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눈]민주당 경선 유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될 즈음 상당히 재미있는 드라마가 연출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왜냐하면 이번 경선이 드라마가 가질 수 있는 요소를 거의 다 갖추었기 때문이다. 우선 새누리당과는 달리 민주당은 주인이 없는 정당이어서 정말 치열한 경선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당내 지지율은 문재인·손학규 두 후보가 거의 막상막하였다. 그리고 지역 순회 경선 역시 중요한 드라마적 요소를 만들 수 있는 장치였음은 확실하다. 지역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매번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클라이맥스는 바로 결선 투표였다. 결선 투표제를 통해 또 한 번의 반전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경선이 시작되자 이런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이런 예측이 빗나간 가장 큰 이유는 당 지도부와 당 선관위의 경선관리의 미숙함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제주 경선에서 비문(非文) 후보들이 모바일 투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울산 경선 불참을 강행했을 때, 당 지도부와 선관위의 대응을 보면 극명하게 알 수 있다. 당시 비문 후보들은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각 캠프의 관계자를 옵서버가 아닌 참여자로 참가시키고 모바일 투표의 문제점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지만 그때 이미 당 지도부는 울산 경선의 투·개표를 강행했다.

한마디로 밀어붙이기 식이었다는 말이다. 당 지도부는 좀 더 인내심을 가졌어야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비문 후보들의 반발은 단순히 모바일 투표 문제 때문에 불거졌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경선의 공정성 문제는 과거부터 계속 비문 후보들에 의해 제기됐었기 때문이다. 경선 룰을 확정할 때부터 특정 후보를 위한 룰이냐는 식의 반발이 있었고, 후보들의 연설 방식도 갑자기 프레젠테이션을 가미하자고 제안해 비문 후보들은 연설에 약한 문재인 후보를 위한 방식 변경이라고 반발했으며, 지난번 후보자 TV 토론회 방식도 특정 후보에게는 후하고 특정 후보에게는 박했다는 불공정 논란을 야기시켰다.

이런 종류의 TV 토론회 사회를 다수 맡아본 내 경험에 의하면 방식 자체가 불공정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즉 공정성이 생명이어야 할 경선 토론회에서 패널이 질문하는 방식은 공정성 시비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어쨌든 이런 공정성에 대한 시비는 계속 있어 왔고, 비문 후보들의 불만이 누적된 상태에서 모바일 투표 방식 논란으로폭발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부분은 이런 불만이 누적되도록 당 지도부와 당 선관위는 무엇을 했느냐 하는 부분이다. 당 지도부는 오히려 이들 비문 후보들과의 대결을 선택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사안을 해결하기보다는 자신들을 우습게 보고 덤빈다는 생각을 갖고 오히려 비문 후보들을 제압하려 드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여기서 당 지도부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대선후보 경선은 당 지도부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치르는 것이 아니라 자당 대선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치르는 것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과 같이 잡음을 없애려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잡음을 억누르려 한다면 누가 대선후보가 되든 과정의 정통성에 흠집이 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율의 눈

그리고 한 가지 더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무조건 억누르기만 하면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언젠가는 다시 폭발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일반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외면하고 대신 안철수 교수를 선택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다시 한 번 불임정당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을 위한 경선인지 당 지도부는 철저하고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신율<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