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탐색]노예제는 결코 종식되지 않았다?

오늘날 노예제도는 모든 국가에서 불법이다. 국제협약도 노예를 금지하고 있다. 노예제도는 오래 전에 사라진 과거의 유물에 불과한 것일까. <끊어지지 않는 사슬>의 공저자 세 사람은 “법적 폐지와 같은 사건들로 쉼표가 찍혔지만 노예제는 결코 종식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270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노예로 살고 있다. 이는 350년 동안 서구인들이 대서양 노예무역으로 잡아간 아프리카인들의 수와 맞먹고, 오늘날의 호주 인구보다 많은 수다.

<끊어지지 않는 사슬> 케빈 베일스 외 지음·이병무 옮김 다반·1만5000원

그러나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노예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과거와는 달리 은폐돼 있다. 통계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대놓고 노예제를 운영하던 과거가 나았다. 노예 관리를 위해 노예 소유주들이 노예장부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노예들은 공식적인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 방식으로 은밀하게 관리된다.

과거의 노예제와 현대의 그것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과거 노예무역은 식민지와 제국 건설을 위한 ‘합법적’ 수단이었다. 오늘의 노예제는 전 세계에서 불법이다. 노예에 대한 법적 소유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한 번 노예로 태어나면 평생 노예로 살아야 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의 노예는 출생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조건에 의해 규정된다. 그러나 “경제적 착취와 지속적인 폭력적 통제”에 의해 유지된다는 점에서 노예제의 본질은 항구적으로 동일하다. 저자들은 이런 인식 위에서 오늘날의 노예제를 4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먼저 구노예제와 비슷한 형태의 개인 소유 노예들이다. 북서부 아프리카에는 아직 이런 형태의 노예가 남아 있다. 두 번째는 빚 때문에 자신의 육체를 담보로 제공하고 인신구속 상태에서 노예노동을 하는 이들이다. 인도에 이런 형태의 노예가 1000만명 가까이 있다. 세 번째는 계약노예제다. 외형적으로는 고용계약을 맺고 일하지만 실제로는 강제적 노동을 하는 경우다. 네 번째는 강제노동이다. 여기서 저자들이 말하는 강제노동은 “개인이 아니라 정부나 그 밖의 ‘공공’단체에 의해 운영되는 노예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학생들을 강제적으로 3개월간 목화농장에 보내 무임금 또는 초저임금으로 일하게 하는 제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신간탐색

노예제는 글로벌화한 경제시스템에 뿌리를 박고 있다. 부국과 빈국 사이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하며 성장하는 글로벌 경제는 노예제의 강력한 동력이다. 물론 피해자는 빈국에서 양산된다. 여기에 인종문제, 종족문제, 종교문제도 얽혀 있다. 그러니 해법 또한 전방위적이어야 한다. 저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유엔, 정부, 시민단체,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