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민주주의는 제 삶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욕구

세계사를 다루는 일반적인 방법은 정치나 경제의 창을 통해 사건들 사이의 역학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세계사 심리코드>는 이러한 일반적 방법 대신 심리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사다. 저자는 세계사의 배후에는 여섯 가지 심리코드가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기억’ ‘탐욕’ ‘우월감’ ‘통제욕’ ‘개방성’ ‘종교’가 그것이다. 기억은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억의 심리적 측면 중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영광을 재현하려는 심리”다. 이 심리는 신성로마제국이 제국의 이름에 ‘로마’를 사용한 것이나 고려가 ‘고구려’의 이름을 차용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집단적 승리나 패배의 기억은 전승된다.

<세계사 심리코드>
김태형 지음·추수밭·1만4000원

여섯 가지 코드 중 저자가 가장 중요한 세계사의 동력으로 보는 것은 ‘탐욕’과 ‘통제욕’이다. 저자는 모든 인간이 본래 탐욕스럽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세계사의 큰 부분을 탐욕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세계사의 지난 흐름이란 탐욕을 확대재생산하는 자본주의의 영향력이 확대된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지배력이 강화된 근현대에 폭력의 규모가 이전 시대보다 증가한 것은 탐욕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 폭력과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역사 발전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심리코드는 통제욕이다. 노예들의 봉기를 주도해 로마 전역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던 스파르타쿠스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려는 욕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다. “모든 사람은 삶을 스스로 통제하기를 원하며, 그것을 위해 자신과 세계를 통제하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자신의 삶은 물론 자신이 속한 집단적 삶까지 통제하려는 ‘사회적 통제욕’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인간은 점진적 ‘진화’와 급격한 ‘혁명’을 통해 사회의 구조적 변동을 만들어 왔는데, 저자는 진화와 혁명의 장단점을 종합해 극복하고 있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라고 본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민주주의란 “백성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게 해주는 사상이고 제도”라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자기 삶을 통제하려는 백성의 욕구가 실현된 제도라고 보는 저자의 관점은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독특한 전망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자본주의 체제는 인간의 통제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역사란 결국 민중이 정치와 경제영역에 대한 결정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으므로,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은 언젠가 극복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희망 섞인 진단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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