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카모메 식당 - 각국 물가 비교할 수 있는 ‘빅맥지수’

“여긴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네식당이에요. 근처를 지나다가 가볍게 들어와 허기를 채우는 곳.”

핀란드 헬싱키 골목길에 일본 여성이 경영하는 조그마한 식당 하나가 있다. 주메뉴는 오니기리(주먹밥)이다. 핀란드에 오니기리라니. 라면과 김밥을 파는 분식집을 핀란드에 연 것과 같다. 파리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 게 당연하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카모메 식당> 이야기다.

식당 주인 사치에는 고집스럽다. 일본 관광객이 찾아오는 커다란 일식 레스토랑이 아니라 ‘소박해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주는 동네식당으로 밀고나가 보겠다는 것이다. 어느날 핀란드인 토니가 찾아온다. 일본 만화 마니아다. 그는 일본 여성 미도리를 만난다. 미도리는 ‘눈을 감고 세계지도에 손가락을 찍어 보니 핀란드가 찍혀서’ 무작정 왔다.

마사코도 합류한다. ‘에어기타’를 즐기는 핀란드인들의 여유가 좋아 무작정 여행 온 여인이다. 텅 빈 식당을 보며 흉을 보던 핀란드의 아주머니들, 남편이 집을 뛰쳐나가 상실감에 빠진 여성, 커피전문점을 판 뒤 자신이 아끼던 커피머신을 되찾고 싶었던 남성 등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카모메 식당을 찾는다.

미도리가 사치에에게 “왜 식당을 열었느냐”고 묻는다. 사치에가 답한다. “이탈리아 하면 피자와 파스타, 독일은 소시지, 한국은 불고기와 김치, 인도는 카레, 태국은 톰양궁, 미국은 햄버거, 핀란드는 연어. 그런데 일본인도 연어구이를 좋아하니 여기서 식당을 열었어요.”

각국의 대표 음식들은 급속히 세계화되고 있다. 어디에서든 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음식값을 비교하면 각국의 물가와 구매력이 비교가능하다. 대표적인 게 빅맥지수(Big Mac index)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맥도널드 빅맥 햄버거를 달러로 환산한 뒤 서로 비교한다. 빅맥 가격을 서로 비교하면 각국의 환율수준을 비교할 수 있고, 또 적정 환율이 얼마인지도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빅맥 가격은 3000원이라고 하자. 당시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이면 3달러가 된다. 같은 날 미국에서 빅맥이 4달러였다면 한국 빅맥 가격이 미국보다 25% 정도 싸다. 물가 기준으로 보자면 미국 물가가 한국보다 25% 비싸다고 볼 수 있다.

빅맥 가격은 어디에서나 같아야 한다는 가정하에서 보면 원화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한국의 빅맥 가격을 4달러로 맞추려면 원화를 절상해야 한다. 달러당 1000원이 아닌 달러당 750원이 적정환율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3000원=4달러가 된다.

빅맥지수는 환율은 각국의 통화 구매력에 따라 결정된다는 구매력 평가설과, 같은 제품의 가치는 세계 어디서나 같다는 일물일가 법칙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일물일가는 세계 모든 국가에서 판매하는 빅맥은 똑같고, 세금, 점포 임대료, 무역규제 등에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 1달러로 어디에서나 같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가정도 포함된다.

하지만 각 나라마다 상황이 달라서 일물일가를 일률 적용하기 힘들다. 환율은 각 국가의 경제력이나 국가채무, 유동성 정도, 외국인 투자, 경제정책, 대외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재료 조달이나 매장 임대료, 세금, 판매량 등도 다르다.

스타벅스가 판매하는 ‘카페라떼 그란데’ 가격은 ‘라떼지수’ 혹은 ‘스타벅스지수’라고 불린다. 김치지수도 있다. 2005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김치찌개 가격지수인 ‘김치지수’가 새로운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초코파이지수, 신라면지수도 있다. 다만 두 지수는 제작사가 만든 것이라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 코카콜라, 하인즈 케첩, 기네스 맥주 등도 지수로 종종 거론된다.

영화 속 경제

사치에가 오니기리를 고집하는 이유는 어릴 적 추억 때문이다. 아버지는 1년에 두 번, 운동회와 소풍 때 오니기리를 만들어주셨다. 자신만이 간직하고 있는 아늑한 고향의 맛인 소울푸드는 이렇게 힘이 세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