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키우는 사람은 안다. ‘그분’의 위대한 능력을. 한 누리꾼은 증언한다. “아이고, 우리 조카는 그분이 다 키우셨어요.” 누리꾼은 그분에게 ‘느님’ 칭호를 선사했다. ‘느님’은 6박7일 동안 천지창조를 한 조물주처럼 놀라운 능력을 선보인 경우에 붙이는 누리꾼 칭호다. 예시를 한다면 성형 전후 몰라보게 달라진 여성의 얼굴사진을 두고 누리꾼은 ‘의느님의 위엄.jpg’와 같은 이름을 붙인다. 성형의사가 신기(神技)에 가까운 재주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뽀느님’을 경배하는 아이들. |출처 PGR21
어쨌든 그분의 존함은 뽀로로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그 뽀로로. 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찾아보면 <뽀로로>와 관련된 일화는 많다.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뽀로로와 포르노를 혼동해 생긴 이야기다. 이건 직접 들은 일화다. 가까운 지인 중 하나는 웹에이전시 사장인데, ‘뽀로로’의 제작사 아이코닉스로부터 홈페이지 제작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 이 지인은 그 의뢰를 바로 거절했다. “저, 뽀로로 알죠? 뽀로로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싶은데요…”라는 조심스런 전화내용 중 뽀로로를 ‘포르노’라고 잘못 들었기 때문이다(이 지인은 당시 애가 없어서 뽀느님의 세계에 무지했다). 유재석과 뽀로로를 비교하는 사진도 있다. ‘안경 빨’이라는 것이다. 글에는 실제 안경의 실밥이 풀어져 떨어진 뽀로로의 ‘실물 봉제사진’ 이미지가 같이 붙어 있다.
TV 앞에서 뽀로로를 경건한 자세로 보는 아이들 사진을 두고 뽀로로가 유아세계에서는 거의 종교에 가깝다는 뜻에서 뽀니톨로지라는 이름도 거론된다. 막 찧고 까불다가도 뽀로로 동영상만 틀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얌전해진다는 것. 인터넷에는 ‘뽀느님’이 행하신 기적과 관련한 간증글이 넘친다.
외국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장난감 캐릭터 시장이나 DVD 판매시장을 장악한 지는 이미 오래 전. 최근 뽀로로가 다시 각 커뮤니티에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이유는 최근 발매된 뽀로로 우표가 달성한 놀라운 위업과 관련해서다. 이번주 ‘우정이야기’ 코너에 자세한 사연이 거론되어 있으니 일독하시라.
어쨌든 궁금하다. ‘뽀느님’를 만들어낸 진짜 창조자 아이코닉스는 그들이 만들어낸 캐릭터가 이렇게 추앙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에게 물었다. 최 대표는 “‘뽀느님’ 같은 누리꾼 용어는 몰랐지만, 뽀로로를 보면 애들이 얌전해진다는 블로그 게시글은 읽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기왕 전화한 김에 궁금한 거 더 물었다. 포르노와 뽀로로의 발음 유사성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는가. “만들 땐 전혀 예상을 못했습니다. 애들이 쪼르르 정신없이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연상하며 그 단어가 귀엽다고 생각해 채택한 이름입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아이들이 조금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라고도 나와 있고….”
1기와 2기 뽀로로에서는 벌거벗었던 캐릭터에 옷을 입힌 까닭은 무얼까. “처음 캐릭터는 다리가 없었다. 3기 때 없던 다리를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옷을 입히게 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여자 캐릭터가 루피밖에 없었는데, 뽀로로와 같은 펭귄이며 여성 캐릭터인 페티가 등장하면서 루피가 소외되었다? “사실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루피가 ‘너무 수줍어하는 공주과’잖아요. 그래서 활달한 성격을 가진 페티를 투입해 균형을 맞춘 거죠.” 앞으로의 계획은 일본의 ‘헬로 키티’나 미국의 ‘미키 마우스’처럼 50년 넘게 살아남는 캐릭터로 뽀로로를 키우는 것이다. 유아들 세상에서 ‘뽀느님’ 지배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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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