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컵 속에 담배연기 담기, 가능할까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캡쳐

“이게 정말 가능함?” 모 커뮤니티에 한 사용자가 동영상을 올리면서 붙인 제목이다. 동영상 속 한 남자는 담배를 피고 있다.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이고선, 빈 유리컵을 들고 연기를 조심스레 내뿜는다. 연기는 흩어지지 않고 음료수처럼 컵에 담긴다. 남자는 컵을 흔들어 바닥에 가라앉은 연기를 출렁거리게도 해보고, 탁자에 부어 드라이아이스 연기처럼 바닥에 착 가라앉게 만든다. 최초의 댓글들은 의심이다. “담배연기 흡입할 때 정작 본인 입은 안나오네요. 다른 것 흡입한 듯.”(누리꾼 꾸꽁), “담배연기 아닌 거 같은데.”(잉여킴) 뭔가 조작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컵에다가 공기보다 무거운 기체 같은 걸 채워놓고 담배연기를 넣으면 가라앉지 않을까요?”(누리꾼 게마게마)

컵이 차가워야 된다는 누리꾼도 있었다. 한 누리꾼이 내놓은 해석은 그럴 듯하다. “날숨은 이산화탄소와 수증기의 함량이 높기 때문에 같은 온도일 경우 공기보다 무겁다. 그래서 담배연기가 공중으로 흩어지지 않고 가라앉는 것이다.”(누리꾼 데릭)

그런데 찬반양론이 갈리자 한 누리꾼이 꽤 그럴 듯해 보이는 이야기를 꺼냈다. “일반 담배들로 안되구요. 저 담배는 영국에서 제조되는 ‘Pida Zukgetne’라는 담배구요. 니코틴, 타르 성분이 일반 담배(타르 5mg 니코틴 0.5mg 기준)보다 약 7.5배 정도 강한 담배입니다. 또한 강한 중독성 물질인 ‘Gura’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양 사람들에 맞춰서 만들어진 담배다보니 가격도 비싸고 그만큼 피는 것도 힘들답니다.”(누리꾼 위대한 영웅)

또 다른 누리꾼이 맞장구를 쳤다. “2004년에 배낭여행으로 영국 갔을 때 저도 그 담배 피워봤습니다. 영국이라는 나라가 담배가 비싸서 일반 담배도 8000원 정도 했었는데(지금은 더 올랐으려나?) 저 담배는 한 갑에 3만원 하더군요. 민박집 주인이 이 담배는 꼭 피워보라고 해서 저렇게까지 해봤네요.

아직도 ‘Pida’의 그 쫀득한 느낌이 그립네요. 그런데 저 담배 국내 반입은 안됩니다. 마약성 물질인 ‘Gura’뿐만 아니라 ‘Dottdae’라는 향정신성 약품이 있어서 세관에서 걸리고 구속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잘 모르실 듯….”(누리꾼 에버그린) 그럴 듯한 이야기였는데, 결정적인 힌트는 이름들이었다. 각각 발음대로 읽으면 ‘피다 죽겠네’, ‘구라’, ‘돗대’다. 한 누리꾼은 다음에 나올 혁신적인 브랜드명이 ‘Emiya Mulzomdao’라고 이어받았다. 발음은 알아서 읽으시길. 조금만 더 가면 제2의 ‘디디바오’가 될 기세다.

그런데 어쨌든 저거 가능하다. 80년대, 다방 같은 델 가면 이제 막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꼬꼬마 사회초년생이 선보이는, 그런 종류의 묘기. 담배연기를 도너츠로 만드는 건 기본이었다. 그리고 ‘폭포’라는게 있었다. 방법은 이렇다.

담배의 비닐 포장을 벗겨 거꾸로 세운다. 그 다음 담배의 은박지를 벗겨 빨대처럼 둘둘 만다. 끝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그걸로 비닐 포장 위쪽에 구멍을 낸 다음, 담배연기를 그 빨대모양 은박지에 살살 불어넣는다. 담배연기는 폭포처럼 밑으로 천천히 쏟아져 내린다. 어쨌든 궁금하다. 유리 컵을 가져다 시험해봤다. 된다. 동영상 속 남자만큼은 아니지만 담배연기는 컵 속에 고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두세 번 반복해서 해봤지만, ‘스킬’은 늘지 않고 목만 아프다.

언더그라운드 넷

동영상이 처음 게시되었던 유튜브에 달린 외국 누리꾼의 댓글은 국내처럼 진위 논란이 아니고, ‘멋있는 놈(cool guy)’식의 반응이 대다수다. 새해 금연 결심했다가 작심삼일로 끝내고 다시 설날을 계기로 금연 계획 세우신 분들, 괜히 흔들리지 마시길. 저런 게 멋있어 보이는 것도 한때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