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의 눈]우리는 왜 제때에 대응하지 못하는가

내게 향후 한국 경제에 가장 큰 그늘을 드리우는 단 하나의 요인을 찾으라면 저출산 고령화 충격을 들겠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한국의 출산율은 유엔 회원국 188개국 가운데 186위로 사실상 꼴찌이고 고령화 속도 또한 일본을 능가한다. 2010년대에 가파르게 진행될 저출산 고령화 충격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따른 생산경제 위축 및 세수 감소, 복지지출 수요의 급증, 자산시장의 장기 침체라는 3대 파장을 낳게 된다. 그만큼 한국 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그 심각성에 비해 여전히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가. 우리말로는 <예고된 재난>쯤으로 번역될 수 있는 <predictable surprise>라는 책에서 맥스 베이저먼 교수와 마이클 왓킨스 교수는 예고된 재난이 발생하게 되는 이유들을 크게 조직구조상의 요인, 정치적 요인, 인지심리적 요인 등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조직구조상의 요인으로는 서로 다른 정부 부처간에 필요한 정보와 대응조치 공유를 회피하는 조직 칸막이 현상이나 개인적 유인을 위해 전체의 이익을 희생하는 대리인문제 등을 거론한다. 또 정치적 부패와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압력, 정치인과 언론의 희생양 찾기 등을 통한 땜질식 처방 등과 같은 정치적 요인들을 들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특히 이 정치적 요인 측면에서 매우 큰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정부의 성격 자체가 정치적 부패와 기득권 옹호로 집약될 정도인 데다가 실제로 체계적인 문제 대응보다는 구호와 쇼를 통한 포장술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지심리적 요인으로는 낙관적 환상, 아전인수식 해석, 미래 가치 절하, 현상유지 심리 등을 들 수 있다. 낙관적 환상은 어떤 문제가 충분한 대응을 필요로 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경향이다. 또는 어떤 문제가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경향이기도 하다. 국내의 부동산 버블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데도 ‘긍정의 힘’을 강조하며 “집값은 항상 오른다”고 주장하는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성향이 이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전인수식 해석은 말 그대로 어떤 사안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대응하는 태도를 말한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한쪽에서는 경제 침체와 세수 감소를 부를 수 있으니 복지 확대는 안 된다는 주장의 논거로 삼거나 저출산 고령화가 전적으로 복지 확대만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문제의 일면만을 자신의 태도를 합리화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현상유지 심리는 개혁을 통한 이익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현상에 안주하려는 심리적 태도를 말한다.

선대인의 눈

무엇보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인지심리적 요인으로는 미래에 대한 가치 평가절하를 거론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현재의 1000만원을 5년 후의 1200만원보다 선호할 수 있는 경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반대로 우리는 미래에 닥칠 문제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가급적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이런 심리는 미래에 닥칠 문제보다는 당장 눈앞의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근시안적 태도와 직결된다. 이처럼 문제를 근시안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체계적으로, 근본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그 충격의 여파가 직접적으로 발생할 때마다 세금을 써서 대응하는 식으로 넘어가기 십상이다. 무책임한 정부 당국자와 정치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지만, 그 부담은 대부분 미래 세대에게 빚 부담으로 전가된다.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