원래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이 시계는 고장이 나서 멈추면 하루에 두 번은 정확하게 시간을 맞춥니다. 그리고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기 때문에 여러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래도 정확한 시간을 알아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이 시계를 차시고 형님이 차고 있는 시계를 보면 됩니다. 형님이 정확한 시간을 알려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계가 꼭 필요한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돈이 필요하시다, 그러면 전당포로 갈 것 없습니다. 이 시계를 들고 은행으로 가십시오. 미소금융이 미소를 지으며 반겨줄 것입니다.

자, 추첨에 들어갑니다. 번호표 7777번을 받으신 분, 손을 들어주세요. 아줌마군요. 오늘 로또에 당첨되신 것입니다. 확률이 무려 1만분의 1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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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9월 2일 경기도 구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상인에게 청와대 시계를 풀어준 것이 인터넷에서 화제다. 이 시계를 차고 미소금융을 찾아가보라고 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청와대 시계를 대량으로 제작해 배포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글·윤무영 | 그림·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