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이오덕의 일상, 그 41년간의 기록

이오덕(1925~2003). 열아홉 살에 교사생활을 시작해 예순한 살까지 아이들을 가르치며 우리말을 살리고 아끼는 일에 헌신한 교육자, 아동문학가, 우리말 운동가.

<이오덕 일기> 1~5 이오덕 지음·양철북·각권 1만4000원

그가 1962년부터 2003년까지 41년간 쓴 일기가 5권짜리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출판사가 2011년 선생의 유족으로부터 선생이 손으로 쓴 일기장들을 건네받아 정리하니 원고지로 3만7986장, A4용지로는 4500장 분량이었다고 한다. 이번에 출간된 <이오덕 일기> 5권은 이것을 다시 원고지 6000장 분량으로 줄인 것이다. 이오덕의 품성과 사상을 보여줄 수 있는 ‘정수’만 가려 뽑았다는 얘기다.

1권과 2권은 ‘교육일기’다. 그가 교사로서 학교에 재직하던 시기의 글들이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 학교 현장과 교육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다. 3권과 4권은 그가 1986년 2월 학교를 떠나 1998년까지 경기도 과천에 살던 시기의 글들이다. 5권은 그가 과천을 떠나 1999년부터 2003년 죽기 전까지 머물렀던 충북 충주 신니면 무너미마을에서 쓴 일기다.

교사 시절 일기에는 경직된 교육문화가 아이들을 망치는 일에 대한 분노를 담담하게 적은 글들이 적지 않다. 1964년 4월 22일 “교육장의 초도순시가 있는 전날, 밤을 새워 늙은 여교사는 교장실 책상보를 만들어 놀라운 열성을” 보였는데, 며칠 뒤 이오덕은 학교 안을 휩쓸고 지나간 일련의 번잡스러운 호들갑에 대해 이렇게 적는다. “청소를 빼고 나면 도무지 할 말이 없는 교장, 청소만 잘하면 교육은 다 된다는 교육장, 아이들이고 교육의 실상은 보지도 않고 청소상태만 보고는 교육이 잘됐다 못됐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교육감, 그리고 이런 모든 우스운 ‘윗사람’들을 바로 볼 줄 모르는 교사들.”

아이들 교육과 함께 한평생 그가 업으로 삼은 일은 우리말에 들러붙어 있는 혼탁한 불순물을 걷어내는 일이었다. 1994년 3월 15일 일기에서 그는 그 일에 헌신했던 데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이날 오전 그는 신라문화 연구자 윤경렬 선생이 일본식 인형 제작법에서 벗어나는 데 30년이 걸렸다는 내용의 동화 한 편을 읽는다. 이오덕은 이 동화를 읽으면서 “내 삶의 뜻을 다시 발견했다는 기쁨으로 가슴이 꽉 찼다”며 “나는 드디어 이긴 것이다!”라고 기꺼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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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은 2003년 8월 14일에 암 선고를 받는다. 놀라지 않았다. 무덤 푯돌에 새길 글과 시비에 새길 글을 직접 지었다. 2003년 8월 25일, 그는 사망했다. 일흔여덟이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