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경이 만난 사람]신학용 국회 교문위원장 “대학 구조개혁 양적 축소·특성화 병행해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는 국회의원들 사이에 이른바 ‘노른자’ 상임위로 통한다. 타 상임위 의원들이 교문위로 이동하기 위해 치열한 로비전과 신경전을 벌였을 정도다. 교문위는 관련 영역이 광범위하다. 교육·문화·체육·관광·언론 등이 모두 교문위 소관이다.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한류문화, 반값 등록금이나 사립대 구조개혁을 비롯한 대학문제, 신문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신문 진흥 및 보호·육성에 관한 문제를 비롯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관련된 법안이나 예산도 교문위가 관할한다.

신학용 교문위 위원장(민주당 인천 계양을)을 만나 넓디넓은 교문위의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 들어봤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신학용 국회 교문위원장 “대학 구조개혁 양적 축소·특성화 병행해야”

청년실업, 창조경제 등이 알고 보면 다 대학의 과제다. 지난 2년간 살펴본 대학의 문제는 무엇인가.
“정말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교육, 특히 대학교육은 국가 백년지대계이자 성장동력의 핵심이다. 선진국에서는 우리 교육제도를 벤치마킹한다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학생, 부모, 교육기관 모두가 별로 행복해 하지 않는다. 법과 교육제도 이전에 부모와 학생들의 생각, 미래를 보는 시각이 별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대학 진학률이 고교생의 80%인데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수치다. 과거엔 대학을 나오면 안정된 직장이나 직업을 기대했지만 이젠 대학 졸업식을 마치면 곧 백수가 되는 세상이다. 앞으로 대학 진학률을 60% 정도로 낮추고 특성화 고등학교를 활성화해서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자신이 원하는 일과 직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서히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대학의 반값 등록금은 언제 실현되나. 가능하긴 한가.
“새누리당은 맞춤형 복지, 민주당 시절의 정책은 보편적 복지로서의 반값 등록금이다. 새누리당은 장학제도를 활용, 돈 있는 사람이 더 많이 내게 하고 돈 없는 사람에게 장학금 혜택을 줘 실질적인 반값의 효과를 내자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소득에 관계없이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자는 입장으로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지난 5년 동안 90조원이 든 부자감세를 원 상태로만 돌려도 (재원은)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현실적인 반값 등록금은 대학교 등록금 자체를 반값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국가나 단체가 주는 장학금, 각 대학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등록금의 반이 해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국가에서 막대한 재정이 계속 투입되어야 한다. 진정한 반값 등록금은 힘들고, 사립대의 경우 국·공립대학 수준으로 낮추는 것 등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대학들도 각종 시설투자비에 임직원 봉급 등 너무 많은 운영비가 들어간다며 하소연만 한다.”

일부에선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대학 수를 반으로 줄이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대학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학 구조개혁이다. 무엇보다 대학 구조개혁은 사립대가 자발적으로 퇴출할 수 있도록 퇴출 경로를 열어주는 게 기본이 돼야 한다. 지난 1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의 요지는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해 2023학년도까지 대학 입학정원 16만명을 줄여 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새 대학평가체제를 도입해 충원율·취업률 같은 정량지표를 최대한 배제하고 정성평가를 강화한다고 한다. 대학을 평가할 때 교수학습 및 취업·창업 지원체제, 교수·학생 간 상호작용 등과 같은 대학교육의 ‘과정’과 ‘질’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법에도 이런 내용들이 포함될 것이다.”

대학 구조개혁 계획에 대해 지방 대학과 수도권 대학이 서로 ‘우리에게 불공정하다’면서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각 대학들도 이제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대학 발전을 위해서는 3F(Financial, Faculty, Facility) 즉, 재정, 교수능력, 시설 등의 완비가 필요하다. 양적인 구조개혁과 병행해서 특성화를 통한 질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양적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특성화를 중심으로 한 대학의 체질 개선으로 대학의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 사립대의 경우에도 단과 특성을 살린 대학들은 취업도 잘 되고 외국대학과 연계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도 한다. 이제 대학 구조개혁은 현실이고,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자각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부실대학의 양산은 역대 정부도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그렇다. 오늘날 지방대학 부실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수도권 집중화 정책이었다. 국가 공공기관은 물론 30대 그룹 본사 대부분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정부는 또 자유경쟁, 시장 원리만을 주장하며 지방대 육성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행정수도도 이전되고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들도 지방시대를 열어가고 있으니 명문대에 목숨 거는 관습을 바꾸고, 거듭 강조하듯 지방 사립대 특성화에 집중해야 한다. 또 지난 MB정부 때도 비리 사학재단을 다시 사립대에 복귀시키는 등 공정하지 못한 면도 많았다.”

