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퀴어와 종교의 대립’ 부각 아쉬워

6월 28일 막을 내린 15회 퀴어(성소수자)문화축제는 이전 축제보다 많은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축제 기간 내내 일부 기독교 단체는 반대집회를 이어갔고, 미국에서는 동성결혼 합헌 결정이 났다. 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36)은 올해 축제에 연인원 3만명 이상이 참여했다며 “오랜만에 성소수자 문제를 환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한국의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서울 대학로에서 50명의 참가자와 함께 시작됐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대중 매체에서도 브로맨스 등 성소수자 코드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2회인 2001년부터 참여해온 강씨도 이번 축제 준비 과정에서 그런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제가 처음 참여했을 때만 해도 축제 지원금 서류를 내거나 집회 신고를 할 때 담당 공무원들이 ‘퀴어’가 무슨 말인지조차 몰라서 그때마다 설명을 했어요. 그런데 이젠 관공서에서도 우리 축제의 의의를 다 이해해 주고, 매년 축제를 진행할 때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해주시는 것도 느껴지죠.”

특히 올해 축제에서는 ‘동성애 반대’를 내건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집회가 축제 자체만큼이나 관심을 모았다. 반대 집회자들의 북춤과 발레 공연이 외신을 타기도 했다. “이번 축제를 성소수자와 기독교의 대립처럼 다루는 언론도 많은데 허구적인 구도죠. 일부 기독교의 반대집회는 지난해부터 시작됐고, 그분들이 과연 기독교를 대표하는 사람인지도 의문이에요. 성소수자들의 인권이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가 이제 성소수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으니까 이런 공격적인 목소리가 나온 게 아닐까요.”

[주목! 이 사람]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퀴어와 종교의 대립’ 부각 아쉬워

일부 반대 단체들은 카카오톡 단체방 등에 과거 퀴어문화축제 사진과 함께 ‘동성애는 죄악이다’, ‘퀴어축제는 음란쇼다’라는 글을 올렸다. 실제 올해 퀴어문화축제에서도 일부 참가자들이 신체를 많이 드러낸 의상을 입기도 했다. 강씨는 이 역시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행동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알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말로 할 수도 있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죠. 성소수자로 사는 자신이 부끄럽지 않다고 자신의 몸을 내세우는 것도 한 방법이죠.”

강씨는 성소수자들의 사랑을 섹스로 치환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성소수자의 사랑도 이성애자들과 다르지 않아요. 이성애자가 보기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성소수자의 사랑을 섹스로 국한시키는 것에 대해 성소수자들은 굉장히 억울해하죠. 반대로 이성애자에게 ‘너는 상대방을 섹스 상대로만 생각하냐’고 물으면 과연 기분이 좋을까요.”

주목! 이 사람

강씨는 퀴어문화축제에 쏠린 관심이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70~80년대를 살아온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삶을 철저히 감춰야 했어요. 지금은 방송에서도 홍석천씨 등이 연기하는 게이 캐릭터를 자주 접할 수 있죠. 분명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훨씬 덜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왜 이들이 광장에서 축제를 벌이는지 심층적 접근보다는 ‘퀴어와 종교의 대립’ 식으로 흥미 위주로만 다뤄지는 건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에요.”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