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하느님의 뜻은 곧 하층민의 뜻이다

묵자의 하늘(天)은 문턱이 낮았다. 묵자가 말하는 하늘, 하느님의 뜻은 곧 하층민들의 뜻이었고, 바람이었다. 현실의 지배질서를 넘어 새로운 질서, 새로운 이념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저자는 묵자의 하느님을 해방신학과 연결한다. 귀천 구분 없이 모두가 하느님의 신하이고, 모든 국가와 도시와 지역이 하느님의 나라, 하느님의 고장이라는 점에서 해방신학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묵자 -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임건순 지음·시대의 창·2만8000원

묵자의 하늘(天)은 인간과도 현실과도 모두 단절돼 있는 것이었다. 하느님의 뜻은 하층민들의 뜻이었기 때문이다. 지배질서가 엄연한 현실에서 하층민들의 뜻이 관철된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묵자가 ‘단절’을 말하는 이유다.

이 단절을 해소하고 하느님의 뜻을 세상에 구현해내는 것은 결국 인간들의 몫으로 남았다. 그러기 위해 묵자에게 인간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존재여야 한다. 이는 묵자 집단이 어느 집단보다 체계적인 결사체로 묶여, 열성적이고 헌신적으로 활동했던 사상적 배경이기도 하다.

묵자는 담변(談辯)이라는 언어와 설득과 관련한 과목을 만들어 제자들을 교육하기도 했다. 한 번도 현실에 실현된 적이 없었던 세상을 그려내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세상에 없는 그들의 대안과 이상을 설득할 기술과 방법이 절실했다.

저자는 묵자가 겸애와 반전(反戰), 의로운 정치 등을 말하며 당시의 하층민들의 고통을 직시하고, 그들을 대변하고, 특히 일하는 자들의 권리와 그들이 누려야 할 기초적인 생활 보장에 관심이 많았던 사상가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단순히 소개에 그치지 않고 묵자의 사상이 오늘날의 현실과 만나는 지점을 찾는다. 저자는 묵자가 공자를 딛고 일어선 사상가라고 말한다. 어버이에 대한 효를 가장 우선시하고, 군사부일체라 하여 임금·스승·부모에 대한 복종을 강조하며,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차별을 절대시하는 유가의 한계를 깨뜨리고자 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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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동양철학자 와타나베 다카시는 묵자에 대해 “고대에 너무 일찍 근대를 지향했으며, 그 때문에 절멸했고, 역시 그 때문에 오늘의 우리에게 다시금 상기되는 사상 집단”이라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