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무한도전> 속 바보들은 현실의 우리다

<웃기는 레볼루션> 권경우외 지음·텍스트 1만8000원

제목을 풀면 ‘웃기는 혁명’이다. 혁명이 우습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제목이 지칭하는 대상은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이 이 시대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라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문화평론은 대중문화가 그 시대 대중들의 욕망 체계를 보여주는 입체적인 구조물이라고 본다. 그러니 10명의 필자들이 문화평론의 눈으로 <무한도전>이라는 구조물의 이모저모를 뜯어보는 <웃기는 레볼루션>의 출간은 오히려 뒤늦은 감마저 있다.

이택광 교수에 따르면 <무한도전>은 “말 그대로 ‘궁상스러운 바보들이 벌이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내용에 충실하다. 여기서 이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그 ‘바보’들에 대해 감정이입하는 내용의 성격이다. “<무한도전>에서 희화화된 인물 성격은 현실의 모순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무식한 출연자들’보다 더 나은 자신의 위치를 확인시켜 준다.” 그러나 실제로도 그럴까. “시청자들은 이를 보면서 웃지만, 네모난 화면이 보여주는 그 가상이 실제상황에 대한 알레고리라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다.” 이 교수는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현실의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미션’을 수행해야 하고, 그 미션을 빨리 달성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방송 분량을 만들어내기 위해 미션 달성을 끊임없이 지연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생존에 필요한 일 이상의 노동시간을 채울 수밖에 없는 신자유주의 세계의 알레고리를 발견한다.

권경우 문화평론가는 <무한도전>의 실험정신이 <무한도전>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그 실험은 때로는 전위적인 수준까지 나아가기 때문에 <무한도전>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은 감정이입을 하기 어렵다. 반면 경쟁 프로그램인 <1박2일>이나 <남자의 자격>은 실험보다는 보편적으로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감동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시청률이 아니라 실험에 비중을 두는 <무한도전> 제작방식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드물게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권경우 문화평론가는 <무한도전>은 ‘리얼’을 의도적으로 추구하지 않음으로써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리얼’을 표방하지만 전혀 ‘리얼’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과 지극히 대조적”이라고 본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관성을 거부하는 <무한도전>의 특성을 “무규칙, 무질서, 무계획의 하모니”라고 요약한다. 김태호 PD는 책 말미에 실린 인터뷰에서 “무한도전의 역사는 한마디로 시스템 바꾸기의 역사”라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그게 이제 우리의 역할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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