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PPL에는 품격도 없나

제목부터 공감을 자아내는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지난 8월 16일 첫 방송된 이 드라마는 20% 중후반대 시청률을 넘나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세상에 둘도 없는 자식 바보 차순봉(유동근)이 자식들을 상대로 불효 소송을 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가족이기 때문에 고마운 일도 당연하게, 미안한 일은 얼렁뚱땅 넘어가는 세태를 담아 공감을 자아낸다. 세 남매인 차강심(김현주), 강재(윤박), 달봉(박형식)의 각기 다른 스타일의 사랑이야기가 양념을 더하고, 결혼·도박빚·상견례·예단비 싸움 등 매회 흥미 있는 사건·사고들이 재미를 만든다.

KBS <가족끼리 왜 이래> | KBS 제공

드라마는 공감을 일으키지만, 문제는 PPL이다. 느닷없이 나오는 간접광고가 몰입을 방해한다.

두부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 직업을 빼고는 자녀들의 직장은 모두 협찬사들이다. 한 돈가스·우동 전문 체인점은 이 드라마에서 제3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괴팍한 상사인 태주(김상경)가 혼자 밥을 먹다가 비서인 강심(김현주)의 눈에 띄는 곳이 여기였다. 이후 서울(남지현)을 두고 달봉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은호(서강준)가 이곳 사장이다. 부모들의 재혼으로 배다른 형제가 된 은호와 태주가 담판을 짓는 곳도, 은호가 서울과 특별한 감정을 싹 틔우는 곳도 이 돈가스집이다. 달봉과 서울이 이 지점에서 일하게 되면서 돈가스집이 나오는 비중은 점점 늘어난다. 주인공들의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중에도 돈가스집의 상호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순봉의 조카인 중백(김정민)은 치킨집 사장이다. 이곳에서 빚쟁이들에게 시달리고, 또 강심과 태주가 만나 뽀뽀를 하기도 했다. 주요한 에피소드 사이로 치킨을 홍보하기 위한 대사가 수시로 투입된다. “하교시간에 손님이 몰린다”는 식의 대사는 가맹점 모집을 겨냥한 듯하고, 아내 역할의 김정난이 하는 “진리의 세트3번 치킨”이라는 말은 특정 메뉴 매출을 목적으로 한 것 같다.

KBS <가족끼리 왜 이래> | KBS 제공

태주와 강심이 치킨도 먹고 돈가스도 먹었지만, PPL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의 PPL로는 따로 로션이 마련됐다. 서재에는 책보다는 크림이 훨씬 많이 쌓여 있다. 회의, 전략 등을 빙자해서 끊임없이 로션통이 나온다.

한 보온병 브랜드도 제작협찬을 하고 있는데, 보온병은 활용도가 더 넓다. 의사인 둘째아들, 로션 회사에 다니는 첫째딸의 책상에는 같은 보온병이 놓여 있다. 서울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주스를 만들어 담는 장면, 순봉과 달봉 부자가 이 주스를 마시고 놀라는 장면은 보온병 홍보를 위해 추가된 에피소드로 보인다.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PPL은 필수불가피한 존재다. PPL 없이는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스타들의 출연료와 제작비를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PPL에도 반드시 품격은 필요하다. 드라마를 위한 PPL이 아니라, PPL을 위한 드라마라면 곤란하다. 문제는 시청률이 올라가면 PPL 업체도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점점 주인공들의 이야기보다는 PPL의 이야기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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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드라마로 상큼하게 시작한 <가족끼리 왜 이래> 역시 PPL 품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참을 만하다. 그러나 이제 겨우 13부가 방송됐으니 50부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앞으로 갈 길에서 제발 최소한의 품격까지는 잃지 말길 바랄 뿐이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