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장군님 모에화’ 책 낸 일본인의 정체?

“답이 없다 진짜 ㅋㅋㅋ”(누리꾼 텐카운트) “이제 보수는 가스통을 들고 일본의 심장부 아키하바라에 집합하라.” (누리꾼 임시정부) 일본에서 출판된 한 책에 대한 한국 누리꾼의 반응이다. 그 책은? <모에모에 북조선 독본>이라는 책이다.

10월 16일 일본에서 발매된 <모에모에 북조선독본>의 표지.

실제로 발간된 책이다. 아마존에 공개되어 있는 목차는 다음과 같다. *우선 장군님을 ‘모에’해야 한다. *기쁨조에 모에! *장군님의 큰 얼굴에 ‘모에!’…김현희와 류경호텔도 ‘모에’대상이다.

그런데 ‘모에’란 뭘까. 사실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익숙한 개념이지만, 또한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이 바로 모에(萌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일러스트레이션과 교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미소녀 캐릭터에 있는 특정코드에 대한 집착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모에’의 대상이 특정 부분이나 관계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안경 쓴 미소녀’라든지 ‘머리 긴 누님’과 같은 캐릭터가 갖고 있는 특징을 추출해 그것에 집착하는 태도를 말한다. 따라서 모에의 대상은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 사람뿐 아니라 의인화된 핵폭탄이라든지, 동물이나 괴물 역시 모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의 저자 아즈마 히로키는 이런 만화 팬들의 ‘모에화 경향’에 대해 데이터베이스적 소비라고 평했다. 더 깊이 들어가면 학술적 논의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이만.

어쨌든 저 책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선 단서는 책의 편저자. 아마존에 따르면 아케보노기관(曙機關)이라고 되어 있다. 책 소개에선 ‘북조선 연구의 권위자’라고 스스로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블로그에 “(자신들이) 만화가, 저널리스트, 여행가, 사진사, 군사분석가, 극작가, 북두신권 전승자 등 의 명사(名士)들이며 ‘일본의 평화와 국익을 위해 밤낮으로 임무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블로그에는 이번 책의 내용 일부분이 소개되어 있다. 북한이나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기보다 유교사회에 가깝다(한국도 마찬가지). 유교사회의 특징은 바로 ‘남녀7세 부동석’으로 대표되는 남녀 성별 차이다. 김정일은 바로 이 유교적인 ‘남자다움’ 이미지의 정점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의 김정일은 어쩌면 원래 수예와 시를 쓰는 게 취미인 속 좁은 남자일지도 모르고, 또 연회 때마다 화장실로 가서 목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술을 토해낼지도 모른다…는 것이 ‘장군님 모에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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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그럴듯한 주장이지만 어디서 많이 듣던 궤변이다. 바로 일본 토론게시판인 2ch 등에서 ‘혐한 주장’을 펴는 사람들의 논리다. 이들이 이전에 내놓은 “탈환을 명받았습니다!”라는 만화의 선전문구를 보면 그 주장은 더 확실해진다. “북한에 납치되어 있는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해 총리는 자위대 특수부대에 어려운 임무를 주었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북조선에 잠입한 그들은 과연 납치 피해자를 무사히 구출할 수 있을 것인가?! 절대적 권력을 휘두르는 김정일 체제의 북조선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은?” 왠지 이들이 ‘일본의 평화와 국익을 위해 밤낮없이 임무를 수행 중’인 장소가 어딘지 살짝 알 것도 같다. 아마 이 ‘전사들’의 무기는 키보드일 것으로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