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논문의 ‘진실’이 변하는 시간은

지식의 반감기
새뮤얼 아브스만 지음·이창희 옮김·책읽는수요일·1만6000원

“의학에서 잘못된 지식을 몰아내는 데는 50년이 걸리고, 올바른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는 100년이 걸린다.”

19~20세기 초에 활동한 영국의 신경과학자 존 휼링스 잭슨이 남긴 격언이다. 지은이는 이 격언을 인용하며 지식이 방사능처럼 반감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라늄 원자 하나만 놓고 보면 이 원자가 붕괴할지 아닐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몇 조의 몇 조 배나 되는 우라늄 원자가 모인 덩어리는 예측이 가능하다. 원자의 모임으로서 우라늄은 규칙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라늄의 반감기는 44억7000만년. 다시 말해 44억7000만년 후에는 크든 작든 우라늄 덩어리 속의 원자 중 절반은 붕괴한 상태가 된다. 지은이는 ‘집단으로서의 지식’ 또한 반감기를 갖는다고 말한다. 낱낱의 지식들은 예측 불가하지만, 집단으로서의 지식은 어떻게 성장하고 변하는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논문에 담긴 ‘진실’이 붕괴되는 것을 알려면 그 학문 분야의 평균적인 논문이 더 이상 인용되지 않을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측정해보면 된다. 이는 논문 인용 관련 통계, 도서관에서의 대출 통계 등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리학의 반감기는 10년이다. 물리학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정기 간행물인 물리학 리뷰 저널들을 분석한 결과, 반감기가 10년 정도라는 결론이 나왔다. 간 질환 관련 의학의 반감기는 45년이다. 몇 년 전, 파리에 있는 한 병원의 연구팀이 자신들의 전문분야인 간 질환에 초점을 맞추어 지난 50여년간 이 두 분야에서 발표된 500여편의 논문을 분석했다. 나중에 발표된 논문과 비교하여 이전 논문이 사실을 담고 있는지 낡은 내용을 주장하는지 확인한 결과 45년이 반감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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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과학지식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지만 새로운 논문의 발표, 기존 이론의 반박, 새로운 분야에서 하위 분야가 갈라져 나오는 것, 연구비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를 지급하는 학계의 복잡한 절차 등의 모든 과정 속에는 지식이 뒤집히고 정보가 경신되는 측정 가능한 방식이 있다고 말한다. 그 방식을 안다면 복잡한 변화 속에서도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서 변하는 지식에 적응하는 방법 또한 배울 수 있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