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인물]‘방송통제위원장’의 불명예 퇴진

1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전격 사퇴했다. 최 위원장의 사퇴는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관의 돈봉투 살포 혐의 등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터진 측근 비리 의혹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시중

최 위원장은 2008년 MB정부가 출범하면서 1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됐고 지난해 3월 연임하면서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해 왔다. 최 위원장에게는 임기 내내 ‘방통대군’ ‘방송통제위원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동아일보 정치부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지만 임기 내내 권력의 편에서 방송과 언론시장을 통제했다는 비난이었다.

이러한 비난에 대해 최 위원장은 언제나 억울함을 호소했다. 2011년 11월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단언하느냐” “미네르바 박대성씨에 대해 무리하게 법 집행한 것 아니냐”는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의 질문에 최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한 트위터리언에 의해 ‘올해의 망언’ 2위에 뽑혀 회자되기도 했다.

눈물을 보인 적도 있다. 2011년 3월 17일 최 위원장의 연임을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최 위원장은 ‘방송 장악과 방송 통제의 종결자’로 낙인 찍힌 사람”이라며 “최 위원장 임명 후 240여명의 언론인이 징계를 받고 8명 이상은 해고되는 등 5공 이래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나는 1964년 동양통신 기자로 시작해 동아일보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등을 거치면서 30년간 역사의 현장을 지키는 언론인이었고, 독재 정권에 항거해 고문을 당하고 투옥되기도 했다”며, “언론인으로서 이 같은 표현은 참기 힘든 모욕과 다름없다”며 눈물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이를 ‘악어의 눈물’이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 임기 동안 한국의 언론자유 수준은 지속적으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국제언론자유감시단체인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는 세계 각국의 언론자유 수준을 조사해 ‘2011년 언론자유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의 언론자유는 2007년 39위에서 꾸준히 하락해 2011년 70위까지 추락했으며 ‘부분적 언론자유국’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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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사퇴와 관련한 브리핑에 앞서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은 특별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많은 분들이 아시듯 저와 최 위원장의 관계가 남다르다”며 “이 멘트는 저에게 굉장히 소회가 각별한 멘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2009년 3월 현 정권에 비판적인 ‘클로징멘트’를 했다는 이유로 MBC 앵커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당시 그가 경질된 배경에는 최 위원장의 외압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브리핑을 통해 “최 위원장은 부하직원 비리에 대한 도의적 책임뿐 아니라 방송통신정책에서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히며 “최 위원장은 이 모든 일에 대해 다른 장소에서 국민에게 설명하고 마땅한 곳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사법처리를 시사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