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대입 프로젝트’에 병 드는 아이들

굳이 미셸 푸코 같은 철학자의 통찰을 빌리지 않더라도, 학교와 감옥은 서로 닮았다. 학생과 수감자는 각기 학교와 교도소 행정권력의 감시와 훈육의 대상이다. 감시와 훈육을 위해 철저한 통제와 규율이 적용된다는 점에서도 두 공간은 비슷하다. 학교는 ‘창살 없는 감옥’이다.

<10대가 아프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위즈덤경향·1만5000원

들끓는 청춘들을 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온종일 가두어놓고 있으니 문제가 없을 리 없다. 가뜩이나 심한 성적 스트레스에 더해지는 학교폭력은 언젠가부터 학교를 감옥이 아니라 지옥으로까지 만들고 있다. 어디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까. 실마리는 현장에 있을 것이다. <10대가 아프다>는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알지 못했던 10대들의 생활세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감으로써 10대들의 내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된 경향신문 탐사보도를 책으로 묶었다.

시험이 다가오면 모두 ‘짐승’이 된다고 아이들은 말한다. “아이들이 시험 2주 전만 되면 서로 많이 싸우고 거의 미쳐 있다.” 누군가는 다른 아이의 필기노트나 책을 훔친다. 어떤 아이는 시험 때만 되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육체적 질병으로 전이된다. 어느 고등학생은 중3 때 배운 담배가 시험 때마다 늘어 지금은 하루 한 갑을 피운다. 이것을 10대들의 체력적 허약함이나 도덕적 일탈로만 단정할 수 있을까. 한국 가정이 ‘대입 프로젝트 공동체’라는 데서 이유를 찾는 것이 합당할 듯하다.

때때로 피해학생들을 죽음으로까지 몰고가는 ‘일진’ 학생들이나 ‘왕따’ 가해자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기자들이 서울지역 내 내로라하는 일진 9명을 만나 나눈 대화는 이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아이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때린 것은 “걔네들이 잘못해서”이고 “나쁜 짓인지는 아는데 제게 유익하니까” 한다. 일진 노릇은 용돈도 생기고 심심풀이도 되는 일이다. 별다른 문제의식은 없다. 한 전문가는 공부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학생들의 놀이문화가 폐쇄되고 “일종의 왜곡된 놀이문화로서 ‘가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가해자는 사라질 수 없다. 그보다는 피해자를 고립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간 탐색

10대들이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은 언제일까.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한 아이들은 축구할 때, 싸이월드를 할 때, 유럽 프로축구 경기를 볼 때, 쇼핑할 때, 가족여행을 할 때, 빵을 만들 때, 맛있는 걸 먹을 때 행복하다고 말한다. 단순하고 사소한 것들이다.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무엇보다도 10대들의 육성을 최대한 담아내려 한 점이다. 비교적 덜 왜곡된 10대들의 목소리가 여기에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