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좀 무섭네요.”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사연’에 대한 누리꾼 반응이다. 사연은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미술대학을 휴학 중이던 지○○씨(35)는 3D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관련 커뮤니티에 올렸다. 그런데 난데없는 문의 메일 하나를 받는다. “님의 훌륭한 작품 잘봤다. 그런데 이 작품을 졸작(졸업 작품)으로 써도 되냐.” 조금 황당하고 무례한 질문이다. 거절했고 상대방도 안하겠다고 답을 했다. 그런데 메일을 보낸 상대방의 사연이 조금 걸렸다. “제 이름도 ○○인데, 성씨도 같네요. 이건 흔한 경우가 아닌데.” 동명이인이었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지○○씨가 다음 아고라 ‘억울’ 코너에 올린 사연.
지○○씨(편의상 지①씨로 하자)는 그 후 졸업을 하고 독립영화 일을 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 바닥, 먹고 살기 쉽지 않다. 그런데 동창을 만나는 자리에 가면 지①씨는 가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컴퓨터그래픽이나 건축 일 같은 거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 와중에 어느 날 이상한 제보를 받는다. 나이도 같고, 대학이나 전공도 자신과 같은 이가 그 계통의 회사를 다닌다는 것이다. 누리꾼이 캡처한 이 회사의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이 지○○씨(앞으로 지②씨로 표기)도 지①씨와 같은 ○○대학 ○○디자인과를 다닌 것으로 학력을 밝히고 있다. 확인한 결과 그 사람은 10년 전 메일을 보낸 그 사람이었다. “같은 이름을 쓰는 동갑내기 도플갱어”라고 지①씨는 표현했다.
누리꾼은 “타진요가 주장했던 도플갱어가 실제로 존재했다”며 놀라워했다. 도플갱어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누군가가 이 세상 혹은 다른 차원에 살아가며, 서로 조우하면 죽는다는 가설이다. 타블로의 학력이 가짜라고 주장하던 누리꾼은 (타블로의 본명인) ‘다니엘 선웅 리’라는 실제 스탠퍼드를 다니던 사람이 따로 있는데, 타블로가 그 사람 행세를 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나저나 이 사건은 어떻게 된 걸까. 해명을 요구하는 누리꾼 글이 지②씨의 회사 홈페이지에 쇄도했다. 지②씨는 자신의 학력사항을 소상히 밝히며 “○○대학 ○○디자인과를 다닌 적이 없으며, 지①씨에게 정중한 사과를 올린다”고 글을 남겼다. 이 회사의 대표는 “자신이 실수로 지②씨의 학력을 잘못 올린 것”이라고 사과공지를 올렸다.
본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먼저 지②씨. “2000년도에 메일을 보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후의 일이라고 언급한 것들이 뭘 말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②씨는 갑자기 자신의 학력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이 무척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의 김모 대표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낼 때 경력 등을 과장하기도 하는데, 우연히 지②씨가 ○○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한 것으로 내게 됐다”고 말했다. 즉 그 학교를 졸업한 또 다른 지①씨가 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 치고 뭔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 누리꾼의 주장이다. 지①씨와는 어렵게 연락되었다. 지①씨는 “어찌됐든 지②씨가 사과를 했고, 대표까지 나서서 사과를 하니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덤덤히 말했다. 지①씨는 더 이상 사태가 확산되길 바라지 않았다. 누리꾼의 말마따나 더 파고들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집단의 공명심이, 대책 없이 당해야 하는 개인에겐 추악한 괴물의 얼굴로 나타난다는 걸 타진요 사태를 통해 우리는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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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