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광기의 한국사회 민낯

포스터=상상필름

제목 몬스터

감독 황인호

주연 태수Ι이민기 복순Ι김고은 익상Ι김뢰하 나리Ι안서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114분

개봉 2014년 3월 13일 개봉

영화 ‘몬스터’는 제목대로 괴물을 다루고 있다. 몬스터는 공포영화 장르 비평에서 흔히 사용되는 비유다. 고전적인 의미의 ‘괴물’은 말 그대로 비인간적인 존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인, 상상력이 만들어낸 존재들이다. 흔히 피칠갑 장르로 번역될 수 있는 1970년대 슬래셔 장르 영화들이 나타면서 몬스터는 인간성에 내재하는 악(惡)으로 확장되어 해석되었다.

이 장르에 대한 다른 규정은 ‘고어’(gore) 영화다. 프랑스 평론가 필립 루이에가 이 장르의 체계화를 시도했다. 고어는 그냥 피가 아니다. 솟구치는 피 분수, 절단된 사지에서 흘러나와 응고되어 끈적끈적해지기 직전의 핏덩어리다.

영화 ‘몬스터’는 피칠갑 영화이자 고어 영화다. 말 그대로다. 영화의 절정 부분에서 배우들은 얼굴과 몸에 피칠갑을 하고 사투를 벌인다. 영화의 주연을 맡은 이민기씨는 기자간담회에서 “그 부분을 찍은 3~4일간 인조피로 질척거려 신발 아래에 사포를 붙여야 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18세 이상 관람가다. 영화에서 일상 언어로 쓰인 욕설도 미성년자는 관람불가 수위다. 누군가는 기겁할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만나보는 한국영화의 수작이다.

영화의 주된 이야기 줄기는 두 미친 남녀의 대결이다. 영화는 두 주인공의 캐릭터에 깊게 몰입한다. 태수는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존재였다.

아버지로부터 가학적인 학대를 받는 형에게 “내가 그 괴물을 죽이면 나랑 놀아줄 수 있어?”라고 묻는다. 그리고 바로 실행. 농약 그라목손으로 아버지를 죽인다. 가족은 그와 연락을 끊었다. 도예를 하는 예술가로 산속에 혼자 살지만 실은 청부살인을 하면서 살아간다.

복순은 정신연령이 7~8살 정도에서 그친 처녀다. 부모는 없고 할머니가 여동생과 함께 키워왔다. 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복순은 할머니를 이어 시장에서 채소를 팔아 살아간다.

철거반원들이 닥치자 복순은 “할머니가 여기가 우리 자리라고 했어”라고 맞선다. 건달로 살아가는 태수의 형이, 태수를 만나는 것은 꺼림칙하지만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런데 영화가 ‘몬스터’로 보는 것은 주인공 두 남녀에 머무르지 않는다. 영화는 최근 우리가 직접 목도한 현실의 사건으로부터 모티브를 따왔다. 매 한 대에 몇백만원씩, 이러면서 해고노동자에게 야구배트를 들었던 모 재벌 회장님 이야기다.

그 과정이 찍힌 휴대폰을 되찾는 과정에서 태수가 고용된 것이다. 카메라는 휴대폰을 찾아달라는 전 사장의 고급양복, 넥타이핀, 고급시계를 집요하게 비춘다. 몬스터의 지시대상은 더 확장된다. 한국 사회 전체다.

영화는 그 광기의 위계를 묘사한다. 택시운전사는 복순이 정신지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가 가지고 있던 돈을 다 뺏는다. 복순이 아이가 납치되었다며 납치된 주소를 경찰에 제시하자, 경찰은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라며 아이폰이냐 안드로이드폰이냐고 되묻는다.

태수는 자신을 찾아온 호위총국 출신 탈북자를 격투 끝에 살해한다. 아마도 그 탈북자의 품에 있었을 돈뭉치를 태수는 자신의 엄마에게 내민다. 돈뭉치를 싼 종이봉투는 피로 물들어 있지만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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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엄마는 자신의 주워 온 아들에게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살인파티로 유인하지만, 막상 태수의 형이 사건의 목격자인 꼬마 나리양을 죽이려 하자 “자신이 키우겠다”며 실랑이를 벌인다. 모순적이고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게 우리 모습이다. 몬스터는 한국 사회의 민낯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