교육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교육회의’가 2015년 인천에서 개최되는데.
“세계교육회의(World Conference on Education)가 지난 연말에 인천시로 유치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유네스코가 주최하는 2015 세계교육회의는 교육계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국제회의다. 지난 1990년 태국, 2000년 세네갈에 이어 15년 만에 대한민국 인천에서 열리게 된다. 2015년 5월 4일간 열리는 세계교육회의에는 190여개 유네스코 회원국 장관급 관료, 200여개 국제기구와 NGO, 전문기관 대표 등 15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2015 세계교육회의에서는 세네갈 다카르에서 열렸던 2000 세계교육회의 이후 범세계적인 기초교육 보급운동인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의 성과를 점검하고, 2015년 이후 국제 교육개발 분야의 의제를 설정한다. 그동안 교육 낙후도시로 평가받던 인천이 교육 국제화특구 선정과 세계교육회의 개최라는 쌍끌이 동력을 통해 명실상부한 교육 1번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책읽는 국회의원 모임’도 만들었다.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지난해 7월부터 운영 중이다. 우선 나부터 국회의원 활동으로 너무 바빠 정말 책 읽을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런 핑계만 대지 말고 책 읽는 문화를 만들고, 출판업계 불황에 도움을 주며, 공부하는 의원이 되자는 취지로 결성했다. 현재까지 <칼의 노래>의 저자 김훈 소설가, 영화 <고령화 가족>의 원작을 쓴 소설가 천명관 작가, <7년의 밤> <28> 등의 작품을 쓴 정유정 작가를 초대해 강연을 들었다. 창의력은 상상력보다 지식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들은 작가들의 창의력을 배우고, 작가들이 마음 놓고 창의적인 글을 쓸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노력을 할 예정이다. 평소 만나기 힘든 작가를 직접 만나 강의도 듣고 대화도 나눌 수 있어서인지 의원들의 호응이 크다.”

직접 책도 썼다. <상식의 정치>가 제목인데 정치와 상식이 요즘 세상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국회의원 생활 10년을 맞으면서 그동안 일했던 내용들, 작지만 소중한 내 발자국을 정리한 책이다. 보통 국회의원 출마를 앞둔 후보자들이나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임기 중 출판기념회를 한두 번쯤은 하는 것이 관행인데, 3선을 하도록 한 번도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았다. 이번에 처음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열면서도 책값만 받았다. 내가 입법한 법안들, 상임위 활동들을 모아 보면서 보람도 느끼고 후회도 했다. 그런데 10년간 정치를 해보니 정치는 상식으로만 처리하고 흘러가면 아무도 주목하거나 관심을 주지 않는다.

상식을 초월해야 주목받는 곳이 정치고 국회다. 수시로 ‘아니 어떻게 저런 말을 하나’ ‘왜 저런 행동을 할까’라고 부화뇌동하고 침소봉대하는 이들에게 놀라고 충격을 받지만 정작 그들이 스타가 되기도 한다. 상식의 위기를 맞은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은 결국 상식의 정치뿐이며, 이를 위해 지금껏 상식의 정치를 실천하면서 겪은 크고 작은 실패와 성공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또 우리 야당이 정권을 탈환하려면 구시대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런 억지스러운 말, 자극적인 행동이 아니라 이제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순화된 말, 상식적인 행동을 보일 때 진정한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상식대로만 하면 모든 것이 이해되고, 누구나 소통이 된다는 것을 보여줄 때다. 국회의원들은 대중들에게 늘 오해받는다.

국회가 열리는 것을 방청하거나 국회 속기록을 다 읽어보는 이들이 몇 명이나 되겠나. 언론과 방송에 비쳐지는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밥먹고 놀거나 국회에서 멱살 드잡이나 하는 싸움꾼으로 보이지만 정말 부지런해야 한다. 지역구의 현안도 살피고, 각 분야의 법안도 내려면 그 분야의 배경과 문제점, 작용과 부작용 등에 관해 공부를 해야 하고 연구도 해야 한다. 또 나처럼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으면 각 분과위에서 와달라는 곳도 너무 많고 면담 요청도 많다. 하루 4~5시간만 자고 이동시간에 쪽잠을 자며 건강을 유지한다. 국회의원의 자질은 부지런함과 건강인 것 같다. 그런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이제 민주당이 아니라 새정련 소속이다. 드라마틱한 합당만큼이나 잡음도 많다. 당의 정체성이 불분명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총선과 대선 패배로 위축되고 국민에게 외면받던 민주당에게는 합당이 큰 도움이 된 게 사실이다. 이제 다시 태어나 국민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새가 양날개로 날 듯, 우리 민생정책에 좌와 우가 어디 있나. 진정으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이념보다 디테일에 강한 실사구시 정당으로 나가야 한다. 이제 고령화로 유권자의 연령층도 달라졌고 20대 보수층이 늘어가는데 우리당의 존립 이유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맨날 이념만 강조하면 평생 야당만 한다. 다양한 계층을 껴안고 보듬어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요즘 의원들이 개별적 발언으로 당이 시끄럽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다양한 구성원이 보여주는 무지개의 프리즘으로 생각한다. 일단은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다.”

세비를 모두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훌륭한 일이지만 생계는 유지되나.
“정치를 시작하면서 결심한 것이 있다. ‘국회의원들은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약(空約)만 한다. 놀면서 돈만 받는다’는 대중들의 통념을 깨는 것이었다. 재선 때인 2008년부터 월 900만~1000만원에 이르는 세비 전액을 인천 초·중·고생들의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가 가장 보람 있을 것 같아 장학재단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거액을 모아 하기보다 일단 세비로 사용하자는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했다. 우선 지역구인 인천 계양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덕분에 헌정 사상 국회 유일의 ‘무보수 명예직 의원’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상임위원장을 맡아 판공비도 나오고 생활은 과거 법무사로 활동하며 모은 돈과 임대료 300만원으로 가능하다. 세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주는 것은 2008년부터 주민들과의 약속이어서 의원생활을 하는 한 그 약속은 꼭 지킬 생각이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

신학용 의원은 이렇게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고 의정활동에 성실하게 임한 노력을 인정받아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로부터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국회의원이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 의정활동을 성실히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상까지 준다는 것은 그 당연한 일이 현실에선 드물고 귀하다는 얘기가 되겠다. 하긴 상이 아닌 벌을 주고 싶은 정치인들이 너무너무 많지 않은가.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