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칼럼]1인 예술 창업가 시대

얼마 전 IT업계 중소기업 CEO 모임인 ‘IT CEO 포럼’을 준비하면서, 16세 기타리스트 정성하군을 초청해 연주회를 가졌다. 그는 2012년 빌보드가 주목하는 한국인 뮤지션이다. 올 1월 유튜브 조회수 4억건을 넘으면서 국내 단일 가수로는 최고 기록을 보유한 글로벌 스타다. 국내 유튜브 최고 기록은 5억800만건을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채널이다. 소속 가수 통틀어 나온 숫자임을 감안한다면, 혼자서 소녀시대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는 온라인계의 김연아인 셈이다.

2월 8일 IT CEO 포럼 조찬세미나에 참석한 기타리스트 정성하군이 미션임파서블을 기타로 연주하고 있다. | kt경제경영연구소 제공

정군을 주목한 또다른 이유가 있다. ‘1인 예술 창업가’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뮤지션으로서의 그의 성공은 웹을 통해서 이뤄낸 것이다. 그는 유튜브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트위터 등 인기 소셜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자신의 연주를 전 세계인과 공유하고 있다. 현재 2장의 음반을 발매하였으며, 전 세계적으로 공연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1인 예술 창업가’이다. 16살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성공이다.

이처럼 IT는 끼와 열정을 가진 젊은 예술가와 창업가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사용한 만큼만 지불하면 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자금이 부족한 젊은 개발자들에게는 필수 아이템이 됐다. 스마트폰은 그 자체가 서비스 플랫폼이 되고, 전 세계 수십억명의 온라인 이용자들을 연결시켜주는 채널이자, 고객 기반을 제공한다. 이런 채널이 스마트 패드, 스마트 TV, 스마트 가전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재능과 열정만 있다면 큰 돈 들이지 않고도 누구나 글로벌 톱스타가 될 수 있다. 최근 급속히 퍼지고 있는 K-POP의 열풍도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확산에 힘입은 바 크다. 글로벌 팬들을 위해 K-POP 가사를 영어로 번역해주는 사이트들도 늘어나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와 창업가를 동일시하는 건 좀 거부감이 들 수 있다. 그러나 IT의 활용 가능성이 사업을 넘어 예술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젊은 예술가를 위한 소셜 펀딩의 개념이 확산된 지 이미 오래다. 2009년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인 소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www.kickstarter.com)는 소액 펀딩을 통해 창의적인 예술가나 공연 등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면서 젊은 예술가들의 등용문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업스타트(www.upstart.kr) 사이트가 있어서 영화, 문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의 기금을 마련하는 장을 제공하고 있다. 개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가를 후원하면서 동시에 투자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계의 엔젤 투자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펀딩의 영역도 점차 소셜 기부를 포함한 창의적인 모든 아이디어로 확대되고 있다.

IT 창업의 좋은 점은 실패에 따른 리스크가 작다는 것이다. 기존의 창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라도 자금난에 막히거나 투자 리스크가 커서 실패하면 자칫 신용불량자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IT 창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재미삼아 시도해볼 수도 있고, 반응이 좋으면 순차적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8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자랑하는 페이스북조차도 대학교 내 폐쇄 사이트에서 조금씩 외부로 확장하면서 전 세계적인 소셜 플랫폼으로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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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없었다면 정성하군과 같은 신동을 발굴할 수 있었을까. 인터넷이 없었다면 페이스북의 신화가 가능했을까. 본인의 예술적 끼와 열정을 웹 플랫폼에 공유함으로써 글로벌 스타가 되었던 것처럼, 8억명의 개인들을 연결함으로써 시가총액 1000억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페이스북처럼 우리 IT산업에서도 수많은 젊은 예술가, 스타트업 기업들이 꿈을 펼쳐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글로벌하게 말이다.

<유태열 |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