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비판은 오해다

마르크스는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아온 독창적 사상의 거인이다. 그의 이름에는 서구 지성계의 가장 강력한 흐름 중 하나인 좌파 사상의 아버지라는 찬사와 현실사회주의의 붕괴로 그 허구성이 입증된 엉터리 예언가라는 비판이 동시에 걸려 있다. 주저 <자본>의 출간 이후 마르크스를 읽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던 것처럼, 마르크스 이론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꾸준했다. 금융위기 이후 ‘마르크스 다시 읽기’가 유행이 된 뒤에도 그렇다. 영국의 옹골찬 마르크스주의 문학비평가인 테리 이글턴은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통념적 비판으로부터 마르크스를 방어할 필요를 느끼고 책을 한 권 쓰기로 작정했다.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 테리 이글턴 지음·황정아 옮김 도서출판 길·1만7000원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는 마르크스 이론에 대한 10가지 비판에 대해 이글턴이 반론을 펼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마르크스주의는 끝났다?’ ‘이론적으로만 괜찮다?’ ‘결정론이다?’ ‘유토피아를 꿈꾼다?’ ‘만사를 경제로 환원한다?’ ‘마르크스에게 세계는 물질덩어리였다?’ ‘이미 사라진 노동계급에만 집착한다?’ ‘폭력적인 정치행동을 선호한다?’ ‘전권을 가진 국가를 믿는다?’ ‘최근의 급진적 운동에 기여한 바가 없다?’ 이글턴이 정리한 통념적 마르크스주의 비판들은 대체로 마르크스 사상의 현실 적합성, 결정론적 세계관, 경제환원론, 계급이론의 경직성 등에 대한 문제제기로 요약할 수 있다.

이글턴의 반론은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적 한계에 대한 비판이 대부분 오해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다음 마르크스 이론의 속성이라고 ‘잘못’ 알려진 것을 역으로 자본주의에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수행된다. 예컨대 비판자들은 “마르크스주의는 만사를 경제로 환원한다. 그것은 일종의 경제결정론이다”라고 비판한다. 마르크스주의는 인간의 다양한 행위들과 그 동기들을 ‘경제’라는 단일요소로 환원해버리는 조악한 이론이라는 비판이다.

이글턴은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는 다수의 힘들이 작용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힘에 똑같은 비중을 둘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한 뒤, 다른 요인에 대한 경제적 요인의 우선성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마르크스주의를 경제환원론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면, 오히려 “은행업자, 금융자문가, 재무부 관리, 기업 임원 등이야말로 자발적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되받아친다. 이글턴은 일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이 같은 반론을 비교적 친절한 문체로 수행한다.

신간 탐색

이글턴은 “마르크스의 사상이 완벽하다는 게 아니라 신빙성이 있다고 제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당하게 오해받고 있는 마르크스 사상을 변호하기 위해 책을 썼을 뿐 마르크스 사상을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라는 얘기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